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 최고의 히트곡은 무엇일까? 한 곡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Despacito'에 한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푸에르토리코의 루이스 폰시(Luis Fonsi)와 대디 얀키(Daddy Yankie)가 부른 'Despacito'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6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싸이와 위즈 칼리파를 넘어 유튜브 조회수 47억 건을 돌파했고, 50억 건을 바라보고 있다.

라틴 열풍의 계승자

'Despacito'가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 음악이 혁신적이거나 훌륭한 노랫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스페인어 가사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귀를 맴도는 힘, 파티에서 흥겹게 춤추기 좋은 레게톤 뮤직. 이 것만으로 'Despacito'의 설명은 끝난다. 저스틴 비버가 리믹스 버전에 참여한 것은 보너스였다.

아마 카밀라 카베요(Camilla Cabello)는 'Despacito'가 몰고 온 라틴 열풍의 다음 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카밀라 카베요는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팩터' 출신 걸그룹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의 멤버였다. 열다섯 살의 나이에 데뷔한 그녀는 매력 있는 음색과 사랑스러운 외모로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한 멤버였다. '자기 음악을 하고 싶다'며 팀을 탈퇴한 이후, 그녀는 운명적인 노래를 만나게 된다. 바로 그녀의 고향 이름이기도 한 'Havana'다. 이 곡과 함께 카밀라 카베요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프로듀싱한 이 곡은 간결한 피아노 리프, 귀에 쉽게 다가오는 후렴구, 그리고 래퍼 영 서그(Young Thug)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멋지게 어우러진 팝송이다.

순풍을 타기 시작한 'Havana'는 서서히 순위가 오르더니 최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이 노래의 팬을 자처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팝 음악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Havana'는 인기 가요나 다름없다. 1월 말 현재에도 주요 음원 차트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팬들은 이 노래의 후렴구를 듣고 '하바나 온난화'처럼 들린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녀의 방향은 뚜렷하다

 카밀라 카베요(Camilla Cabello)의 히트 싱글 'Havana'

카밀라 카베요(Camilla Cabello)의 히트 싱글 'Havana' ⓒ 소니뮤직코리아


카밀라 카베요는 히스패닉계 미국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멕시코인이며, 어머니는 쿠바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쿠바의 아바나(Havana)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마이애미로 이주한 이후에도 라틴 계열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났다. 마이애미는 많은 히스패닉 인구들이 살고 있으며, 파티와 레이브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의 인종적,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 거리낌이 없다. 첫 솔로 앨범을 들어보면 'Havana' 뿐 아니라 'Inside Out' 등의 트랙 등을 통해 라틴 음악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Havana'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익살스러운 장면이 많은 이 뮤직비디오는 중남미권의 TV 연속극인 '텔레노벨라(Telenovela)'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사실상 막장 드라마다).

최근 카밀라 카베요는 록밴드 U2를 소개하기 위해 제60회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섰다. 그녀는 수십 초간의 짧은 멘트를 통해 '미국은 이주민들의 꿈으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이 발언은 가난한 나라들을 'shithole'(거지소굴)이라 일컫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외침이기도 했다. 그녀의 소신 발언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터넷에 장문의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국경에 '벽'을 만들겠다고 말하기 전에, 벽 뒤에 있는 투쟁과 결단, 그리고 굶주림을 기억하라'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카밀라는 이날, 성폭력 고발 캠페인인 #METOO 운동의 일환으로서 케샤, 안드라 데이, 신디 로퍼 등과 함께 'Praying'을 부르기도 했다. )

최근의 카밀라 카베요가 걷고 있는 행보는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서나 흥미롭다 할 만하다. 새로운 히스패닉 스타가 몰고 온 '하바나 온난화'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이다.

카밀라 카베요 하바나 히스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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