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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한 번, 각 반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저녁시간에 반모임으로 만난다.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근무시간 이후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모임에서는 그 달의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이루어진다.
▲ 학부모와 함께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강릉 운양초등학교 매달 한 번, 각 반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저녁시간에 반모임으로 만난다.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근무시간 이후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모임에서는 그 달의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이루어진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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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초등학교는 강원도 강릉에 있는 작은 학교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교생 18명밖에 되지 않는 학교였지만, 2017년 현재 학생 수가 75명으로 늘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한 몸이 되어 펼친 교육 활동이 입소문이 나면서 학교가 살아난 것이다.

작은 학교를 일구자고 힘을 모은 건, 선생님과 학부모들이었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의논하면서 학교상을 세우고, 교육철학, 교육과정을 직접 만들었다. 일일이 강릉시 외곽의 여러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어느 학교가 좋을지 의논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렇게 찾게 된 학교가 바로 운양초등학교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계속해서 순환하며 근무하기 때문에 뜻을 같이할 교사를 찾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학부모들과 함께 학교 만들기에 애썼던 서배성 선생님은 운양초에 근무하고 있던 선생님들과 지역의 여러 교사들을 만나 설득하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매달 한 번, 각 반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저녁시간에 반모임으로 만난다.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근무시간 이후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모임에서는 그 달의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이루어진다.

또 학교의 모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모이는 사랑방도 매달 열린다.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는지에 대한 나눔과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데, 학부모의 참여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리고 2월에는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모임(워크숍)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운양초 교사들은 매일 방과후에 연구실에 모여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을 수업수다라고 하는데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다를 떤다는 의미이다. 주로 수업을 왜 하냐? 의미는 무엇이냐? 등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기술적으로 잘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왜 가르치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수업 혹은 주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 것을 운양초에서는 '주제의식'이라고 불렀다. 수요일에는 특별히 더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반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들도 공유하고, 적응이 더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학생들도 정기적인 학생자치회로 모인다. '다모임'이라 불리는 학생자치회의는 한 달에 2번 정도 열린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학교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 학예회, 들살이, 들놀이 같은 행사도 의논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나 생활문제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운양초의 교육철학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함께 만든 교육철학이기에 누구나 주인의식을 가진다. 학생들을, 스스로 삶을 가꾸는 주체적인 학생으로, 또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가겠다는 것이었다. 운양초 교사들은, '아동과 만나기 전에 어떻게 교육목표가 설정될 수 있는가? 그건 폭력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대로 운양초에서는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 지금 아이들의 성장과 시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해 수업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운양초에서 긴 시간 애써온 서배성 선생님은 이런 토론과 소통의 문화가 자리 잡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런 문화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진 협력적인 교육문화를 배워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협력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 학부모들이 먼저 협력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양초는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협력하고, 뜻을 모아가는 과정에 힘썼다. 국가교육, 전문가에 떠맡기기보다. 마을의 교육 주체들이 뜻과 정성을 모아 아이들을 온전히 키워가는 생기있는 교육문화가 이 땅 곳곳에 많이 만들어지길 소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신문에도 http://admaeul.tistory.com/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민주시민교육, #운양초등학교, #서배성, #밝은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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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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