신태용호는 터키에서 1월 평가전을 가졌다. 몰도바, 자메이카, 라트비아로 이어지는 3연전에서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세 경기를 치르면서 패배는 없었지만 대표팀의 장단점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신태용호가 1월 평가전을 통해 어떤 것들을 남겼는지 살펴보자.

김신욱과 이근호의 맹활약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후반전 교체 출전한 한국의 김신욱이 홍철이 올린 코너킥 공을 헤딩골로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후반전 교체 출전한 한국의 김신욱이 홍철이 올린 코너킥 공을 헤딩골로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평가전을 통해 빛을 본 선수들은 몇몇이 있다. 하지만 단연 빛난 선수는 김신욱이다. 세 경기에 모두 출전해 4골을 기록했다. 4골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어 더 의미가 크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높이 싸움을 우위로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해주며 찬스를 만들어 대표팀의 공격방식을 주도했다.

김신욱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신태용호 이전의 대표팀에서 김신욱의 활용법을 찾지 못해 고생한 것을 돌이켜본다면 이번 평가전의 수확은 김신욱이라는 공격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법이었다. 이런 해법을 찾아냄으로써 대표팀은 새로운 공격카드 한 장을 손에 쥐게 되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이근호의 슛이 골대를 빗나가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이근호의 슛이 골대를 빗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김신욱이 드러난 수훈 선수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근호가 있었다. 이근호는 이번 평가전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 공격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선수라는 점을 보여줬다. 투톱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측면 공격 가담으로 공격의 다양성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이재성, 이승기와 같은 측면 공격 자원과 김진수, 홍철과 같은 풀백들이 공간을얻을 수 있었다.

이제 신태용호의 전술인 투톱 체제에서 이근호는 핵심선수다. 이근호는 경기를 치르며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파트너를 가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보인다. 콜롬비아전에서는 손흥민과 호흡을 맞췄고, 동아시안컵과 1월 평가전에서는 김신욱과 호흡을 맞췄다. 이근호는 좋은 경기력과 함께 그의 파트너로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올려주는 역할까지해내고 있다.

이번 1월 평가전에서 이 두 선수가 보여준 맹활약은 신태용 감독의4-4-2 전술의 투톱에서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는 결과였다. 또한 공격진에 손흥민이나 기타 유럽파 선수들이 가세했을 때 어떤 모습의 공격이 나올지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물이었다.

전북현대의 선수들이 대표팀의 경기력이 되어가고 있다

김신욱, 이근호 두 명의 공격수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눈에 띈 선수는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1월 평가전 세 경기에모두 출전해 고른 활약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 부임이후 측면에 자리잡은 이재성은 공수를 넘나들며 경기장 곳곳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시도했다. 또한 최전방 공격수와 연계플레이를 통해 슈팅을 시도해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이재성이 플레이메이커로 경기를 조율했다면 경기장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뛴 선수들은 측면 수비수들이었다. 김진수와 최철순은 신태용호의 주전 풀백으로 평가되는 선수들이다. 이번 평가전에서 김진수는 홍철과 최철순은 고요한, 김태환과 경쟁했지만 두 선수 모두 경쟁자보다 어느 정도 앞선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대표팀의 막내 김민재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주전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번평가전에서 2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안정감 있는 수비를 선보였다. 기존의 수비진 구성에서 김민재가 합류한 이후에는 중앙수비 조합을 찾는 것이 아닌 김민재의 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경쟁의 흐름이 바뀌기도 했다.

위 선수들과 함께 이번 평가전에는 손준호와 이승기가 가세해 전북 선수들이 7명이나 발탁되었다. 전북 선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대표팀 주전자리를 만들고 경쟁하고 있다. 또한 대표팀 명단에 같은 팀 선수들이 많아지며 클럽에서 보여주던 호흡을 대표팀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단순히 많은 인원이 뽑히는 것이 아니라 전북의 선수들이 대표팀의 경기력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전술실험의 종료와 4-4-2 포메이션의 정착

이번 평가전 세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은 같은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대표팀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 이후 줄곧 신태용 감독은 4-4-2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고, 1월 평가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번 평가전은 전술실험이 아닌 전술에 맞는 선수를 발굴하는 과정이 되었다.

10월에 치렀던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의 전술실험이 보여줬던 패착을 본다면 대표팀이 주 전술을 가지게 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대표팀은 K리그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한 10월 평가전에서 미드필더인 이청용을 윙백으로 기용하거나 장현수를 조금 더 높은 위치에 배치하는 전술 실험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기본이 없는 대표팀에 잔혹한 결과를 안기며 실패로 끝이 났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지금 대표팀의 사정상 다양한 전술을 모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하나의 전술이라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이 대표팀만의 방식이나 작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서는 여러 전술보다는 한 전술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또한 실전을 대비하며 최종엔트리를 구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포지션별로 가장 적합한 선수를 찾고 남은 기간동안 호흡을 맞춰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보았을 때 이번 평가전에서 전술실험을 마무리 짓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표팀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일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해결하지 못한 중앙수비 조합과 수비불안

이번 평가전이 긍정적인 부분만 남긴 것은 아니다. 몰도바, 자메이카, 라트비아 모두 현대축구에서 강팀이라 말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똑같이 노출했다. 바로 중앙수비에서 벌어지는 치명적 실수와 경기 내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수비불안이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세 경기에서 2골을 실점했다. 자메이카전에서 2실점을 한 것이 전부이지만 수비 조직력이 나아지지 않았음은 물론 확고한 주전 중앙수비 조합 역시 찾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가장 어린 김민재가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김민재의 옆자리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대표팀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수비 조직이 나아지지 않은 부분은 심각한 문제다. 1월 평가전의 2실점 중 한 골은 장현수의 결정적인 실수로 나왔고, 나머지 한 골은 상대에게 많은 공간을 허용하며 나왔다. 장현수의 실수는 개인의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는 실수에서 실점을 한 부분은 지난 10월, 11월 평가전에서 보여준 모습과 유사하다.

실점은 없었지만 몰도바, 라트비아전에도 대표팀의 수비를 탄탄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주전 경쟁이 아직도 치러지고 있고, 수비라인선수들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것은 감안되어야 할 사항이나 매 경기마다 불안한 수비를 보여준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는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남은 기간 대표팀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비라는 것을 이번 1월 평가전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었다.

3월 평가전부터는 실전이라고 생각해야

치열한 승부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의 이승기가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치열한 승부 지난 1월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의 이승기가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긍정적인 부분과 문제점을 보였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1월 평가전은 100%의 의미가 아니었다. 선수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해외파 선수들이 제대로 합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소집된 선수들도 시즌을 앞두고 몸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와 상대했던 세 팀이 본선에서 만나야 할 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팀에게 중요한 경기는 본선에서 만날 팀들과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과 겨루게 될 3월 평가전이다. 3월 평가전의 상대인 폴란드와 북아일랜드는 우리보다 한 수 위의 팀이기도 하고, 본선에서 만나게 될 독일과 스웨덴을 생각하며 상대할 수 있는 상대다. 미리 치르는 본선이라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신태용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선수선발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치러질 경기에서는 진짜 대표팀의 경기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1월 평가전이 남긴 것들에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3월 평가전에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필요한 결과와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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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신태용호 김신욱 이근호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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