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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려고 사무실 건물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려고 사무실 건물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 4대강다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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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기자회견] "질문하지 마세요"

"질문하지 말라는 게 앞뒤가 맞나요?"
"성명 발표하니까 기자를 부르신 거 맞잖아요. 그런데 왜 질문 못 하게 해?"

지난 17일 오후 5시경, 서울 삼성동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건물 앞에서 진을 치던 70여 명의 기자 중 한 기자가 큰소리로 항의했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가 나와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을 탑승하고 나갈 때도 근접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기자들을 부른 건 이 전 대통령 측이었지만 기자회견장에는 4~5명의 풀(pool) 취재단만 들였다. 언론사 기자들은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에서 가위바위보로 풀 단을 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3분 동안 회견문을 낭독한 뒤 질문도 받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기자들이 거의 없는 기자회견장의 씁쓸한 풍경이다.

검찰 수사 반박하는 MB와 지켜보는 측근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측근들이 회견장에 줄지어 서 있다.
▲ 검찰 수사 반박하는 MB와 지켜보는 측근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측근들이 회견장에 줄지어 서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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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퇴임한 전직 '불통 대통령', 그가 이날 남긴 말의 주요 키워드는 이것이다. 

'정치보복' '정치공작' '짜 맞추기 수사'.

자기가 하지 않는 일을 사실인 양 꾸미려는 의도의 검찰 수사라면 이 주장은 맞다. 하지만 국정원 특활비 상납은 그의 측근 입에서 나왔다. 그가 다스 실소유주라는 진술도 쏟아졌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이날 기자들의 질문을 막을 게 아니라 정치공작의 전모를 밝히는 게 나았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는 사실은 없고 수사(修辭)만 있었다. 진실은 없고 정략만 있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 부역자와 저항자

 곽승준 교수가 4대강 다큐팀이 카메라를 피해 사무실로 가는 모습.
 곽승준 교수가 4대강 다큐팀이 카메라를 피해 사무실로 가는 모습.
ⓒ 4대강 다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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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에게 소개하고 싶은 두 사람이 있다. 최근 오마이TV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다큐 제작팀이 직접 만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이명박 한반도대운하'에 부역한 교수였고, 다른 한 사람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다가 감옥까지 갔던 환경운동가이다.

"하지 마. 카메라 끄고... 찍지 마... 마이크 끄면 이야기할게."

2017년 12월 6일 오후, 고려대 강의실 복도에서였다. 이날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격렬하게 거부했다. 10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제 1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가 국운 융성 프로젝트라는 근거를 제공한 인물이다. 그의 비용편익분석(BC분석 : Benefit-Cost analysis)에 따르면 이명박 발 대운하는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을 얻을 수 있는 '대박 사업'이었다. 

한반도대운하의 변종인 4대강 사업을 완공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의 장밋빛 청사진은 찾을 수 없다. 애물단지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조차 전 세계 여러 건축물 중 많은 비용이 투입됐지만, 쓸모는 없는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로 4대강 사업을 선정했을 정도이다. '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로 표현한 세계 10대 건축물·시설 중 하나로 꼽힌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곡학아세한 대가도 누렸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도 지냈다. 지금은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를 '4대강 찬동 인사 A급'으로 발표했다. 오마이TV 영상 다큐팀이 그를 찾아간 이유는 또 있다. 그와 만나기 일주일 전인 2007년 11월 29일에 인터뷰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의 다음과 같은 증언 때문이었다.

"꼭 10년 전이예요. 10월에 부산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기 전에 대기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나한테 '대운하 좀 도와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데 운하는 의미가 없고 강을 막으면 썩기 때문에 절대로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죠. 이 전 대통령이 '나중에 누굴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그 뒤에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이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찾아왔어요. '대통령 후보가 찾아가라고 해서 왔다'면서 대운하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되지도 않는 소리는 하지도 마라'고 했죠."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 4대강다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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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찍지 마... 카메라 끄고 들어와"

그 뒤에 옥살이를 했던 최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곽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메신저였던 셈이다. 그의 반론도 들어야 했다.

- <오마이뉴스> 김병기입니다.
"아, 예. 오래간만이네요. 웬일이죠?"

- 최열 이사장님을 인터뷰했는데.
"(카메라를 본 뒤 손사래를 치면서) 아이, 하지 마요. 하지 마. 찍지 마, 찍지 마."

- 그때 교수님이 MB 부탁을 받고...
"카메라 끄고 들어와. 에이, 찍지 마, 찍지 마."

그는 카메라는 들이지 않은 채 사무실의 교수 방문을 온몸으로 막았다. 밖에서는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이 든 카메라 2대가 계속 돌고 있었다. 나는 그와 단둘이 사무실에 남았다.

[10년 전] "반대하는 사람은 공부 좀 했으면..."

 2006년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발언을 하는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06년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발언을 하는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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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도 그와 단둘이 만난 적이 있다. 2007년 대선 직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서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으나, 당선되자마자 제1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을 때였다. 청와대에 들어간 곽 교수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당신이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주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반도대운하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그는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을 얻을 수 있다는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BC 분석이 유효하냐'는 나의 질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되풀이하지 않고 한발 물러섰다.

