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를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의 모습.

제프를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의 모습. ⓒ 파라마운트 픽쳐스


"이웃이란 뜻 몰라?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고, 생사에 관심 가져주고! 너흰 하나도 그렇지 않아!" 

이제 이웃은 층간 소음, 담배 냄새 등으로 인해 경계 대상으로 간주된 지 오래다. 이를 보면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었던가 싶다. 하지만 혼자 사는 여성·독거노인 등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가족? 친구? 경찰? 그들도 연락받기 전까진 알 길이 없다. 결국 이들을 곧바로 도울 수 있는 사람 또한 이웃이다.

영화 <이창>에서 유명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카레이싱 촬영 중 다리 부상을 입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그는 음악에 매진하는 작곡가, 갓 결혼한 신혼부부, 외로운 나머지 가상의 상대와 대화하는 고독한 부인, 남자가 차고 넘치는 열정적인 발레리나 등 다양한 이웃들을 지켜보며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잠들기 전 쨍그랑 소리와 여자 비명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는 무시하고 잠든다. 그런데 새벽에 깨보니 비가 쏟아지는 데도 건너편 부부의 남편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여러 차례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모습이 의심스러운 그는 대체 무슨 영문인지 캐내기 시작한다.

거장 감독이 말하는 이웃의 의미

<이창>은 내내 그들을 지켜본다. 제프는 이웃을 지켜보고, 관객은 제프와 이웃을 지켜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관객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느끼길 바라는 것 같다. 그 무언가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이웃 간 관심의 부재'다. 제프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유일한 인물이다(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이지만). 그로 인해 외로움에 사무쳐 자살을 시도하던 여성을 구하고, 묻힐 뻔 했던 한 여성의 살인 사건도 밝혀낸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홀로 쓸쓸하게 죽어간 독거노인, 범죄에 희생된 혼자 사는 여성 관련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큰 문제로 대두되는 데이트 폭력 또한 주변의 도움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집(또는 집 근처)에서 무차별 폭행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괜히 섣불리 껴들었다가 불똥 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피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만이라도 한다면, 관심에서 비롯된 작은 도움으로 우리는 인명을 구한 영웅이 될 수 있다.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제프를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와 리사를 연기한 그레이스 켈리.

제프를 연기한 제임스 스튜어트와 리사를 연기한 그레이스 켈리. ⓒ 파라마운트 픽쳐스


<이창>의 오프닝 장면에는 커튼이 올라가는 창문이 나온다. 이 장면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에겐 영화의 시작, 제프에겐 이웃 관찰의 시작이다. 이웃들은 그를 위한 각각 한편의 영화다. 그들을 보며 심심함을 푼다. 이는 여가시간을 영화로 보내는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히치콕 감독은 거동이 불편한 그를 통해, 영화관에 갇혀 관람하는 관객을 묘사한다. 그 중 관객과 그가 가장 동화되는 지점은 역시 감독의 주 무기인 서스펜스가 발현되는 지점이다. 연인 리사(그레이스 켈리)가 위기상황임을 알지만 다리를 다쳐서 어찌할 수 없는 그는, 영화 속 인물의 위험을 목격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거리는 우리와 똑 닮아있다.

영화에서 제프의 활동공간은 대부분 자신의 집안이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마더!>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양한 촬영 기법을 통해 제한적인 느낌이 들지 않게 노력한 <마더!>와는 또 다르다. <이창>의 주인공 또한 집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같다. 대신 그의 시선을 통해 창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웃들을 관찰한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야에 따라 관객의 시야도 확장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맥거핀(초반에 중요한 것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져 버림으로써 관객의 몰입과 이완을 유도하는 장치)을 이용해 서스펜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 서스펜스 또한 평범하지 않다. 위에 말했듯 관객이 서스펜스를 느끼는 장면 속 서스펜스를 겪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기존의 것을 한 차례 비튼다.

히치콕 감독은 '갇힌 공간 속'이라는 제한된 상황을, 현대 영화의 발전된 기술 없이도 훌륭하게 연출했다. 거기에 1950년대 미국 뿐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에도 적용되는 메시지까지 담았다. 지금부터 우리도 이웃에 관심을 좀 더 가져보면 어떨까. 어쩌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지도.

이창 히치콕 영화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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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꿈꾸는 일반인 / go9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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