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진보인 국민의당과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를 만들며 더 크게 성장할 것을 고대한다."

24일 바른정당 창당 1주년 기념식의 포문을 연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축전이었다. 기념식이 열린 당사 입구에는 안 대표가 보낸 축하 화환이 서 있었다. 창당 첫 돌을 맞은 동시에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목전에 둔 바른정당의 현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이었다. 안 대표는 이날 축전에서 "중도 개혁의 세력을 힘을 하나로 모아 힘차게 전진하고 승리하며 한국 정치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만들자"라고 당부했다.

유승민 대표가 기념사에서 목소리를 높인 대목도 통합이라는 새 길이었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이 하고 싶은 정치가 약해지고 사라지는 통합이라면 나는 절대 통합하지 않는다"라면서 "통합개혁신당이 출범한다고 개혁보수의 길을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정병국 전 대표의 소개로 무대로 나온 이 의원은 "유승민 대표가 내용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진보적인 것 같고, 안철수 대표도 내용을 보면 (유 대표보다) 보수적인 것 같다"라면서 "유 대표님, 우리도 잘 부탁드린다. 앞으로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 의원의 발언에 앞서 "입당하러 온 것 같다"라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태경 "큰형님 유승민과 독철수 안철수의 화학적 결합"

"우리는 험난한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
"탈당사태로 진통을 겪은 바른정당."

기념식에 앞서 상영한 바른정당 1년 정리 영상에서는 유 대표와 대선 경선을 치른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의원, 김무성 의원 등 한국당으로 복당한 인사들의 얼굴이 차례로 등장했다. 33석에서 9석, 한자릿수 정당이 되기까지. 비상시국회의에서 개혁보수신당으로 그리고 지금의 이름을 갖기까지. 바른정당이 1년간 겪은 풍파를 요약한 장면이었다.

초대 당 대표였던 정병국 전 대표는 소회를 전하는 자리에서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는 "100일도 안 돼 이 대열에서 탈락한 사람들, 또 1년이 되지 않아 또 탈락한 사람들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떠나간 이들'에 대해 "언젠가는 후회하고 우리 당에 다시 기웃거리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저 낡고 부패한 보수를 교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가슴에 새기고 그 길을 같이 가주길 바란다"라면서 통합 명분이기도 한 '보수 교체'를 당부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에서 대구시장이 당선 안 되면 문을 닫겠다고 했으니 대구시장에 총력을 다하겠다"라며 한국당과의 '보수 경쟁'을 강조했다. 그는 "영남의 보수가 '한국당이 과연 자기들을 떳떳하게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냐'는 데 이미 회의를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 당에 금방 오시지는 않지만 밑바닥 민심이 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가짜 보수'를 강조하며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그는 "한국당을 비판할 때마다 저보고 살살하라는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그분들은 다 돌아갔다"라면서 "가짜 보수 1기는 친박 간신 정당이고, 2기는 여기서 진화해 21세기에도 여전히 빨갱이 사냥하는 극우 정당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하 의원은 유 대표와 안 대표의 시너지를 '큰 형님'과 '독철수'의 화학적 결합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유 대표님이 까칠하기로 소문났는데 (본인 주장을 내려놓을 줄도 알고) 큰 형님이 다 됐다"라면서 "(안 대표도) 물철수가 아니라 독철수가 돼서 강한 리더십으로 태어난 것 같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유 대표와 안 대표의 성씨에 있는 이응 자 두 개로 '산소(O2) 결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승민 "원희룡 통합신당 함께 가주길"

유 대표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표현처럼, 바른정당의 앞길이 마냥 '꽃길'만은 아니다. 통합까지 가는 길도 쉽지만은 않다. 통합반대파와 찬성파가 양분하는 국민의당 내부 상황이 대표적이다. 유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이 계속 진통을 겪는 와중에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지만, 내달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최대한 빠른 시기 안에 양당 통합신당이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노력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유 대표가 대구시장 총력을 주창하긴 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바른정당의 인물난은 한국당 못지않다. 유 대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종 결정은 안했지만, 통합신당으로 같이 가주길 바란다"라면서 "현역 차출론 이야기도 나오는데, (출마한 사람이 없고) 현역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아 시도지사의 경우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 끝에는 유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등이 평창동계올림픽 종목인 컬링 선수로 등장하는 홍보영상도 소개됐다. 이들은 빙판 위에서 한국당 상징 색인 빨간색의 스톤을 바른정당을 상징하는 하늘색 스톤으로 밀어내는 연기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