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 코앞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유럽파가 모두 합류하는 3월 A매치부턴 실험이 어렵다. 자메이카전과 라트비아전이 마지막 기회다. 월드컵 본선을 꿈꾼다면, 이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30일 오후 8시(아래 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북중미 '다크호스' 자메이카와 맞붙는다. 자메이카는 대표팀의 새해 첫 A매치 상대였던 몰도바(FIFA 랭킹 166위)보다 훨씬 강하다. FIFA 랭킹 55위로 59위인 우리보다 순위가 높다.

자메이카는 북중미 최강자를 가리는 '2017 골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준결승전에선 우리와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는 멕시코를 1-0으로 눌렀다. 주축 선수들이 제외될 것으로 보이지만, 훌륭한 평가전 상대임이 틀림없다.

이재성과 김신욱, 그들을 위협할 창은?

대표팀은 새해 첫 A매치였던 몰도바전을 1-0 승리로 가져갔다. 그러나 만족보단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던 한판이었다.

대표팀은 90분 내내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풀어갔다. 상대 진영에서 오랜 시간을 볼을 소유했고,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전, 김승대의 순간 침투가 번뜩였고, 진성욱의 유연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하지만 문전 앞 슈팅이 부족했다. 짧고 빠른 패스로 기회를 엿봤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새해 첫 A매치 승리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이재성과 김신욱이 가져왔다. 이재성은 지난 시즌 'K리그1 MVP'이자 대표팀 중심다웠다. 볼을 다루는 데 여유가 넘쳤고,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린 뒤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김신욱은 결승골을 작렬했다. '2017 EAFF E-1 챔피언십'에 이어 또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4년 1월 이후 무려 3년 11개월 동안 골 가뭄에 시달렸던 과거는 잊혔다. 높이의 강점이 드러났고, 크로스 타이밍에 맞춰 수비를 따돌리는 움직임도 예리했다. 최근 A매치 4경기 3골이다. 손흥민과 황희찬 등 유럽파가 모두 합류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1월 터키 전지훈련의 목적은 '실험'이다. 이재성과 김신욱이 돋보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들은 K리그1 최고의 선수들이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지난달 E-1 챔피언십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가치를 증명했다.

이들 외의 선수들이 돋보여야 한다. 터키 전지훈련은 사실상 마지막 실험이다. 3월 유럽 원정 평가전부턴 최정예로 간다.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조직력을 다질 시기다.  

김승대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는 지난 2015 동아시안컵(현 E-1 챔피언십) 이후 2년 5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적응은 필요치 않았다. 몰도바전에 선발 출전한 공격진 중 가장 돋보였다. '라인 브레이커'란 별명에 알맞은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였다. 전방을 향한 패스가 조금 더 세밀했다면, 득점도 가능해 보였다. 자메이카전에도 나선다면, 공격 포인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17년 K리그1 '도움왕' 손준호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는 몰도바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자메이카전에선 선발 출격이 유력하다.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풍부한 활동량을 뽐내며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단 것을 증명해야 한다.

슈팅력에 강점이 있는 이창민, 대표팀 복귀전에서 아쉬움만 남겼던 이승기, 득점력에 대한 의문이 따르는 진성욱 등도 자메이카전을 놓쳐선 안 된다. 이재성과 김신욱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야만 최정예 대표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수비의 핵심', 김민재의 파트너를 찾아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대표팀 수비의 핵심은 김민재일 가능성이 크다. 부상 복귀전을 치른 몰도바전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김민재는 지난해 10월 1일 수원 삼성전 이후 4개월여 만에 공식경기를 치르는 선수라 믿기 어려웠다.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과 몸싸움, 높은 축구 지능과 흠잡을 데 없는 수비력,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까지 보였다.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 등을 단번에 지워냈다.

터키에서 남은 2차례 평가전을 비롯해 프로 2년 차 시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김민재의 입지에는 이상이 없을 전망이다.

관심은 김민재의 파트너다. 몰도바전에서 김민재와 함께 선발 출전한 김영권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전반전 45분만 뛰고 물러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표팀이 압도한 분위기 속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했다. 후반전 45분을 소화한 장현수도 다르지 않았다. 결정적인 패스 실수를 범하며 최대 위기를 자초했다.

윤영선과 정승현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윤영선은 수비 조율에 능하다. 수비가 올라서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발이 빠르고, 뒷공간을 메우는 데도 강점이 있다. 공중볼 다툼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정승현은 188cm-87kg의 타고난 신체조건을 앞세운 몸싸움과 공중볼에 강점이 있다. 투지가 넘친다. 상대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영리한 수비에도 능하다. 발기술도 좋다. 공격으로 전개하는 패스에 익숙하다. 몰도바전에서 기회가 없었던 만큼, 자메이카전과 라트비아전에선 출격이 예상된다.

윤영선과 정승현이 기존의 김영권, 장현수를 밀어내고 김민재의 파트너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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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VS자메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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