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가 새해 첫 A매치에서 승리를 챙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7일 오후 10시(아래 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몰도바와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FIFA 랭킹 166위 약체와 맞대결이었던 만큼 만족은 어렵지만, 다양한 실험과 승리를 챙기는 등 소득있는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의 목적은 확실했다. '실험'이었다. 4-4-2 전형을 내세운 가운데 김승대와 이승기, 김태환 등 한동안 대표팀과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섰다. A매치 10회 이상 소화한 선수는 4명뿐이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김성준, 중원에 배치된 이찬동은 A매치 데뷔전이었다. 

그래서일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득점 기회는 딱 한 차례 만들었다. 전반 30분, 우측 풀백 김태환의 크로스에 이은 진성욱의 헤더, 고요한의 문전 앞 슈팅이 골문을 위협했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전 시작 직전 교체 카드 3장을 꺼내 들었다. 김영권과 고요한, 이승기를 빼고, 장현수와 이재성, 김신욱을 투입했다. 효과가 있었다. 지난 시즌 'K리그1(클래식) MVP' 이재성은 남달랐다. 날렵한 드리블로 수비를 따돌렸고, 영리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후반 17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후반 23분, 선제 결승골이 터졌다. 김신욱이었다. 홍철의 코너킥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대표팀은 추가골을 노렸다. 선제골이 터지기 직전(후반 19분), 지난 시즌 K리그1 '도움왕' 손준호가 투입됐다. A매치 데뷔전이었다. 후반 26분에는 이근호와 이창민이 김승대, 진성욱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번뜩였다. 폭발적인 스피드나 화려한 개인기를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볼을 다루는 데 여유가 넘쳤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을 통해 수비를 따돌렸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잇달아 올렸다. 특히, 후반 막판 김신욱에게 연결한 크로스는 완벽했다. 김신욱이 가슴 트래핑 이후 슈팅한 볼이 수비에 막혔지만, 이근호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새해 첫 A매치, 긍정적 부분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팀 핵심인 유럽파가 합류하지 못했고,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인해 빠진 선수도 있었다. 지난달 열린 '2017 EAFF E-1 챔피언십'에 나서지 못했던 새 얼굴도 상당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훈련 기간에 소집됐고, 새해 첫 A매치였단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공격 진영에선 짧고 빠른 패스로 기회를 만들려는 의지가 보였다.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의 순간 침투, 유연한 스트라이커 진성욱의 연계 플레이, 가치를 증명한 이재성과 김신욱, 여유가 넘친 이근호 등 대표팀 공격은 다양했다. 골 결정력과 마무리 패스 성공률이 높아진다면, 대표팀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좌우측 풀백으로 나선 홍철과 김태환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차례 뒷공간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데 힘을 보탰다. 수비 시에는 중원 싸움에 가담하는 모습과 깔끔한 볼 처리 능력을 보여줬다. 크로스의 세밀함과 중거리 슈팅 능력 등이 더해진다면, 김진수와 김민우, 최철순을 위협하는 풀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김민재, 몰도바전서 얻은 최고의 소득

김민재가 부상에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이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태용호 새해 첫 경기 최고의 소득이다.

김민재는 이날 출전한 중앙 수비수 중 가장 완벽했다. 공중볼을 완전히 장악했고, 1: 1 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었다. 몸싸움과 스피드, 센스 등 모든 면에서 상대 공격수를 압도했다. 특히, 패스 길목을 예측해 공격을 차단하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상대 진영에 오랜 시간 머물렀지만, 뒷공간을 헌납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빌드업 능력도 뽐냈다. 김민재는 짧고 빠른 패스로 공격의 속도를 더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하는 긴 패스도 정확했다. 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선 공격에 가담해 위협적인 헤딩슛을 보여줬다. 몰도바 수비 숫자가 훨씬 더 많았지만, 타점 높은 헤더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김민재의 복귀전 활약이 돋보인 데는 선배들의 실수도 한몫했다. 전반전에 김민재와 함께 후방을 지킨 이는 김영권이었다. 김영권은 전반 19분, 박스 부근 볼 경합 도중 실수를 저질렀다. 재빨리 상대 공격수의 볼을 뺏어내며 슈팅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전과 본선 알제리전 등 잦은 실수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안정감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

김영권은 전반전 45분만 소화하고, 벤치로 물러났다. 김민재의 후반전 파트너는 '주장' 장현수였다. 장현수의 실수는 더 치명적이었다. 후반 35분, 장현수는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실수를 범하며 역습을 허용했고, 골문 바로 앞에서 슈팅을 내줬다. 슈팅 상황이 오프사이드에 걸렸지만, 절대 나와선 안 될 장면이었다. 대표팀 주장임에도 경기력에 대한 의문이 상당한 만큼, 황당한 실수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대표팀은 30일 자메이카를 상대하고, 내달 3일에는 라트비아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A매치 3경기 만에 대표팀 핵심 수비수로 올라선 김민재는 현재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 김영권과 장현수는 신태용 감독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대표팀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조직력을 더해가면서 성공적인 터키 전지훈련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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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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