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네트워크 부산 발기인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지난해 영화네트워크 부산 발기인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성하훈


박근혜 정권에서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모진 탄압을 받았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부산국제영화제 복귀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 오후 이사회를 갖고 격론 끝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영진위원장을 역임한 김의석 감독을 이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 중 한 사람이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용관 전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영화계의 지배적 평가다. 영화계가 부산영화제 정상화 조건으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와 명예회복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김의석 감독의 경우 한 원로감독의 추천을 받았으나 영진위원장 재임 당시 <다이빙벨> 상영으로 부산영화제의 표현의 자유가 공격받을 때 방관했다는 지적이 있다. 2012년에는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하려던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반대 투쟁 다큐 <잼 다큐 강정>을 일시적으로 막아 독립영화진영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때문에 이사장 후보군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이사장 후보에는 이용관 전 위원장과 김의석 전 영진위원장 외에 부산영화제 이사인 안성기 배우도 추천됐으나, 안성기 배우는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기 배우는 지난해부터 추천이나 제안이 오더라도 부산영화제 이사장을 맡을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5시간 격론 끝에 31일 임시총회 열기로

17일 이사회는 17명의 이사 중 감사 포함 13명이 참석할 만큼 영화인 이사들이나 부산시 추천 이사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이용관 이사장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표결까지 대비해 이사진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날 이사회에 참여한 한 이사는 "그런 시각은 오해인 것 같다"고 했으나, 또 다른 이사는 "그렇게 보일 여지도 많았다"며 '영화인 이사들과 부산시 측 이사들 간에 서로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어 긴 시간 난상토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했던 영화제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이사진들만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들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선임 절차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일부 영화인 이사들이 공개적으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부산영화제의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장시간 논의 끝에 31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이사장을 최종 확정하기로 하고 이사회는 마무리됐다.

집행위원장 선임 문제를 둘러싸고도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영화제 한 관계자는 "영화인 이사들은 이사장을 먼저 결정하고, 집행위원장은 추후 이사장이 이사들과 협의해 선임하자는 의견이었으나, 부산시 측 이사들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동시 결정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론이 나지 않아 31일 임시총회 직전에 다시 이사회를 먼저 개최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 측은 "31일 이사회에서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집행위원장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행위원장은 결정은 유동적

 2016년 부산영화제 개막리셉션에서 한 영화인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지지한다는 스티커를 달고 개막리셉션에 참석한 모습

2016년 부산영화제 개막리셉션에서 한 영화인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지지한다는 스티커를 달고 개막리셉션에 참석한 모습 ⓒ 부산영화제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등에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같이 나서야 하기 때문에 집행위원장은 이사장이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31일 임시총회에서는 이사회를 대표할 이사장만 선임한 뒤 추후 집행위원장을 논의해야 순서가 맞다는 것이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부산영화제 대표로서 이사장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며 "이사들이 이사장을 제외한 채 집행위원장을 결정할 경우 부산영화제 정상화가 삐걱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후보는 모두 6명이 추천됐으나 선임될 경우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4명 정도라고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은 밝혔다.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 외에 영화평론가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을 지낸 인사 등이 추천을 받았고, 여성영화인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부산영화제 이사회는 집행위원장 후보로 오른 영화인들을 31일 임시총회 전까지 한 명씩 불러 사전 면접 성격의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추천 이사들이 후보자들이 어떤 분들인지 잘 모른다는 의견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영화제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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