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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5분 남짓한 연설로 워싱턴 대행진을 이끌며 미국 인종차별에 일침을 가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던 그는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었다. 말은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가 된다. 그러나 어떤 이는 말을 칼이나 총처럼 폭력을 가하고 상처를 입히는 데 쓴다.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2017년 10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손아무개 차장은 <쿠키뉴스> 김아무개 기자에게 이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김 기자의 행패를 견디지 못한 선택이었다. 김 기자는 자기 요구를 거절한 그를 위협하며 보복 기사를 작성했다. 언론인에게 말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힘이다. 그러나 김 기자는 말을 자기 욕망을 채우는 권력으로 삼았다. 힘자랑하던 언론인이 더 큰 권력 앞에 침묵하거나 도리어 그들의 말을 알리는 확성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강희 조국일보 논설주간이 한 말이다. 영화에서 이 주간은 힘 있는 자들을 위해 말하고 대중을 속여 여론을 조장한다. 그에게 대중은 말 못 하고 힘없는 존재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언론이 하는 말을 분별한다. 힘주어 말해야 할 때 힘을 빼고 도리어 애먼 곳에 힘쓰는 언론 행태를 비판한다. 정치와 경제 권력의 나팔수가 되거나 그들의 잘못을 알고도 침묵하는 언론을 '기레기'라 부르듯이.

권력의 개로 전락한 언론은 사익을 위해 자기 힘을 함부로 사용한다.
 권력의 개로 전락한 언론은 사익을 위해 자기 힘을 함부로 사용한다.
ⓒ 영화 <내부자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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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실 분 손 들어주세요." 기자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양손을 번쩍 든 기자도 있었다. 2018년 신년 기자간담회 풍경이다. 2017년 공손하게 손을 모은 기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말을 받아 적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물어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물어도 답하지 않았다. 그의 잘못을 알았지만, 기자들은 질문하지 않았고 언론은 침묵했다. 그러나 끝까지 질문하던 몇몇 언론이 있었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어떤 상황이든 말은 바로 하라는 뜻이다. 언론은 자신에게 주어진 '말의 힘'을 바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언론이 지닌 힘을 권력이 사유화할 때 민주주의는 쇠퇴한다. 또 자기 힘을 사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언론은 잊지 말아야 한다, 언론이 사회 공기로 활약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은 대중이라는 사실을. 언론이 대중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말의 힘도 빛을 발하며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회복하고 성숙해진다.


태그:#언론, #기레기, #권력, #정언유착,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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