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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가을로 접어들 무렵인 지난해 9월, 시민기자들이 보내온 기사들을 편집하다 뜻밖의 글을 만났다. 산을 오르며 겪은 일화로 시작해 자신만의 통찰로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산문이었다. 글의 내용이 좋을 뿐만 아니라 문장들의 문법도 완벽했다. 맞춤법 또한 틀린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보통 시민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들을 편집할 때면 아무리 주옥같은 문장과 감동적인 사연이 담긴 글이라 할지라도 한두 군데 정도는 실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명수 시민기자의 글에는 여러 번 읽어봐도 딱히 손볼 데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프로필을 확인해봤다. 역시... 이명수 시민기자는 현직 출판사 편집자이자 등단 작가였다. 수십 년간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에서 수많은 글을 고치고 다듬어왔단다. <문학21> 3천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그때 쓴 소설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으로 1997년 책을 냈다.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등단해 불교방송 <명상의 시간> 원고 등을 집필한 경력도 있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에서 '산에서 즐기는 인문학적 붓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연재 중이다(기사보기 : http://omn.kr/pi8x). 타인의 글을 만져 세상에 내는 일을 해온 그는 왜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서 보내게 됐을까. 지난 22일 이명수 시민기자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댓글 덕분에 다시 글 쓰는 '프로' 작가

 교정 중인 이명수 시민기자
 교정 중인 이명수 시민기자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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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편집자이면서 등단 작가인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실토하자면, 나는 젊은 시절에 마구 글을 썼고 그것을 책으로 펴냈다. 20여 권의 저서가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 읽어 보니 치기만만하고 글답지 않은 글이 태반이었다. 깊게 사유하지 않고 썼기에 내용이 빈약하고 논리가 어설펐다. 원고를 쓰는 동안 밤잠을 설치며 내 나름대로는 코피까지 쏟아내며 쓴 작품들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책을 찍어내는 데 필요한 종이를 만드느라 희생된 나무와 잉크에 미안해지는 함량 미달의 글이 많다. 그런 졸작을 세상에 내어놓은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 후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습관처럼 글을 끼적거리기는 했지만, 책으로 펴낼 생각은 않고 블로그에 올렸다. 많은 누리꾼이 내 블로그를 방문해 댓글을 달았다. 이따금 '책으로 출판해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다. 진심을 담은 댓글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출렁거리게 할 수 있다. 가치를 지니지 않는 글은 발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이 있기에 블로그에 올린 글을 다듬어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상에 내보내는 중이다."

- '산에서 즐기는 인문학적 붓장난'이라고 연재명을 정한 이유가 있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나는 철저하게 돈이 안 드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산에서 야생화 감상하는 것, 산에서 붓글씨 쓰는 것 등이다. 산을 유심히 보면 대자연의 오묘한 아름다움과 신비가 곳곳에 숨 쉬고 있다. 철 따라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고, 명상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대자연을 읽고 해석하다 보면 어떤 깨달음이 생긴다.

나는 정식으로 서예를 배운 적이 없고, 서법을 연습하지도 않았다. 서예가가 아니라서 지금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쓴다. 붓장난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음공부의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붓에다 먹물을 묻혀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글귀나 생활의 멋을 노래한 시구(詩句)를 한 자 한 자 쓰다 보면 그 뜻이 가슴에 새겨진다. 그냥 눈으로 글씨를 읽는 것과 정신을 집중하여 종이에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산에서의 붓장난은 혼자서 유유자적 즐길 수 있어서 좋은데, 그렇게 산에서 붓장난을 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누군가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 수십 년 넘도록 편집 일을 했는데... 
"편집자로 책을 만들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30년이다. 출판 편집자는 지식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직업 중의 하나이지만 재미와 보람도 쏠쏠하다. 늘 새로운 원고를 검토하고, 새로운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편집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은 책을 만든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언제 생각해도 진리다. 나도 그렇게 멋지고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이 길을 걸어왔다."

"다독보다는 숙독... 17번 읽은 책도 있어"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 단풍이 고운 가을 휴일에 남양주 축령산 전망대에서 쓰다. 추사는 가슴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다.
 이명수 시민기자가 남양주 축령산 전망대에서 쓴 글씨.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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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로서 봐야 할 글이 많아서 본인의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직장생활이 창작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글쓰기는 나의 존재 의미라고 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 주로 언제 글을 쓰나.
"나는 종종 '원시인'이란 소리를 듣는다.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생활을 하고 있기에 듣는 소리다. 나는 현대인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 승용차, 신용카드가 없다. 문명의 이기는 분명 편리함을 주지만, 괜히 바쁘게 만들고, 사유하는 시간을 빼앗고, 무엇보다 자유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불편을 선택하고서 좋은 것은 내 시간을 온전히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평일에는 퇴근 후 1시간 30분 정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주말에는 새벽에 4시간가량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쓰기 싫어질 때 극복 방법이 있나.
"활자 중독이라고 할 만큼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글이 막힐 때는 억지로 쓰려고 하지 않고 독서삼매경에 빠져든다. 다른 작가의 좋은 작품이 분발심을 북돋아 주곤 한다."

