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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헌법 개정과 관련해 6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가 개헌과 관련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쟁점들을 연속기고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련 내용에 대한 어떤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갑자기 국민투표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국민투표법 제1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국회가 보완입법을 하지 않는 바람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법리해석일까?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필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살펴보자. 문제가 된 조항은 국민투표법 제14조이다. 법조항은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제14조(투표인명부의 작성) ①국민투표를 실시할 때에는 그때마다 구청장·시장·읍장·면장은 국민투표일 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 및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재외국민으로서 같은 법 제6조에 따른 국내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조항에서 위헌판단을 받은 부분은 밑줄친 부분이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와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만 투표인명부에 올리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그 이유는, 국내에 거소를 두지 않은 재외국민은 투표인명부에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위헌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키지는 않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키면 국민투표를 할 수 없으므로 국회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선하는 입법을 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국회가 2015년 12월 31일이 지날 때까지 법개정을 하지 않는 바람에 2016년 1월 1일부터 위 밑줄친 부분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데 있다.

보완입법 하지 않고 이제와 딴소리?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번 개헌 핵심은 반드시 권력구조 개편에 있다는 걸 국민에게 만천하에 알리고 우리가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성태 "권력구조 개편 개헌 "강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번 개헌 핵심은 반드시 권력구조 개편에 있다는 걸 국민에게 만천하에 알리고 우리가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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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보완입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그런데 그것을 핑계로 개헌을 지연시키겠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얄팍한 속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개헌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위 밑줄친 부분이 무효가 되었어도 국민투표법을 잘 살펴보면, 대통령령인 국민투표법 시행령을 손봐서 개헌국민투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선 국민투표법 제7조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투표권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권과 관련해서는 법을 손볼 필요가 없다. 

즉 위헌판단이 내려진 국민투표법 제14조는 투표권 자체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투표인 명부 작성에 관한 조항이다. 한마디로 투표준비 절차에 관한 조항인 것이다. 이런 절차에 관한 조항은 반드시 국회에서 법률로 구체적인 것까지 규정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령에 상당부분 위임해도 좋은 내용인 것이다.

그리고 국민투표법 제14조를 잘 살펴보면, 제6항에서 "투표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작성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즉 투표인명부 작성에 대해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은 부분은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위임규정까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서 일부 무효로 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대통령령으로 투표인명부 작성에 관해서 정하면 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재외국민의 투표인명부 작성에 대해서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면 된다. 그러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도 존중된다. 지금의 위헌적인 입법공백 상태도 해소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투표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해야 한다.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치졸하게 국민투표법 개정을 방해한다면, 국민투표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된다. 

물론 국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에 대해 지금이라도 합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판단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법개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동시 개헌국민투표'를 막는 수단으로 국민투표법 제14조가 위헌·무효로 된 것을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생각이다. 위헌으로 판단났으면 하루빨리 보완하는 것이 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국민들의 국민투표권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자유한국당이 보이는 행태는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도저히 취할 수 없는 태도이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유한국당이 국민투표법 개정을 막는다고 해서 개헌국민투표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법리해석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치졸한 방해 때문에 개헌국민투표를 못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투표법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국민투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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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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