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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색깔론으로 하나된 이언주·안상수 "총리·장관, 북한 대변인이냐"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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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답변하는 이낙연 총리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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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파 출신이 몇 명이나 되는 거 같나. 김일성 주체사상을 더 신봉하고 전복하려고 했던 세력인데, 총리는 국민들 앞에서 그들이 다 전향했다고 확인할 수 있나?"

이낙연 국무총리의 입에서 뻔한 답변이 나왔다. "대화 해보고 일을 같이 해볼 때 생각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허나 계속 요구가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확인해야 하는 게 맞다"라고 했고, "그들은 국가 최고 기밀을 다루고 있고, 대통령을 모시고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으니 관심을 갖고 전향 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라고 했다.

타이핑을 멈췄다. 지겨워져서다. 또 색깔론이었다. 앞서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서울 관악을)는 분명 "오늘날 우리 정치가 민생에서 멀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낡고 오래된 양당 구도에 있다"라며 "양 극단에 치우친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서로 자신만이 유일한 진리임을 주장하며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과 1시간여 만에,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갑)은 국무총리에게 사실상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가리켜 전향 여부를 확인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전희경 "저 가슴에 달린 게 뭔지 아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이낙연 총리에 질의하는 전희경 의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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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 "저 가슴에 달린 게 뭔지 아나."
이낙연 : "북한에서 많이 다는 배지다."
전희경 : "확대해서 보여줬는데 안 보이나."
이낙연 : "다 알지 않나."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 가슴에 달린 배지 사진을 놓고 신경전이 오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비례) 입에서 "김일성·김정일 배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이어 "우리 선수들 유니폼에서 태극기를 떼고 북에서 내려 온 사람들은 저 배지를 달고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라는 주장이 예상대로 이어졌다.

이 총리가 "이 국회에서 '평창올림픽 지원특별법'에 근거 규정을 뒀고, 보조 규정도 둔 것으로 안다"라는 답변으로 대응하자 전 의원은 "모든 걸 전임 정부 탓하더니"라는 힐난으로 응수했다. 이어 "태극기를 못들면 인공기도 못 들어야 최소한 상호주의다" "그들에게 신성시되는 배지는 최소한 떼어야 올림픽 한 자리 차지할 자격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전 의원은 "궤변하는 총리, 듣고 싶지 않다"라고 쏘아붙였다. 이 총리는 이렇게 응수했다.

"의원님 말씀에 대해 그런 말 쓰지 않겠습니다."

전 의원에 앞서 등장한 안상수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은 이 총리에게 이런 말도 썼다. "북한 대변인 같다"라고 했다. "선수단이나 응원단만 참가하면 되지, 뭐 이렇게 과외 활동을 하며 요란을 떠느냐"라면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북한의 기만 전술"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 총리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자 돌아온 반응이었다.

이언주의 필리버스터 당시 모습도 떠오르고...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하고 있다.
▲ 대정부질문 나선 이언주 의원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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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북한의 네 차례의 핵실험과 여섯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우리는 상시적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게 됩니다... (중략) ...국정원이 언제라도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극악한 헌법 유린의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국정원의 테러 위험 첩보나 정황을 근거로 언제든지 국회 날치기를 강행할 수 있는 최악의 민주주의 유린 사태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2016년 3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경기 광명을)의 발언이다. 당시 치열했던 이런 장면이 그래도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기에 이날 이 의원의 모습 또한 매우 낯설게 다가왔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 답변하는 조명균 통일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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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이 의원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향해 건군절 열병식과 관련해 "북한이 매우 의도적으로 날짜 변경을 했는데,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느냐"라고 매섭게 지적했다. 그런 만큼 "즉각 중지를 요구하고 항의해야 한다"라고 했고, "중지를 요구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이 "지금 현재 정부로선 그런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자, 이 의원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장관님은 우리 장관입니까, 북한 대변인입니까."

당장 본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항의를 이 의원은 "나중에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는, 혹은 "여당이야말로 심각하게 생각하라"는 목소리로 맞받았다.

본회의 시작한 지 2시간 47분만에 나온 '그 이름'

적어도 이날만큼은 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또는 국민의당 '합당파' 사이에서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색깔 공세로 대통합을 이룬 듯했다. 상대가 국무총리든 장관이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서슴없이 북한 대변인이냐고 몰아붙이는 모습에서 파시즘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오로지 그들만이 '한국의 바른 국민들' 같았다. 덕분에 '서지현'이라는 이름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갑) 차례에 이르러서야 처음 나왔다.

국회 본회의가 시작한 지 2시간 47분만이었다.


태그:#이낙연, #전희경, #이언주, #색깔론, #금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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