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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향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가 정의당 당원임을 보도했다. 문다혜씨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함께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 관람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다혜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인 것과 상관없이 한 시민으로서 정당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정의당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 화제다. 정의당은 이에 자유한국당은 '패륜정당'이니 주제파악이나 하길 바란다며 반박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의 보도 이후, 하루가 지난 30일 자유한국당의 정호성 부대변인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1촌정당 사이, 참으로 애틋하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에서 정호성 부대변인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말이 맞았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었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정의당이 진보적인 이슈에서 정부 여당과 같은 보폭을 맞춰온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서 정호성 부대변인은 "민주당의 2중대인줄 알았던 정의당은 부녀정당, 1촌정당이었다. 두 정당이 그토록 애틋한 이유를 이제 알았다"고 정의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은 정당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UAE 원전게이트가 터지자 국회의원이 접근하기 힘든 군사협정 국가기밀까지 들추며 그토록 열렬히 나섰던 이유가 무엇인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밀양 대참사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앞장서서 자유한국당 공격의 선봉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두 정당의 관계를 비꼬았다.

이는 과거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이 UAE 원전 게이트에 관하여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작년 말, 김종대 의원은 <한겨레>에 작성한 한 칼럼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두 정부 간 군사지원 내용을 담은 비밀 양해각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김 의원은 이후 MB가 UAE 원전 문제에 관하여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유한국당에 알리지 않았기에, 자유한국당이 몰라서 삽질을 한 것이며, 거짓말로 일관해 온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도된 정치공세로 일관해 온 자유한국당은 석고대죄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계속해서 정의당을 '효녀'에 비유했다. 자유한국당 논평은 "(정의당이) 지지율 폭락에 빠진 문재인 정권과 1촌정당인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나섰나 보다. 효녀정당 정의당을 바라보는 민주당은 무척 흐뭇할 것 같다. 정의당 역시 집권여당의 든든한 빽이 있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서로를 바라보는 두 정당 사이의 애정이 깊어질수록 국민들의 한숨도 깊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며 정의당이 자유한국당을 공격하고 정부와 협조할수록 국민의 한숨이 깊어질 것임을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논평
 자유한국당 논평
ⓒ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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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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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의당도 매섭게 응대했다. 자유한국당의 논평이 발표된 같은 날,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패륜정당 자유한국당은 주제파악이나 하기 바란다."는 이름의 논평을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딸이 우리 당원인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정치적 선택"임을 밝힌 뒤, "한 시민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어거지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뼛속 깊이 뿌리내린 고약하고 못된 습성"이라며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맞섰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의 힘이 아닌 촛불을 든 국민이 탄생시킨 것이라 생각"하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한 최대한 성공하는 것을 돕고, 엇나갈때는 따끔하게 비판하며 바른 길로 인도하려 한다"고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연일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데, "동서고금에서 이같은 행태를 일러 '패륜'이라고 부른다. 패륜정당 자유한국당은 이제는 자기 주제파악을 좀 하기 바란다"며 자유한국당을 질타했다.

문다혜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이지만, 엄연한 성인이다. 대한민국의 정당법상 성인이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그 당이 어떤 당이든 위헌정당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가입·탈퇴가 가능하다. 실제로 가족 간의 정치적 지향이 다른 경우는 흔하며, 국회의원 중에서도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3선, 정읍ㆍ고창)의 친동생인 유재길 후보가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은평을에 출마를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정의당을 '효녀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정의당과 민주당의 관계가 악화되어야 민주당 포위망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민주당을 포위해야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에 불리하게 설정된 정치지형을 반전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실정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의 보혁 구도는 자유한국당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민주당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민주당을 사이에 둔 샌드위치와 같은 형세로 민주당을 포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당은 이런 자유한국당의 바람에 응할 생각이 없는 모양새다. 정의당은 보수적인 색채를 띤 장관 후보자 임명에는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적폐청산 및 개혁에는 적극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효녀 정당', '패륜 정당' 논란은 이런 양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자녀의 정당 소속을 화제로 정의당의 개혁적인 태도를 비판하려다가 크게 반격당한 셈이다.


태그:#자유한국당, #정의당, #문재인, #정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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