- 책을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나.
"젊은 시절에는 닥치는 대로 읽어치웠다. 잡식성이었다. 그러다가 '수박 겉핥기식'의 독서로는 얻는 것이 적다는 것을 깨닫고 정독(精讀)하는 버릇을 들였다.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욕심을 애써 억제하고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는다. 옛 현인들과 오늘날의 믿을 만한 석학들은 정독과 숙독, 그리고 반복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누군가가 독서법을 물으면 이 방법을 말해준다. 나는 17번을 반복해 읽은 책이 있다."

- 작가나 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추천하겠다. 옛글들이 많아 쉽게 읽히지는 않겠지만, 잘 읽어보면 얻는 것이 많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한다면, 스티븐 킹의 <창작론>을 권하겠다."

-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누군가가 말했듯이 작가는 세상을 향해 연애편지를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편지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문집에 '양덕 사람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이란 글이 나온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북돋우고 줄기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나무를 애써 가꾸지 않고서, 갑작스레 꽃을 얻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를 북돋워 주듯 진실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줄기를 바로잡듯 부지런히 실천하며 수양하고, 진액이 오르듯 독서에 힘쓰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듯 널리 보고 들으며 두루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것을 헤아려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이요,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문장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은 성급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서 내가 말한 뜻만 좇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처럼 문장이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독서와 공부로 내공을 쌓아야 한다. 학식이 가슴 속에 쌓이고 쌓이면 저절로 흘러넘쳐서 좋은 문장이 될 것이다."

등단한 선배의 조언 "독하고 힘들게 쓰라"

 이명수 시민기자.
 이명수 시민기자.
ⓒ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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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나만의 명언이나 문장이 있나.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이름으로 펴낸 여러 권의 저서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을 만난 후다. 오래전 우연히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 몇 잔을 함께 마셨는데, 그녀의 치열한 창작 정신이 죽비처럼 나를 후려쳤다.

최명희 선생은 장장 16년 동안 <혼불>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여 한 자 한 자 새기며 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무한한 공을 들였기에 언어의 조탁이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다. 글쓰기의 고통이 얼마나 힘겨운지 절절히 묻어나는 대목은 작가 후기에도 나온다.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최명희 선생을 만난 후부터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들어졌다.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원고를 찢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잡문 한 편을 쓰더라도 공부한다는 심정으로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사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생겼다."

-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기 위해 도전하거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려는 '꿈나무'들이 많다. 출판사 편집자이자 선배 작가로서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
"솔직히 말해서 우리 사회에서는 글만 써서 밥 벌어 먹고살기 어렵다. 사람들은 흔히 '작가' 하면 유명한 몇몇 사람을 떠올린다.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 유명 작가를 상상하고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 직업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는 빛나고 화려하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문화·예술 분야의 어둠은 깊고도 짙다. 십중팔구는 극빈자 생활을 면치 못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아주 더딘 일이다. 한 줄 한 줄을 썼다 고치기를 반복한다. 읽은 만큼 보이고, 들은 만큼 알고, 본만큼 이해하는 것이 세상의 진리다. 글을 쓰는 것이란 인풋과 아웃풋이 비례하지 않는다. 다른 일은 어느 정도를 넣으면 어느 정도의 물건이 나온다고 예상할 수 있지만, 창작 세계는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몇 년 동안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자 사자 작품을 쓰고도 보통 직장인 한 달 급여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 수도 있다. 또한, 책을 출판해 주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하면 책을 펴낼 수조차 없다. 예술이란 그 미명을 들춰보면 이렇듯 부조리한 세계다. 돈에 쪼들려 지지리 고생하면서도 '좋아서 하는 일인데 누굴 탓해' 하는 자조 섞인 한탄이 가득한 곳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울하거나 배고프거나 미치거나 해야' 꿋꿋하게 이 길을 갈 수 있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적당한 재능을 지닌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고난의 길이다. 힘들고 먼 길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근성이 필요한 길이므로 독한 마음가짐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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