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올해 38세' 배영수(128이닝)였다. 공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원투펀치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두각을 나타낸 토종 선발도 없었다. 아무리 타선에 한방이 있는 타자들이 많아도 선발진의 부진에 가려졌다.

투수라면 정확한 제구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지만 선발 투수라면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등판할 때마다 적어도 5~6이닝 이상 소화할 수 있는 투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선발 야구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이것이 곧 강팀으로 거듭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화는 매년 선발진에 발목이 잡혀 가을야구를 꿈꿀 수 없었다. 외국인 투수 영입 성공 사례도 드물었고 토종 선발의 성장도 한화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활약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한 시즌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선발진을 갖춰야 하는 것이 한화의 과제이다.

 지난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배영수였다.

지난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배영수였다. ⓒ 한화 이글스


안정감 부족한 선발진

지난해 한화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QS)는 54회로 리그 전체 7위, 선발투수가 소화한 이닝은 736.1이닝으로 전체 8위, 선발 평균자책점 5.40(전체 8위)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기대했던 외국인 원투펀치는 15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고 두 투수 모두 겨우 100이닝을 넘겼다.

이들을 포함해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한 선발 투수가 거의 없었다. 세 투수를 제외하고 팀 내에서 1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한 투수는 윤규진, 김재영, 안영명, 이태양 네 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젊은' 선발 투수는 '1993년생' 김재영과 '1990년생' 이태양 두 명에 불과했고 선발로 12경기에 등판했던 이태양은 3승 5패 ERA 6.67로 큰 성과가 없었다. 그나마 김재영(선발 15G 5승 6패 ERA 4.41)이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 위안거리였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배영수가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29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였다. 한화보다 순위가 낮았던 9위 삼성과 10위 kt에서도 배영수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가 각각 세 명씩 나왔다. 그만큼 한화 선발진 사정이 어려웠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 시즌 팀 내 투수들 중에서 '마무리' 정우람(2.87)이 가장 높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했다. 그 뒤를 오간도, 비야누에바, 윤규진, 배영수가 이었다.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선발진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성장하지 못한 선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문제는 이 걱정이 올시즌에 끝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선발진 걱정은 진행형이다.

 김재영(사진)을 비롯해 젊은 선발 자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이제는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김재영(사진)을 비롯해 젊은 선발 자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이제는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 한화 이글스


그토록 원했던 이닝이터

외국인 투수 영입을 제외하면 외부 영입이 없었던 한화의 올시즌 마운드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투수 문동욱, 외야수 백창수와 김지수를 선택하며 마운드 보강에 초점을 맞춘 지명을 하지 않았다.

사령탑이 교체됐다고 해서 팀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다. 전력 자체에 변화가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활약한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뚜렷한 마운드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결국 기존에 있는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한화로선 외국인 원투펀치와 김재영, 윤규진, 배영수까지 5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이다.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김재영과 기존 선발 자원인 윤규진, 배영수는 올시즌에도 선발 투수로 나선다. 여기에 김민우나 김범수 등이 경쟁을 펼치게 된다.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거나 재활을 거쳐야 하는 투수들이 있지만 팀에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발진이 갖춰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닝을 길게 소화해줄 수 있는 능력까지 보여줘야 한다. 이닝이터가 없는 선발진은 큰 의미가 없다. 한화의 올시즌 성적도 여기에 달려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