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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 제1차 확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국민의례하는 안철수-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 제1차 확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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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이 오는 13일 합당을 통해 '미래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할 예정이다. 합당에 반대하는 세력은 오는 6일 '민주평화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길을 걷는다. 결국 국민의당은 출범 2년 만에 둘로 나뉘면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25.54%)을 득표율에서 앞섰던 국민의당(26.74%)이다. 오랫동안 호남의 정치세력을 대변해 왔던 민주당을 앞서는 기염을 토했던 정당이기도 하다(호남 지역구 28석 중 더불어민주당 3석, 국민의당 23석). 이 당은 주목 받는 대권후보였던 안철수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가 다시 그 안철수에 의해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안철수식 합당의 성공, 두 가지 조건

지역주의 타파와 이념적 편향성을 지양하겠다는 안철수의 미래당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하면서 그 존재감을 톡톡히 알려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과반에 크게 못 미치는 상태에서 국민의당이 중요한 안건을 결정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부결 처리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합당 후의 미래당도 마찬가지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따라 존재감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20대 국회의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21석, 자유한국당이 117석, 국민의당 38석, 바른정당 9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과 민중당이 각 1석 그리고 무소속이 3석이다. 현재 재적의원이 295석이므로 148석을 확보해야 과반에 이르게 된다. 지금의 합당이라는 과정이 없었다면 국민의당은 절대적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합당은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분당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우선 안철수의 합당의 성공 여부는 2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성립된다. 하나는 합당에 반대하는 세력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합당은 실패로 돌아간다. 또 하나는 합당 후의 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립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제외한 의석 분포를 크게 범여권과 범여권으로 나눌 경우, 범여권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무소속의 정세균 의장으로 129석을 확보하고 있다. 범야권의 경우 자유한국당, 대한애국당, 무소속 이정현 의원으로 119석이다. 범여권은 과반인 148석에 19석이 필요하고, 범야권은 29석이 필요한 상태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최경환, 이우현 두 의원이 구속돼 있으므로 사실상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 부분까지 고려하면 31석을 확보해야 한다.

미래당, 29석 이하일 듯... 캐스팅보트는 물 건너간다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인 국민의당 조배숙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과 권노갑 정대철 고문 등 참석자들이 지난 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인 국민의당 조배숙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과 권노갑 정대철 고문 등 참석자들이 지난 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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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내부를 들여다보자. 국민의당은 이용주 의원(전남 여수시갑)을 탈당으로 현재 38석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평화당 참여를 선언한 지역구 의원이 15석, 비례대표 의원이 3석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에서 출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대로 당 소속으로 남을 수밖에 없지만(탈당의 경우에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들이 합당을 반대하고 있으므로 합당 후의 미래당 당론에 따르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은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이 시점까지 미래당으로 합류가 어렵다는 입장까지는 정했다, 이 시점에 만일 미래당을 가지 않으면 민평당에 가는 것에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행을 시사하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므로 합당 후의 미래당은 29석 이하를 확보하게 된다.

구속된 자유한국당 의원들까지 고려할 경우 미래당이 국회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되레 민주평화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대표가 소위 중재파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껴안으려고 노력했던 이유, 비례대표 3인을 출당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 모두 합당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하려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싶어도 의원들이 민주당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이 호남 민심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려는 안철수 대표의 생각과는 행동을 달리 했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가능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정권을 흔들고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호남의 색채를 빼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의도하는 바는 지금의 국민의당 처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만 존재감이 빛난다. 그러므로 미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합당은 그 자체로 실패한 것이다.

미래당은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경우, 합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그 존재감을 전혀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합당의 이유로 삼는다. 그러나 합당으로 탄생할 미래당의 경우에도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라고 생각한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경우 대부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소속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의 대진이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유승민 대표가 대구나 경북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이나 국민의당 지역기반이었던 호남에서 어떠한 지배력도 갖지 못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후보들이 미래당 후보로 출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유력 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될 것이며, 호남의 경우에는 미래당보다는 새로이 창당되는 민주평화당이 오히려 존재감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래당의 경우 어디에서도 안정적으로 당선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당이 지방선거 후에도 그 존재감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보수의 지지기반 어디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뒤처진다면 지방선거 후에는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사라지게 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수의 심장인 영남지역에서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경쟁구도를, 호남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대결구도를 이어감으로써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치열하게 경쟁하기를 바랐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보장되는 선거구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다시 예전의 양자대결로 고착화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서로 다른 길 가는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월 23일 오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월 23일 오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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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는 자신이 합당을 하더라도 호남에서의 지지기반은 어느 정도 확보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한 생각은 호남의 정치 민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호남 지역의 국회의원 몇 명이 합류하더라도 호남에서의 지배력은 전혀 없게 된다. 지방선거를 통해서 그러한 민심을 충분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광역의원이나 기초단체장 한석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새로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이 탄핵돌풍에 힘입어 호남에서의 지배권을 확보하였지만 그 이후 호남이 열린우리당에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국민의당 호남의 국회의원은 안철수 대표 때문에 당선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호남 소외론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철회가 논란이 되는 과정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어부지리를 얻어 당선된 것일 뿐이다.  

비례대표 출당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비례대표는 정당의 지지도에 따른 의석배분이다. 따라서 합당 등으로 그 정체성이 변경된 경우에는 당연히 국민들의 지지도에 변경을 가져올 것임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합당 후에도 강제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면 비례대표 의원 개인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이다.

당 대표가 당의 정체성 변경에도 비례대표 의원을 묶어둘 합리적인 이유가 없게 된다. 궁극적으로 줄에 묶여서 주인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애완견'과  마찬가지로 다루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안철수 대표 측은 합당에 반대하는 세력에게 민주당 2중대가 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합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자유한국당의 2중대가 되려는 것인지 스스로 반문해 보기 바란다. 맹목적인 찬성이나 맹목적인 비판의 경우에는 2중대라는 비난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의 정체성에 따라서  어느 한쪽에 힘을 보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우다.

정치인은 이념적 좌표를 가져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그러한 좌표가 없다고 비난하자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려는 것이 안철수 대표의 장점이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념적 좌표는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그러한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정치의 목적이 아니다.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사회의 어떠한 문제들에 대해서 변혁을 가져올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변혁이 정치하는 이유고,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그러한 변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그쳐야 한다. 이제 국민의당이 합당과 분열로 사라지려는 순간이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환희를 떠올리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생각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안철수미래당, #국민의당합당, #캐스팅보트, #유승민안철수, #국민의당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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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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