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비트코인 : 암호 화폐에 베팅하라>에는 비트코인에 관한 시의적절한 정보와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트코인 : 암호 화폐에 베팅하라>에는 비트코인에 관한 시의적절한 정보와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다. ⓒ Periscope Entertainment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가즈아"라는 말은 비트코인 열풍에서 파생됐다. 이 열풍과 관련해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발언은 온 나라를 찬반 양론으로 들썩이게 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가 JTBC <뉴스룸> '비트코인' 토론을 통해 주고 받은 설전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영화 <비트코인: 암호 화폐에 베팅하라>(Banking on Bitcoin)는 비트코인에 관한 시의적절한 정보와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국 출신 크리스토퍼 카누치아리 감독이 비트코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비트코인을 창안하고 만들어 낸 사람들의 면면과 꿈, 비트코인 산업의 부침 양상과 이에 영향을 준 결정적인 사건들의 의미, 비트코인 및 관련 산업의 미래 전망 등에 관한 이야기를 연대기 형식으로 풀어낸다. 감독은 여기에 저널리스트, FBI 수사관, 비트코인 개발자, 벤처 사업가, 사이버펑크 운동가, 은행가, 금융 감독관 등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담아냈다.

비트코인 규제, 기성체제가 본보기로 처벌?

사실 이 영화를 본 건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영화를 통해 이 현상을 보는 어떤 새로운 시각이 열리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이후 '규제라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물론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 정도가 본 영화를 통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비트코인 관련 규제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이 영화의 한 대목이 상대적으로 큰 울림을 줬다는 뜻이다.

규제는 필연적으로 처벌을 동반한다. 영화에는 미국 사법당국이 비트코인 사업가 두 사람을 처벌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트 인스턴트 창업자 찰리 슈렘과 실크로드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가 그들이다. 비트 인스턴트는 비트코인과 달러를 환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었고, 흔히 '다크 웹'으로 알려진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온라인 상점'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마약 밀매 관련 돈 세탁 명목으로 처벌됐다. 이는 대중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데 일조했고 비트코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화는 비트코인에 위협을 느낀 기성 체제가 이들을 본보기로 처벌함으로써 규제를 받지 않고 비트코인을 쓰려는 사람들을 겁박했다는 입장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처벌되던 무렵 '마운트 곡스' 같은 대표적인 비트코인 기업이 파산했고 비트코인 화폐 가치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영화가 강조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들에 대한 처벌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떠나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법당국은 해당 사업이 돈세탁 및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도 이들이 그 상황을 묵인했다는 논리를 폈다. 영화는 두 사람을 처벌한 사법당국의 논리에 의문을 표시한다.

공정한 규제란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베팅하라>는 공정한 규제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 <비트코인: 암호화폐에 베팅하라>는 공정한 규제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Periscope Entertainment


비트코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규제를 통해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해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해당 기술의 탁월한 익명성 보장을 악용한 돈세탁과 마약 밀매, 테러 위험 등을 막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거란 얘기다. 문제는 이런 대의명분이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복무하는 쪽으로 쉬이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비트코인을 규제하는 비트라이선스를 만든 뉴욕 금융 감독관 일행이 규제가 만들어진 다음 공직을 떠나, 관련 자문을 하는 회사를 직접 차리거나 그와 같은 업무가 필요한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이러려고 규제를 만든 것이냐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어서 대형 은행과 투자회사 등이 비트코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도 나온다.

애초 은행 같은 제3 기관을 배제하고 개인과 개인이 수수료나 규제 없이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한다거나, 특정 기관의 관련 정보 독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상들이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이 영화의 태도는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기운다. 경제 질서를 바꾸려는 사이버펑크 운동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성 체제의 헤게모니 싸움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자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이랬다. 지금 한국 사회가 적용하고 있는 각종 규제는 공정한가? 과연 지금 공정한 규제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이에 관해 필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분명한 건 기득권을 지키고 현재 경제 시스템을 보다 공고하게 만들려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그 룰을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 암호 화폐에 베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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