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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형태 뱅꼬레 와이너리 대표
 하형태 뱅꼬레 와이너리 대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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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 ② 국내 최초로 아이스와인 개발 성공한 비결)

한국 와인이 주목받으면서 국내의 와이너리 가운데 2세들이 와인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뱅꼬레도 마찬가지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하형태  대표를 돕기 위해 가장 먼저 둘째 딸인 하세비씨가 나섰다.

와인 외길 인생을 걷는 아버지를 둔 자식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와인을 향해 난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특히 세비씨가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가 와인메이커이니 일찍부터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 역시 와인과 관련이 있는 학과인 식품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비씨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세비씨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와인제조 경험이 별로 없어서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재미있어요. 사람마다 와인 취향이 달라 그걸 맞추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와인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하형태 대표는 와인을 만들고 세비씨는 아버지가 만든 와인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성호씨도 하 대표를 도우면서 양조를 배울 예정이란다. 뱅꼬레 와이너리도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명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으리라.

"젊은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서인지 우리 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한국와인의 주요 소비층이 된다면 와인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해요."

이런 세비씨에게 바람이 있다. 하 대표는 와인전문메이커답게 '정통와인'을 고집하고 있다. 깊은 향과 맛을 지닌 드라이와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달콤한 와인을 선호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그렇다. 세비씨는 하 대표가 드라이와인만 고집하지 말고 달콤한 와인 생산에도 관심을 갖고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하세비씨
 하세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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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형태 대표는 어떤 와인을 만들고 싶을까? 그가 생각하는 한국와인은 어떤 것일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와인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특색이 담긴 와인이죠. 프랑스 와인은 어떻고, 독일 와인은 어떻고, 칠레 와인이나 호주와인, 남아공 와인은 어떻고 하면서 각 나라 와인마다 특색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직 우리 와인은 그게 없어요. 지금 만들어가는 단계죠. 초기 단계인데 그런 와인을 만들고 싶어요. 마시면 한국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와인을."

그렇다고 지금 생산되는 한국와인들이 특색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 대표는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와인의 장점으로 다양한 과일을 원료로 한다는 것을 꼽았다.

"우리나라 과일, 얼마나 맛있습니까. 외국에서는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데 우리는 다양한 과일을 접목해서 만들면 됩니다. 외국에는 우리나라만큼 맛있는 과일이 드물어요. 우리는 사과, 배, 감, 복숭아, 포도 같은 게 다 나잖아요. 다 맛있고. 이런 과일들을 가공하는 사업으로 시작된 게 파우치였지만, 지금은 와인 쪽으로 가고 있잖아요. 농산물 가공사업 중에서 와인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없어요."

과수산업이 와인산업으로 전환되는 것은 필연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과일로 와인을 만드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오디와인은 이미 출시돼 판매되고 있고, 감 와인과 아로니아 와인, 복숭아 와인은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하 대표와 뱅꼬레 와이너리의 와인생산시설을 둘러보면서 3월에 출시 예정인 감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상큼하면서도 깔끔한 맛은 여운이 오래 남아 꼭 다시 마셔보고 싶을 정도였다.

와인기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는 행운과 기쁨을 누리고 있다. 시판되는 와인도 시음하지만. 시중에서 돈을 주고도 절대로 살 수 없는 희귀한 와인들도 시음한다. 와인을 탱크에서 곧바로 꺼내 시음하거나, 숙성되고 있는 와인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음한 와인 중에는  장기 숙성용으로 만든 와인은 없었다.

그런데 하 대표는 이미 2006년에 만들었던 것이다. 하 대표는 인터뷰를 하면서 세비씨에게 2006년 레드와인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와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깨닫지 못했다. 다시 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퍼뜩 깨달았다. 2006년에 만든 와인이라고요? 대표님이 만든?

 하형태 대표가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숙성 와인. 2006년에 MBA로 만들었다.
 하형태 대표가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숙성 와인. 2006년에 MBA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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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장기 숙성용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우리도 로마네 콩티나 무통 로칠드 같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들었어요. 처음 나왔을 때는 이걸 마시라고 만들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진한 먹물 같다고 탁해서 어떻게 먹느냐고. 안 탁합니다. 여과해서 말갛습니다. 금방은 마실 수 없지. 숙성해서 마시는 와인이니까. 한 5년 지나니 좀 나아졌는데 그래도 마시기가 좀 그랬어요. 올해부터는 마실 만해졌는데, 조금 더 기다려도 괜찮을 거 같아요."

하 대표의 설명이다. 외국에는 오래 보관하면 할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와인이 있어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와인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런 와인을 만들 생각을 했고, 만들어서 보관 중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이번 와인기행 최대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프랑스 고급 와인 흉내를 낸 건데, 버건디라고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와인이 있거든요. 이건 MBA로 만들었는데 국물을 빼고 과피 비율을 높여 칼라가 진하게 나오게 했어요. 10년 숙성했더니 먹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지금도 마실만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더 깊은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스테이크와 같이 먹으면 아주 좋아요."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숙성 와인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하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으려니 이런 생각이 퍼뜩 머릿속을 스쳤다. 와인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값어치가 올라가겠지. 현재 천 병 정도의 재고가 남아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귀템'이 되어 값어치가 상승할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 와인은 한국와인의 역사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인이 귀하게 대접받아야 한국와인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한국와인생산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2015년 광명동굴이 문을 열면서 시작된 한국와인 붐은 2018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의 와이너리들은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출시하고 있다. 한국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 또한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어 한국와인 소비자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하 대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한국와인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올해 3월에는 감와인이 새로 출시될 예정이다. 숙성되고 있는 감을 확인하고 있는 하형태 뱅꼬레 대표
 올해 3월에는 감와인이 새로 출시될 예정이다. 숙성되고 있는 감을 확인하고 있는 하형태 뱅꼬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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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세계와 겨룰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1970년대부터 와인을 만들었으니 거의 50년 가까이 와인을 만들어왔잖아요. 한국와인 역사는 짧지 않아요. 기술력도 축적되어 있어요. 앞으로 한국와인산업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문제는 규제가 많다는 거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와인산업을 지원해야 해요."

하 대표는 규제를 없애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세법 개정을 들었다. 이는 한국와인생산자들 대부분 공감하면서 개정이 필요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식민지를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그게 아직까지도 살아 있어요. 일본은 다 바뀌었는데 우리만 고집하는 건 그게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인데, 바꿔야 해요.

또 자치단체를 경계로 원료 제한을 하는 것도 바꿔야 합니다. 그 지역이나 지역의 경계에서 나는 원료만으로 와인을 만들어야한다는 건데, 지역 구분 없이 국산 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죠. 한 가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다양한 과일을 블랜딩 해서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죠. 그러면 훨씬 다양하면서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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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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