- 그럼 대체 누가 한반도대운하를 밀어붙이고 있는 거죠?
"(이명박) 대통령이죠."

그 전에도 그를 만났다. 2007년 6월 7일에 열린 한반도 대운하 기자 설명회 자리였다. 당시 나는 그의 BC 분석에 나온 경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말이 끝나자 이명박 후보는 "관점을 부정적으로 맞춰놓고 질문한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부정적인 여론을 퍼트리는 "원흉"이란 표현도 썼다.

옆에 있던 곽승준 교수는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부 좀 하고 반대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두 번씩이나 했다. 그 자리에서 이 후보는 운하 공사비 충당 문제 등으로 곤혹스러워하는 곽 교수를 두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곽 교수,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골재가 안 팔리면 내가 수출을 할 테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청와대에 한반도대운하 TF를 구성하고 '제1 공약'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그해(2008년) 4월 총선 때에는 운하에 부정적인 여론이 70~80%에 달하자, 공약집에서 뺀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긴 뒤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드러내놓고 추진했다.    

[특수부] 집요한 검찰, 이상한 판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대운하반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대운하반대'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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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광우병 촛불이 켜졌다. 집권 초기 이명박 정권을 덮친 거대한 촛불 바다였다. 서울 광화문에 전경차로 '명박 산성'을 쌓았다. 밤새워 물대포를 쏘아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당시 '운하 폐기'는 촛불 시민들의 입에 오른 단골 구호였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광우병 촛불에 사과하면서 한반도대운하도 포기하겠다고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한반도대운하 대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한다면서 비밀군사작전을 벌이듯이 몰아붙였다. '청강부대'라는 이름의 실제 군대도 투입했다. 이 무렵 환경운동연합 전격 압수수색 소식이 들렸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검증 없이 검찰 등에서 유출한 혐의 내용을 사실인 양 받아썼다. 시민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파렴치한 단체로 대서특필했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 4대강다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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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냈고 당시 고문으로 있었던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유럽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

"기후변화 문제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현장을 찾아갔을 때죠. 함께 있던 고건 전 총리가 '엔지오를 특수부에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귀국했는데, 누군가가 '최열 씨, 출국금지 됐네요'라고 전해줬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에 환경재단 압수수색이 들어왔습니다. 특수부가 거의 모든 장부를 가져갔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언론들은 '최열이 환경운동연합의 돈을 횡령해서 딸의 해외 유학 자금으로 2000만 원을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황당했죠. 10원도 횡령한 사실이 없어서 검찰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집요했다. 이번에는 알선수재 혐의로 걸었다. 전셋집을 사들이면서 빌린 돈의 대가성을 문제 삼았다.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지검 특수부는 그 뒤 4개 혐의로 최열 이사장을 기소했다. 1심에서 이 중 3개 혐의는 벗었고, 장학금 횡령 혐의만 유죄(징역 8월 집행유예 2년)를 받았다. 항소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참, 황당합니다. 이세중 변호사가 당시 이사장이었는데 장학금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나는 1심에서 유죄를 받았기에 항소심에선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죠. 결국 장학금 횡령 혐의는 무죄를 받았는데, 1심에서 무죄였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실형 1년을 때렸어요. 추가 증거나 심리 없이 1심 판결을 뒤집는 것은 위법이거든요.

사실 재판 중에 우리 변호사가 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말을 하려는 데 재판장이 '그것은 이미(1심에서) 무죄이기에 특별하게 말할 필요 없잖아요'라면서 말을 가로막은 뒤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신영철 대법관이 우리의 소를 기각하는 바람에 1년 실형을 살았죠."

[하명 수사?] "검찰총장인 나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서..."

 최근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치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 각계인사들이 2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시민사회 죽이기,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장에 동석한 최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치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지난 2008년 9월 24일 오전 시민사회 각계인사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시민사회 죽이기,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장에 동석한 최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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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이사장이 재판을 받기 시작할 때 검찰총장은 임채진씨였다. 최 이사장은 임씨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에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단다. 그때 임 전 검찰총장이 이런 취지의 말을 그에게 전해줬다고 한다.

"당신이 조사를 받을 때 나도 조사를 받는 심정이었다. 당신 사건은 나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했다."

청와대 하명 사건이었다는 의미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었다. 최 이사장은 "검찰 특수부는 나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에 후원했던 100여 개의 기업도 샅샅이 뒤졌다"면서 "그 뒤에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저를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3부 김광준 검사는 당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최열은 반드시 집어넣는다, 재기 불능 상태를 만든다'고 말했답니다. 김 검사는 나를 수사할 때 기업으로부터 10억 원이나 되는 돈을 받아서 차명 계좌로 관리하다가 들통이 나서 구속됐고, 검찰에서 해임된 인물입니다. 부패한 검사가 청와대 하명 사건을 수사하면서 나를 옭아맸던 겁니다."

