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가 선택한 아웃사이더 영화 홍보 이미지

▲ 마크롱, 프랑스가 선택한 아웃사이더 영화 홍보 이미지 ⓒ Black Dynamite Production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최근 세계 외교무대에서 돋보이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탓에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그 힘의 공백을 솜씨 좋게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국내 분위기도 아주 나쁘지 않다.

넷플릭스가 방영하고 있는 <마크롱, 프랑스가 선택한 아웃사이더(Emmanuel Macron : les coulisses d'une victoire, 얀 레노레 감독)>는 마크롱의 대통령 당선 과정을 소재로 한 TV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2017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선거를 200일 앞둔 시점부터 마크롱이 새 대통령으로 확정된 2차 선거 당일까지 그의 대선 캠페인 일정을 따라가며 기록한 결과물이다.

영화는 5600개 좌석을 다 채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준비했던 마크롱의 파리 첫 집회를 시작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의 불출마, 민주운동당 후보 프랑수아 바이루의 마크롱 지지 선언, 극우 정치인 마린 르 펜과 자웅을 겨루었던 TV 토론 등 선거 기간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각종 이슈에 대처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마크롱과 그의 캠프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가 마크롱이 승리한 비결을 콕 집어 보여주는 건 아니다. 그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와 그의 캠프가 얻은 승리가 거저 얻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르 펜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이 정권을 잡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당시 프랑스사회 분위기가 그 승리에 지대한 역할을 한 건 맞지만, 선거를 준비하고 치르는 동안 마크롱과 그의 소속 정당 앙 마르슈가 보여준 노력과 성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승리 요인이었다는 뜻이다.

위트와 돌파력으로 위기 상황 수습한 마크롱

이 영화는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크롱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공무원과 은행가로 살아 온 엘리트, 24살 연상 배우자와 결혼한 남성이라는 기존 이미지 외에 촉망받는 정치 리더로서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상당수 배치돼 있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두 가지 꼽자면,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여줬던 위트와 돌파력이 빛난 장면들이다.

한 박람회장에서 유세 일정을 소화하던 마크롱이 불시에 한 시민이 던진 달걀에 뒤통수를 맞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격해지자 경황이 없는 중에도 그는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오히려 주위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미소 띤 얼굴로 "직업병 같은 거죠. 또 던지지는 않겠죠? 달걀로 머리를 감았네요"라는 농담까지 던진다. 이런 여유와 위트는 다른 장면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마크롱, 프랑스가 선택한 아웃사이더 영화 한 장면. 마크롱이 월풀 공장 노동자와 이야기나누고 있다.

▲ 마크롱, 프랑스가 선택한 아웃사이더 영화 한 장면. 마크롱이 월풀 공장 노동자와 이야기나누고 있다. ⓒ Black Dynamite Production


그가 다국적기업 월풀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는 장면은 좀 더 극적이다. 월풀이 공장을 폐쇄하고 이전한다는 소식에 성이 난 노동자들이 타이어를 태우고, 시위 장소를 방문한 마크롱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언제든지 돌발행동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마크롱은 위험하다는 만류를 뿌리치고 시위대 속으로 들어가 진지한 토론을 이어간다.

이상 두 에피소드에서 돋보이는 것은 마크롱의 큰 배포와 위기 대처 능력이다. 필자는 이런 그의 태도를 보면서 그가 위기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리더로서 자질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됐다. 물론 앞으로도 그가 이런 면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필자는 한국 정치인들이 마크롱처럼 시민들과 만나 격의 없이 토론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그런 일이 많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언론 매체들이 그런 모습을 보도하는 데 인색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어느 쪽이든 앞으로 그와 다른 모습들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괜히 시장을 돌면서 악수하거나 하나 마나 한 소리만 늘어놓는 정치인 말고, 각종 문제의 현장에서 시민들과 일 대 일로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준비된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마크롱, 프랑스가 선택한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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