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아래 <감빵생활>)의 종영일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의 SM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만난 정수정은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날 아침에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이어서 인터뷰에 임하는 스케줄에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다만 종영의 아쉬움과 여운이 표정에 남아있었다.

정수정은 <감빵생활>에서 여주인공 김지호로 분해 발랄하면서도 똑부러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걸그룹 f(x)의 멤버 크리스탈이 아닌 배우 정수정으로서 꺼내놓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지호' 되려 노력한 정수정 "평생 처음으로 단발, 2시간 망설여"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SM엔터테인먼트


"제가 평생 단발머리를 한 적이 없었다. 신원호 감독님이 단발로 자르는 걸 제안하셔서 '자를게요' 했는데 막상 자르기 쉽지 않았다. 미용실에서 2시간 앉아 있다가 잘랐다. 지호에게 단발이 잘 어울리는 것 같고, 단발을 통해 평범하고 친근한 지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생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단발을 했다. 얼핏 들으면 사소한 에피소드 같지만 이 드라마에 임하는 그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까 싶었다.

야구도 배웠다. 원래는 야구를 잘 알지 못했는데 캐스팅이 된 후 야구장에 가서 룰 같은 걸 배워보려 노력했다. 극 중 야구감독 딸이고, 또 남자친구도 야구선수니까 전문용어도 써야 해서 공부했는데 복잡하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 분)과 호흡을 맞추며 여자친구로 분한 그에게 "수정씨가 지호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물었다. 이에 정수정은 "저도 지호처럼 하지 않았을까요. 깜방에 갔다 왔다고 헤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하고 똑 부러지게 답했다. 배우 박해수의 실제 성격을 묻자 "과묵하지 않고 장난도 많이 치는 오빠"라며 "무뚝뚝할 것 같지만 귀여운 반전매력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친 그에게 지호의 결말에 만족하는지 물었다. 그는 활짝 웃으면서 "아주 만족합니다!"하고 답했다.

"<감빵생활> 사람들 너무 좋아, 가장 큰 소득"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SM엔터테인먼트


이번 <감빵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건 무엇일까. 정수정은 조금도 주저함 없이 "사람"이라고 답했다.

"일단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게 진짜 감사해요. 서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많고, 서로가 서로를 정말 좋아해요. 게다가 그걸 입 밖으로 꺼내서 표현해요. 보통은 오글거리니까 말로써 '너무 좋아' 이런 표현 잘 안 하잖아요. 저도 표현을 많이 해요.

제가 원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친구의 친구도 잘 안 만났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천천히 바뀐 것 같아요. 정말 <감빵생활> 배우분들이 너무 좋으셔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전 같으면 집에서 안 나가는데 감빵 사람들이 모인다고 연락 오면 나가요.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 있어 소극적이었다는 정수정은 예전과 달리 점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아왔구나, 이런 세상도 있구나, 이런 일도 겪는구나 하고 깨닫는 게 많다"며 "저는 지금까지 평탄하게 살아왔단 생각이 드는데, 최근 1~2년 사이에 그런 게 별로란 생각에 최근 많이 바뀌려 한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려는 이유를 말했다.

신원호 PD와의 호흡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SM엔터테인먼트


정수정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감빵생활>로 만나게 됐다. 신 PD와의 호흡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그는 첫 만남을 떠올렸다.

"미팅할 때 감독님(신원호 PD)이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시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것들도 물어보시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다. 하고 싶은 대로 뭐든 해보게 해주셨는데, 그렇지만 원하는 건 확고하게 있고 그걸 항상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셔서 좋았다. 감독님이 한방에 '오케이'하면 진짜 오케이더라. 처음엔 그냥 오케이하시는 건가 긴가민가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감독님 생각과 다른 게 나오면 와서 말씀을 해주시더라."

신 PD는 정수정에게 "교도소 안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네 분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정은 "제가 원래 분량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작품의 대본을 읽었을 때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캐릭터에 몰입하는 즐거움 깨달아"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SM엔터테인먼트


정수정은 이 작품의 지호 역에 어느 때보다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tvN <하백의 신부>(2017),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14) 등의 드라마를 했지만 "그때는 f(x)활동과 심하게 병행도 했고 뭔가 캐릭터에 확 빠져들어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몰입됐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제가 제대로 연기를 배운 적도 없고, 좋은 기회가 와서 했기 때문에 부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하백의 신부>를 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감빵생활>을 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는 재미를 깨닫고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내 남자친구가 죄수복을 입었다고 생각하니까 확 영향을 받더라"며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나의 연기를 보는 기분'은 "매우 부끄럽고 쑥스럽고, 단점밖에 안 보이는" 일이라며 더 나아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백의 신부>부터 <감빵생활>까지 달려왔다는 정수정은 "조금 쉬어가고 싶고, 뭔가 새로운 취미를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 취미로는 액션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액션 연기도 그럼 기대해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배워서 나중에 연기로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답하며 "재미있을 것 같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가수로서의 솔로 계획은 어떻게 될까. 그는 "여러 가지가 잘 맞고 언제든 준비가 된다면 내고 싶다"며 "아직 준비한 게 없지만 음악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놓고 싶진 않다"며 가수 활동에 대한 의욕도 보였다.

정수정은 '똑단발'이 상징하는 것들, 이를테면 발랄함과 소탈함, 야무짐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정수정 18일 오전 서울 삼성동 SM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배우 겸 가수 정수정(크리스탈)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종영 인터뷰를 열었다.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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