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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4. 영락제과를 아시나요?"

40대를 전후한 토박이 군민들의 추억이 오롯이 담긴 경남 함양군 제1호 제과점이 폐업 10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영락제과를 다시 개업한 이승군(71)·임말임(68)씨 부부를 만났다. 10년 전까지 영업했던 바로 그곳에 지난해 12월 신장개업 했다. 함양읍 낙원사거리에서 함양고등학교 방향 두루침교와의 중간지점이다. 다시 문을 연 지 이제 두 달쯤 됐다.

가게 크기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주인도 맛도 그대로다. 매장은 10평 남짓하다. 가게 안쪽 빵을 만드는 작업공간까지 합하면 13평 정도다. 매장한 쪽에는 이씨 부부가 아침 일찍부터 정성스레 만든 빵들이 정갈하게 진열돼 있다. 바로 앞에는 4인용 테이블 3개가 놓여 있다. 예전에 수많은 철수와 영희가 '밀당'하며 미팅하고 데이트를 즐겼던 추억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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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업 후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입소문이나 제법 손님이 많다고 한다. 인터넷 판매를 하는 것도 아닌데 서울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 뜻밖의 주문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영락제과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개업 축하인사와 함께 빵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영락제과와 함께 함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출향인들이다.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영락제과 재개업 소식을 전해 듣고 반가운 마음에 축하 인사를 겸해 추억의 빵을 주문하는 것이다.

이씨 부부는 "잊지 않고 다시 찾아 주는 손님들이 고마운 건 우리 부부인데 오히려 손님들이 다시 문 열어 반갑고 고맙다고 인사한다"며 "재개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영락제과는 80년대 90년대 함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40대와 그 전후 세대들에게 그만큼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 곳이다.

이씨 부부는 "영락제과의 대표 상품은 뭐니 뭐니 해도 찹쌀떡과 팥빵"이라고 한다. 밀가루와 앙금 등 일부는 수입산을 사용하지만 찹쌀과 팥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국산을 사용한다.

영락제과에서 판매하는 빵 종류는 모두 30가지. 그 중 팥이 들어가는 빵이 상당히 많다. 이씨는 좋은 팥을 구입해 너무 달지 않게 잘 삶는 게 맛있는 팥빵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했다.

1990년대 중후반 기업형 제과제방 회사들의 물량 공세에 밀려 시골빵집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그 전까지는 이씨 부부를 포함해 영락제과에는 모두 5명이 일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영락제과뿐만 아니라 함양읍에만 10개의 제과점이 성업했을 정도라고 하니 당시 제과점 인기는 엄청났다.

영락제과는 1982년 지금의 위치와 낙원사거리 중간쯤인 농협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3년 가량 이곳에서 제과점을 하다 현재 영락제과로 자리를 옮겼다. 숱한 젊은이들의 추억을 간직하며 성업했던 영락제과는 기업형 제과제빵회사와 프랜차이즈에 밀려 2007년 폐업, 건강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가 지난해 말 다시 추억을 파는 빵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함양의 제과점 1호 영락제과. 영원히 즐겁다(永樂)는 상호처럼 추억을 간직한 이에게는 추억을 먹고살게 하고 또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추억의 제과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이씨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것저것 빵을 골라 담는다. 느닷없이 이 한겨울에 "팥빙수는 언제부터 팔 거냐"며 "빨리 여름이 돼야 할 건데"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이 집 팥빙수 정말 맛있다"며 "꼭 먹어보라"고 권한다. 영락제과의 팥빙수 맛은 과연 어떤 맛일지 은근히 여름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정세윤 기자)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영락제과 이승군·임말임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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