[임무교대] "그는 심판받아야 한다"

최 이사장은 감옥에서 나올 때 한 기자가 소감을 물어서 이렇게 말했단다.

"언젠가는 임무 교대할 때가 올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옥에 갈 때가 온다는 겁니다." 

그는 직접 나서겠다고 했다. 올해 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저를 감옥에 넣은 사건의 진실을 알아야겠습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4대강 사업에 저항하다가 국정원 등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 사찰을 당했고,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그분들은 대체 무슨 죄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국토를 이런 식으로 훼손시키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저 물(낙동강 물)로 커피를 타 먹고 싶다'고 말하는 정도의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절대로 그냥 둘 수 없습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최 이사장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짜 맞추기 수사' '정치 보복' '정치 공작'이라는 말을 이 전 대통령에게 되돌려주고 싶지는 않았을까? 조만간 최 이사장이 고소를 한다면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와 다스 소유주건 뿐만 아니라 자기가 직접 주문했을지도 모르는 짜 맞추기 수사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다시 10년 뒤] "후회가 어디 있어... 그땐 선거 때인데"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오마이뉴스 4대강 다큐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오마이뉴스 4대강 다큐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4대강다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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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곽승준 교수 사무실로 가보자. 곽 교수 사무실의 방은 사람 키 이상 높이로 반투명 비닐로 코팅돼 있었다. 4대강 다큐 제작팀 안정호, 안민식 기자는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바깥에서 까치발을 선 채 투명한 유리창 쪽에 카메라를 대고 곽 교수 방을 카메라로 비췄다. 곽 교수는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도록 등으로 유리문을 막았고, 나는 그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 MB가 부탁해서 최 이사장을 만난 건 사실이죠?
"그 사람(최열 이사장)은 내가 잘 알잖아. 옛날부터. 그냥 뭐 보는 차원이었지, 그것(MB의 부탁)과는 상관없어요. 정말로."

- 지금도 4대강 사업은 잘한 일이라고 보시나요? 환경을 살렸나요, 경제를 살렸나요?
"난 2007년 이후로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거 알잖아."

- 그럼 왜 미래기획위원장(2009년)을 하실 때 '4대강 사업은 잘한 일이다' '무조건 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말씀하셨나요?
"그렇지만 그땐 내 업무가 아니었지. 그럴 수 있지 않냐는 차원의 이야기였어. 나중에 보자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 100원 투입하면 230원 정도 나온다는 BC 분석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세요?
"아이, 모르겠어. 하여튼 나는 그다음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해) 본 적이 없으니까."

- 한반도대운하 때 참여하신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습니까?
"후회가 어디 있어. 그때는 선거 때인데. 만약에 한반도대운하가 4대강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됐겠지."

한 번쯤은 '사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캐물었고, 그는 방어했다. 그는 당시 최열 이사장을 만났지만, MB가 시킨 일은 아니라고 했다. 15분 동안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불편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여쭐게요. 이명박 캠프에서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
"(한반도대운하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평가를 해. 그만해. 지난번처럼 둘이 저녁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를 합시다. 이건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거잖아. 고마워요."

그가 한반도대운하 때 제시한 화려한 경제성 분석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4대강 사업 홍보에도 적용됐다. 수심 6m, 운하와 4대강 사업의 수심도 같았다. 4대강 16개 댐은 한반도대운하 계획서에 나온 16개 갑문 위치에 있다. 두 사업의 공사비용도 비슷했는데, 다른 게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운하를 만들겠다"면서 한 말이었다.

"곽 교수, 너무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골재가 안 팔리면 내가 수출을 할 테니까."

이명박 후보는 골재 판매 대금으로 운하 공사비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 사업에는 22조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 후보는 민자 유치 방식으로 일부 공사비를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재벌들은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공사비 담합으로 수조 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이 파헤쳐지고 있는 모습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이 파헤쳐지고 있는 모습
ⓒ 습지와 새들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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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4대강 다큐에 기록

마지막으로 이 전 대통령은 '3분짜리 기자회견'에서 정치보복을 강조하면서 이런 말도 남겼다.

"퇴임 이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 4대강 사업을 제대로 수사한 적은 없었다. 2009년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진행된 4대강 사업 턴키 공사 담합 조사 때에도 사건 심리를 1년 넘게 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공정위 전원회는 사무처가 요구한 것보다 낮은 1115억 원의 과징금을 8개 건설재벌들에게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았다.

박근혜의 블랙리스트는 법의 심판을 받고 있지만, 4대강 반대 인사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이미 알려진 국정원의 불법 사찰에 사용했을지도 모를 이명박 4대강의 블랙리스트는 드러나지도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갔던 최열 이사장의 말처럼 이제 이 전 대통령과 '임무 교대'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다큐 영상으로 기록하는 오마이TV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 진실에 대한 많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아래 미니 다큐 1편을 보아주시고, 앞으로 만들 4편의 미니다큐와 최종본인 1편의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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