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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버스정류장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 면제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2018.1.15
▲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세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버스정류장에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요금 면제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2018.1.1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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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15일을 시작으로 세 번째다. 이 조치는 미세먼지가 16시간 동안 나쁨을 유지한 데 이어 다음 날도 24시간 '나쁨' 수준이 예상될 때 발령한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서울시는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차량 운행을 줄임으로써 미세먼지 발생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조치다.

"공짜라서 좋긴요. 어젯밤 미세먼지 때문에 오늘 대중교통 요금이 무료라는 뉴스 보면서 '미세먼지가 심각하긴 정말 심각한가보다. 이젠 그동안 누렸던 혜택들을 포기해야만 그나마 숨 쉬고 살 수 있게 됐나 보다' 생각에 불안해지던데요. 미세먼지가 건강에 안 좋다는 것, 우리나라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 잘 알고 있죠. 하지만 피부에 그리 와 닿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젠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런 조치가 실시되니 실감이 난다고 할까요. 숨쉬기가 참 무서운 세상이 되었구나 싶고요. 환경오염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는 그런 영화도 있잖아요. 이젠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싶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첫날인 15일, 한 주변인이 이처럼 말했다. 내 마음도 비슷했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도 공짜 요금이 기쁘기보다 미세먼지가 걱정 이상으로 나쁜 것 같아 불안하고 씁쓸했다. 아니 여러 생각들과 상상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몇 년 전부터 출·퇴근길에 좀 오래 버스를 기다리거나, 볼일이 있어 서울 시내를 좀 다니다보면 금세 눈이 뻑뻑해지고 콧속이 아파 고생하는 날이 많아졌다. 목도 근질근질, 따끔따끔 아프기 일쑤다. 그런 날 미쳐 챙겨보지 못한 미세먼지 예보를 찾아보면 어김없이 '나쁨'이거나 '매우 나쁨". 내 몸이 미세먼지 감지기가 되고 만 것 같아 막연히 불안하곤 했다. 몇 년 째 이처럼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과 불안을 시시때때로, 되풀이해 겪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에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2014년에는 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에서 한해 약 700만 명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600만 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국내외의 많은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고, 또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 위험이 0.95% 증가하고(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상승할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최대 16%나 높아지며(이화여대 병원 연구), 미세먼지가 증가할수록 노인들의 폐기능이 저하되었고(고려대 환경보건학 이종태 교수), 수도권 미세먼지로 연간 폐질환 약 80만 명 발생했다(경기개발연구원 연구)는 충격적인 국내 연구들이 발표됐다.-(225쪽)

며칠 전, 그동안 틈틈이 읽어왔던 <미세먼지 극북하기>(프리스마 펴냄)를 다 읽었던 터라 연말에 이어 최근 며칠 계속되는 미세먼지 나쁨과, 그로 인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더욱 복잡하게 와 닿고 있다.

<미세먼지 극복하기> 책표지.
 <미세먼지 극복하기> 책표지.
ⓒ 프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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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전문 기상인(김동식, 반기성)이 쓴 책이다. "봄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미세먼지 나쁨 발령으로 숨쉬기 불안한 우리나라의 현실임에도, 그래서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세먼지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 없어 의기투합해 쓴(서문 인용)" 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 인도 등과 함께 미세먼지 농도가 특히 높은 나라다.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수준은 최악의 그룹에 속하고, 서울은 전 세계에서 나쁜 순으로 5위(미국 항공우주국 2005~2010년 추적 결과)"라고 한다. 장차 우리나라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나라가 될 것이란 예측까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저자의 말처럼 미세먼지와 전쟁을 선포, 어떻게든지 미세먼지 농도를 줄여야만 하는 절박한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런데 사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나 불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나름 관련 정책들을 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까지 발령될 정도로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앞으로는 또 얼마나 심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간의 정책들이 무색할 정도로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간의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점검하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결과를 위한 노력이나 조치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세먼지 극복하기> 이 책은, 오래 전부터 '봄의 불청객'이라 불리었으나 언젠가부터 겨울에도 급습해 우리를 괴롭혀 온 황사와 다른 듯 같아 보이기도 하는 미세먼지의 정체를 시작으로 대안까지, 6장으로 나눠 미세먼지와 관련된 것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장에서는 미세먼지가 무엇이며, 어떤 날씨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기후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어 2장에서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그리고 3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로 인한 오염도 현황과 환경부의 미세먼지 측정 방법이나 관련 장비, 예측 방법, 그리고 개인들의 행동요령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생선굽기처럼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조리 과정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3,480㎍/㎥로 주택 평상시 농도보다 70배 이상 높았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1520㎍/㎥로 평소(636㎍/㎥)보다 2배 이상 발생했다. (…)주방 환기설비(레인지 후드)를 작동하지 않고 조리한 경우에는 작동했을 때와 비교해 오염물질 농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았다. (…)특이한 것은 실외에서 담배를 피운 후 곧바로 실내로 들어올 경우 초미세먼지가 50배 가까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또 실내에서 건강을 위해서 향초, 방향제 같은 것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오히려 많이 사용하면 건강에 해롭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요즘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닫고 지내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내는 밀폐된 공간이므로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많다. 여기에 전자전기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화학오염 물질도 있다. 건축자재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있다. 이런 것들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오히려 실외보다 실내에서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161~163쪽 부분 정리)
4장에서 특히 인상 깊게 읽은 일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실외 미세먼지만큼 심각한 실내 공기 오염 실태를 다룬다. 겨울이라 미세먼지 나쁨 수준과 상관없이 온종일 문을 닫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지면상 이 정도만 인용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실내먼지 발생이나 오염(피해)을 줄이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여러 가지 것들과, 그 방지책 등이 소개되어 있다. 심지어는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사용 관련 팁까지 이야기하고 있어서 특히 와 닿았다.

5장과 6장은 공장이나 가게 등,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정책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미세먼지 극복, 그 적극적인 대안에 해당된다. 5장에서는 실내 공기질 개선에 성공함으로써 미세먼지를 극복한 북한산 자락의 한 유치원 사례를 시작으로 병원, 도서관, 영화관, 대형 서점, 고속도로 휴게소, 공기업, 카페, 휘트니트 센터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6장에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인 중국에 미세먼지 감축 요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관련 다른 나라들의 사례(미국과 캐나다의 대기오염분쟁, 북유럽과 영국·독일 간의 대기오염분쟁 등)와 함께 중국 정부의 대기오염 책임회피를 위한 연구 결과 조작과 여론 조작 등도 언급하고 있어 설득력이 높다.

외에도 우리의 석탄 정책과 여러 나라의 석탄정책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미세먼지 관련 정책들과 우리의 그간의 정책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한편, 미세먼지 극복을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거나, 지구공학을 이용한 미세먼지 제거 아이디어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이 뭣보다 돋보이는 것은 우리 모두 누구나 생활 속에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방법이나,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꽤 많이, 그리고 조목조목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동안 내가 미세먼지 해결이나 극복을 위한 노력에 너무 게을렀구나.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는 건강인데도 국가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구나.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노력해야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미세먼지 극복하기>(김동식 | 반기성) | 플래닛미디어 | 2017-09-12 l 정가 18,000원.



미세먼지 극복하기

김동식.반기성 지음, 플래닛미디어(2017)


태그:#미세먼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대기오염, #조용한 살인자, #프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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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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