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논란이 된 결과 중 하나는 외야수 부문이었다.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99표 득표로 5위에 그친 것이다. 득표수 3위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버나디나(KIA)의 190표에 비해 100표 가까이 적은 득표에 머물렀다.

2017시즌 박건우의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면 골든글러브 투표인단이 그를 과소평가했음이 드러난다. 박건우는 타율 0.366으로 1위 김선빈(KIA)의 0.370에 0.004만이 부족할 따름이었다. 리그 외야수로 국한하면 최고 타율이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1.006으로 리그 5위였다.

박건우는 20홈런 20도루로 두산 구단 역사상 최초로 20-20클럽에 가입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타자 중 역대 네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 시즌 박건우의 호성적은 그가 3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며 비롯된 체력적 부담을 극복하고 이룬 결과라 더욱 값졌다.

골든글러브 수상 실패는 둘째 치고 매우 저조한 득표수에 많은 이들이 납득하지 못했다. 박건우의 소속팀 두산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탓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골든글러브 투표인단의 자격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가 빗발쳤다.

▲ 두산 박건우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박건우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그는 2009년 2차 2라운드 1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청소년 대표 동기 정수빈에 비해 1군 정착이 늦었다.

2015시즌 70경기에 출전해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율 0.342 5홈런 26타점 OPS 0.912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6시즌에는 132경기에 출전해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며 타율 0.335 83타점 20홈런 OPS 0.940의 기록으로 두산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두산을 대표하는 주축 선수로 성장한 박건우지만 2018시즌은 더욱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두산의 외야진이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큰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FA 자격을 취득한 민병헌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현수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박건우는 중심 타선의 일원인 3번 타자로 주로 출전했다. 그가 소화한 543타석 중 가장 많은 62.2%에 해당하는 338타석을 3번 타자로 나섰다.

하지만 2017시즌 주로 1번 타자를 맡았던 민병헌의 이탈로 박건우가 1번 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가 김재환, 오재일과 함께 중심 타선을 구성하게 되면 박건우는 리드오프로 타순이 바뀔 수 있다.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박건우를 1번 타순에 배치할 경우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팀 내에 풀타임 1번 타자를 맡아줄 타자가 마땅치 않은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건우는 2016시즌 540타석 중 가장 많은 74.1%에 해당하는 400타석을 1번 타자로 나선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18시즌 박건우가 골든글러브에 재도전해 처음으로 수상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더 많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무술년 박건우의 활약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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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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