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IA는 '역대급 원투펀치' 헥터와 양현종이 나란히 20승을 달성하면서 선발 야구를 보여줄 수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선발진의 활약 덕분이었다. 전반기에 깜짝 활약을 펼친 임기영, 조금씩 구위를 끌어올린 팻딘의 호투도 빛났다.

물론 변수가 없진 않았다. 시즌 종료 이후 헥터와 양현종의 재계약 여부였다.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전력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 모두 재계약 도장을 찍으면서 선발진 구성에 큰 변화 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네 명의 투수가 올해도 팀을 이끈다.

여전히 KIA는 우승후보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연 막강한 선발진이다. 그래도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존재한다. 선발진이 지난해와 같은 힘을 발휘하려면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전반기와 조금 달랐던 후반기의 헥터, 올핸 괜찮을까

 헥터가 지난해만큼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헥터가 지난해만큼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 KBO


양현종과 더불어 20승을 거둔 헥터는 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30경기에 등판해 201.2이닝 20승 5패 ERA 3.48을 기록,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였다. 전년도(206.2이닝)에 이어 2년 연속으로 200이닝을 돌파했다.

타자들은 화끈한 방망이로 헥터의 부담을 덜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헥터는 8.35점의 득점 지원을 받으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타선으로부터 많은 득점을 지원받은 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헥터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헥터는 조금 달랐다. 전반기에는 17경기 동안 14승 무패 ERA 3.16으로 패전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반면 후반기에는 13경기 동안 6승 5패 ERA 3.92로 조금 주춤했다. 차이가 엄청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기보다 내용이 좋지 않았다.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홈 경기로 진행된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피홈런 두 개를 포함해 4실점을 허용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5차전에서는 6회말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다가 7회말에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대거 5실점을 허용했다. 자칫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 못지않게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헥터는 올시즌에도 팀의 1선발이고, 20승을 달성하면서 팬들의 기대치도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KBO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헥터는 다시 한 번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후반기에 부진한 임기영, 풀타임 시즌 소화할 수 있을까

 지난해에는 헥터, 양현종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4, 5선발이 큰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었다. 다만 좀 더 안정감 있는 선발진을 위해서는 임기영의 활약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헥터, 양현종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4, 5선발이 큰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었다. 다만 좀 더 안정감 있는 선발진을 위해서는 임기영의 활약이 필요하다. ⓒ KBO


헥터와 마찬가지로 임기영 또한 전반기보다 후반기 기록이 좋지 않았다. 임기영의 지난해 정규시즌 기록은은 23경기 동안 118.1이닝 8승 6패 ERA 3.65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전반기에는 14경기 동안 7승 2패 ERA 1.72로 완봉승도 두 차례나 기록할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그의 상승세를 막은 것은 갑작스러운 폐렴 증세였다. 두 번째 완봉승을 거뒀던 6월 7일 한화전을 끝으로 한 달 이상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돌아온 이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8월에는 팔꿈치 통증까지 임기영을 괴롭혔다. 결국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없었고, 후반기(구원 포함 9경기) 기록은 1승 4패 ERA 7.43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자신, 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4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5.2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임기영 특유의 체인지업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최된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도 대만전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후반기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한국시리즈, APBC 등 큰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결국 활약 여부에 있어서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건강'이다. 완벽한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앞에서 헥터, 양현종, 팻딘이 버티고 있으나 임기영까지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한다면 선발진이 지난해 이상의 위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개로 아직 주인공이 없는 5선발 자리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있는 정용운, 이민우를 비롯해 박정수, 문경찬 등 군경에서 돌아오는 투수들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만큼 스프링캠프를 통해 마지막 퍼즐조각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5선발이 될지 6선발이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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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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