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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동시지방선거일이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인 선거구제를 4인선거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 2인 선거구제의 문제를 담은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정치개혁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잘 나가다가 갑자기 스텝이 꼬이고 있다.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획정 얘기다.

지방선거 때마다 각 시도별로 학계, 언론계, 시의회, 선관위,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꾸려져서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한다. 기초의원의 경우에는 하나의 지역선거구에서 2명을 뽑을 수도 있고 3명, 4명을 뽑을 수도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것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홍준표 '실력으로 막아라' 발언 왜 나왔나  

지난해 9월 20일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표심을 왜곡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해 9월 20일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표심을 왜곡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 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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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공청회까지 거쳐서 기존의 선거구를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에 서울시내 구의원 선거는 지역구에서만 무투표 당선자가 22명에 달하는 선거였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을 뽑는 2인선거구가 전체 선거구의 70%가까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2인 선거구에서는 큰 정당 2개가 1석씩 나눠가지니,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아예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거대 정당의 공천=당선'이 되니,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기득권 양당의 나눠먹기를 조장하는 2인선거구를 통합하여 4인선거구를 늘리는 선거구획정안을 만든 바 있다. 4인선거구를 늘리면 4등까지 당선이 가능해지므로 정치신인과 소수정당의 진입이 쉽게 된다. 기존에 2명씩 뽑던 2인선거구를 합쳐서 4인선거구를 만드는 것이므로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국회에서의 선거법 개혁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존 지방선거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 도입된 중선거구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안으로 학계,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작년 12월 4일 최고위원회 석상에서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실력으로 막아라'는 식의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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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야 지금 국회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정당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개혁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고 한다.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반대의견을 공문으로 공식적으로 접수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획정과 관련해서 민주당-자유한국당 연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래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무슨 명분으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한다'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의 구의원들이야 그동안 2인선거구에서 쉽게 당선되었으니까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에 배치되는 의견을 정당의 이름으로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의회에서 106석중 71석이라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런데 자기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느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개혁안에 반대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스스로 정치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 정당임을 자인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정의당같은 야당들과도 협치는 불가능해진다.

서울시 선구구 획정, 단지 지역 사안 아니야

2인 선거구제를 비판한 이재명 시장 sns 글.
 2인 선거구제를 비판한 이재명 시장 sns 글.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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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선거구획정 문제는 단지 지역적 사안이 아니다. 전국의 다른 시·도에서도 기초의원 선거구획정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고, 모두들 서울시가 어떻게 되는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예정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2인선거구는 적폐'라면서 4인선거구를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기 정당의 유력정치인이 이렇게 개혁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작 그 정당은 기득권유지에 골몰해서야 되겠는가?

더불어민주당은 하루속히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개혁안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이 시의회로 넘어오면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아야 한다. 작아 보이는 것이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게다가 서울시 선거구획정 문제는 이미 작은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정치개혁의 주체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태그:#서울 선거구획정, #4인선거구, #2인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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