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
 학교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우린 우리만의 시간이 있는가? 원하는 걸 할 여유가 있는가?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아니다' 라고 답변하겠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 나라의 교육은 쓸모가 없다. 인재를 만들겠다는 가식적인 목적 아래 인재가 아닌 기계들을 공산품 찍어내듯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사회에 고한다. 이제 좀 바뀌어야 한다고.

근래 들어 많은 고민이 있었다. 내 친구들 아무나 붙잡고 일상을 물어보면 '집-학교-학원-집'이 절대 다수이다. 가치관을 확립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하는 것이 고작 공부 뿐이다. 이 나라에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이젠 들지 않는다. 바뀌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렇게 키워낸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모두 알겠지만 이곳의 교육은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이 아닌 서울대생, 돈 많이 버는 직장인을 양성하는 데 맞춰져있다. 행복은 즐거운 삶이 아닌 돈 많이 버는 사람에게 오는 것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그 잘못된 열정은 사교육 과열이라는 괴물을 낳고 말았다. 그리고 그 괴물은 아이들을 잡아먹었다.

괴물 사회, 아이들은 꿈을 잃었다

2016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불안한 심리와 진학 준비 등이 사교육을 택하는 주된 이유라고 한다. 학교가 끝나 친구들이 각자의 길을 가는 듯 싶었는데, 어딘가에 모여서는 무언가를 기다렸다. 학원 버스였다. '오늘도 하루내내 죽어나가겠네' 하며 올라타는 친구들을 보며 '싫으면 다니지 말지'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물으면 '남들 다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되묻는다.

2016년 JTBC 자체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0명 중 3명은 꿈이 없다고 답변했다. 대치동, 목동 등 학원가의 저녁에 늘어진 차들- 돈 많은 사람들이 보낸 돈 많이 내는 학원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눈에는 피곤함이 젖어있다. 그러나 건조하다. 꿈이 말라있다. 꿈을 물어보면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은 듯 싶다.

2016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주 6시간을 사교육에 쓴다고 한다. 주말을 빼면 하루 최소 한시간 이상을 사교육에 투자한다. 일부 종합학원 수강생 친구들은 아예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에 달려가 10시까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인생과 일상의 초점이 공부에만 맞춰져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장래희망을 생각하고 취미를 생각한단 말인가.

괴물은 물리쳐야 한다

공교육으로 사교육을 대체할 생각을 하지 말고, 사교육이 필요없는 공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방과후학교나 EBS 등으로 어떻게든 공교육을 늘려서 사교육을 대체하려는 노력은 공교육을 표방한 사교육을 양성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 중에 있는 오픈북, 객관식 없는 시험을 전국 확대하여 사교육의 주입식 교육이 빛을 발하지 못하도록 한다던가, 교육 방식을 직업 등에 따라 세분화하여 학원에서 보충하기엔 어렵도록 만드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사교육을 할 시간에 진로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남는 시간이 의미없이 그냥 흘러간다면,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나을 게 없을 수 있다. 구(시,군) 단위로 직업체험시설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원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 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면 근방의 각종 직업별 사업장을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개방하여 학생 체험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사교육 불법화다. 어쩌면 과도한 개입으로,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사교육을 진정 뿌리뽑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사교육 시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개별 평가를 통해 학교 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도입한다면, 학생 수 당 교사도 증가하여 수준 높은 학생 집중 관리를 현실화할 수 있다. 교육 빈부격차 등의 문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교육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교육 과열로 일어나는 사회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여러분께 호소한다. 난 내 친구들이 학원에서 하루하루를 그저 의미없이 보내는 이 세상이 너무 싫다. 꿈이 없다는 말이 무섭다. 남을 성적으로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돈을 퍼붓는 모습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되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시작은 학생들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쯤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해보는 건 어떨까. 만약 다니고 싶지 않은 학원에 묶여 사는 친구가 글을 읽었다면 부모님께 당당히 말해보자.

"학원을 다녀야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부모님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태그:#교육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