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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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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공부하고 서울대 치의대를 졸업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서울 강남 지역구의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스펙'에 많은 사람들은 "자유한국당에 어울릴 사람이 민주당에서 정치하고 있다"고 의아해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책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새로운 여성 신진인물 영입에 적극 나섰던 16대 총선(2000년)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당직자로부터 몇 차례 영입 제의를 받았다. 17대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가 영입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썼다. 이회창 캠프가 '여성 법조인 영입' 케이스로 나경원(법률특보)·조윤선(대변인)의 이름을 발표한 것은 2002년 대선 때의 일이다.

2000년부터 '러브콜'을 보냈던 한나라당 당직자(전현희의 사법연수원 동기)는 200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전 의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바보. 그때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여당 3선 국회의원이 돼서 중진 스타급 정치인이 되어있을텐데..."

현재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중인 전 의원을 1월 31일 만나 '그 일'부터 물어봤다.

한나라당 당직자가 '바보'라 부르다

"10년 전 민주당을 선택하는 데 큰 망설임은 없었다. 정치 시작할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이 돼주는 것과 지역주의 타파다. 한나라당에 갔다면 편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우물에 물 한 바가지 붓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을 거다. 2008년만 해도 민주당은 호남 색이 짙었는데, 경상도 출신인 내가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2012년 강남을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한 뒤 4년 만에 재도전해 강남을 국회의원에 당선한 과정도 비슷했다. 2012년 총선이 끝난 뒤 당 지도부는 그에게 이웃 지역구(송파갑) 전략공천을 권유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한우물'을 판 그는 1992년 홍사덕 의원 이후 24년 만에 서울 강남구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강남구는 경상도 출신 유권자 비율이 60~70%에 이르는 '서울의 경상도' 같은 지역이다. 2015년 10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그가 지역구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그의 당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그는 그 이변을 이뤄냈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장이라는 또 다른 이변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경선은 총선과는 또 다른 게임이다.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를 묻는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역구 초선'인 그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내가 꼴찌라는 걸 인정한다. 인지도도 가장 낮고. 설 연휴 무렵 여론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또 나올 텐데, 그때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2년 전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에서도 20% 정도 뒤지면서 시작했다. 내가 서울시장 경선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서울시장 후보 꼴찌 맞다, 그러나 다크호스 될 것"

- 민주당 경선에서 이긴 후보가 결국 본선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선까지는 박원순 시장이 우세할 것이다. 박 시장이 아니라도 민주당 공천을 받는 후보가 서울에서 받을 표는 비슷비슷하다. 문제는 서울 강남 3구(서초 55만, 강남 60만, 송파 70만)의 표심이다. 2010년 지방선거 개표 초반에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시장에 근소하게 우세를 지켰는데, 새벽녘에는 강남 3구에서 판세가 뒤집어지지 않았나? 나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강남 3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낼 후보다."

- 박원순 시장은 2014년 강남에서 넉넉한 표 차이로 이겼는데?
"올해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는 두고봐야한다. 역대 서울시장은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당선될 때가 많았다. 서울시민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순서상으로는 이번 선거가 야당이 서울시장 표를 많이 가져갈 타이밍이다. 민주당이 지지율 높다고 이긴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결국 강남권 표를 많이 받아낼 수 있는 후보가 필승의 서울시장 후보이고, 내가 본선 경쟁력이 가장 강한 후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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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 앞서 그가 치러야할 당내 경선의 최대 변수는 최근 2년 사이 당원으로 대거 유입된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선택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당원 수가 서울에서만 20만 명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다른 경선 주자들이 '문심 마케팅'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면, 상대적으로 전 의원은 이를 즐기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4곳에서 동시에 열린 '문재인 생일 대번개'에도 2곳을 다녀갔다. 전 의원은 문재인 지지층을 '문파(文派)'라고 지칭한다. 문 지지층을 단순한 팬클럽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추켜세우는 셈이다.

그러나 그를 '문재인 그룹'의 일원으로 분류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국민의당을 거쳐 민주평화당으로 간 박지원 의원은 그를 2010년 원내대변인으로, 2015년 당대표 경선에서 비서실장으로 각각 발탁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김두관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다.

전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1998년 부산지법 시보를 하던 시절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이었던 친척의 소개로 인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자신은 18대 국회,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기에 정치적으로 이어질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경선 주자 중 문재인 캠프에 가장 먼저 합류한 게 나"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한 명을 뺀 모든 주자들이 그에게 대변인 직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인 사람이 김두관 후보였다.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김두관 캠프 대변인을 수락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이제는 정말 문 대통령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서울시장 경선 주자 중에서 문재인 캠프에 가장 먼저 합류한 사람이다. 당초에는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는 서울시당 위원장에 출마하려고 했는데, 문 대통령과 상의해서 캠프의 직능 분야와 서울지역 경선 책임자를 함께 맡았다.

서울의 경선 조직 이름이 '서울의달'이었다. 물론, '서울의달'에서 나는 관리 책임자였을 뿐이고, 그것이 나를 위한 조직도 아니다. 다만, 나에게 동질감과 친밀감, 한편이라는 생각으로 표를 줄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문파들이 가장 동질감을 느낄 후보다."

- 경선에서 조직 담당이 밖으로 활약이 두드러져 보이는 자리는 아니다.
"동의한다. 내가 대변인도 해봤지만, 말로 포장하는 것이 내키는 성격이 아니다.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분이 잘 되길 바라지만, '친문'을 팔아서 득을 볼 생각은 없다. 나는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 문파다."

-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니 문재인 지지층은 이미 큰 성취를 이룬 게 아닌가? '친문' 시장에 대한 경계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권 잡은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지방선거는 굉장히 중요하다. 대통령을 지키려는 당원들이 지방선거에서도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이 걸어온 길과 정치 철학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시장이 되면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하겠다."

- 가장 강력한 상대는 박원순 시장이 되나?
"박 시장이 시정을 훌륭하게 잘 해왔다고 평가한다. 만약 대권에 생각이 없다면 3선 시장도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대권에 생각이 있다면 '담대한 도전'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내가 시장이 된다면 좀 더 역동적이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서울'을 만들겠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주자 연속 인터뷰]
[박영선①] "문재인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 정치인 박영선은 '악역' 맡았을 뿐"
[박영선②] 박영선 "덕수궁 경복궁 담장 허물어 시민에 돌려주자"



태그:#박원순, #전현희, #문재인,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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