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4라운드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경기를 끝으로 V리그 남자부 전반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두 팀이 2강 체제를 구축했다. 17승 7패를 기록하며 승점 54점을 획득한 현대캐피탈이 1위 자리를 지켰다. 똑같이 17승 7패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승점 47점으로 현대캐피탈보다 7점이 적어 2위로 전반기를 끝냈다. 중위권 경쟁도 치열하다. 3위 한국전력부터 6위 우리카드까지 승점 차는 8점에 불과해 여전히 3위 주인공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5승 19패에 그치며 승점 18점에 만족한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초강수에도 별다른 효과 없이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한 시점에서 1위 현대캐피탈부터 최하위 OK저축은행까지 남자부 7개 팀의 전반기를 돌아보려고 한다.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를 막을 팀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캐피탈의 상승세를 막을 팀이 보이지 않는다. ⓒ 한국배구연맹(KOVO)


2강 체제 구축한 현대캐피탈-삼성화재, 조금은 다른 분위기

1위 현대캐피탈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을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현대캐피탈은 KB손해보험전에서 3-0으로 패배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삼성화재전에서 패배하며 3승 3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2라운드까지도 완벽하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의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지난 달 6일 열린 삼성화재와의 3라운드 첫 경기였다. 이 날 현대캐피탈은 20득점을 기록한 안드레아스와 5개의 블로킹을 기록한 신영석의 활약 속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삼성화재를 완파했다. 이후 3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대한항공전 승리를 시작으로 17일 KB손해보험전 승리까지 7연승을 질주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의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공격 패턴은 올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캡틴' 문성민, '영석 브라더스' 신영석과 차영석 등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시즌 직전에 갑작스럽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며 걱정이 컸지만 안드레아스는 보란듯이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금으로선 현대캐피탈을 막을 팀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캐피탈보다 승점이 적어 2위로 밀려난 삼성화재는 오히려 현대캐피탈과 다른 흐름이다. 시즌 초 페이스만 놓고보면 삼성화재가 가장 좋았다. 개막 이후 두 경기를 모두 패배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음에도 1라운드 나머지 네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2라운드에서는 전승을 거두며 단독 선두를 달렸다. 3라운드 첫 경기였던 대한항공전까지 승리하며 이 때까지는 삼성화재가 전반기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3라운드 현대캐피탈에게 셧아웃 승리를 내주며 분위기가 한풀 꺾였고, 다음 경기인 한국전력전에서도 패배하며 1위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3라운드 내내 불안하게 1위를 지키던 삼성화재는 결국 새해 첫 날 현대캐피탈전 패배로 1위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박철우와 타이스, 두 명의 해결사가 버티는 삼성화재는 여전히 타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박상하, 김규민 등을 이용한 중앙 속공 등 보다 많은 패턴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한다면 후반기 1위 탈환 도전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대한항공은 위태롭게 중위권에서 버티고 있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대한항공은 위태롭게 중위권에서 버티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알 수 없는 3위' 혼돈의 중위권, 그리고 홀로 처진 OK저축은행

중위권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승점 37점을 기록한 한국전력이 3위에 올라와 있으나 6위 우리카드와의 승점 차는 8점이다. 상승세를 타는 팀이라면 언제든지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반대로 하락세를 타는 팀은 순식간에 순위가 내려갈 수 있다.

한국전력은 3위로 전반기를 마감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서재덕의 공백을 공재학이 잘 메웠다. 또 한 명의 부상 선수인 윤봉우의 빈 자리는 최근 신인 강승윤이 채우고 있다. 무엇보다 펠리페와 전광인이 팀을 이끌면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4위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브 2위' 가스파리니의 고군분투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득점 11위에 이름을 올린 레프트 정지석이 활약하고 있으나 가스파리니가 활약하는 경기와 그렇지 못한 경기에서의 경기력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전반기를 가장 일찍 끝낸 만큼 정비할 시간이 가장 많았고, 후반기 첫 경기인 24일 삼성화재전 승리가 간절하다.

5위 KB손해보험은 이제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현대캐피탈전을 3-0으로 완패, 승점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KB손해보험은 올시즌 강팀들을 여러 차례 위협하며 풀세트로 경기를 끌고 가는 상황을 자주 만들어냈다. 이강원, 황택의 등 젊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해봐야 한다. 아직 3위 탈환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다.

6위 우리카드(9승 15패, 승점 29)는 '서브 1위' 파다르의 활약에도 상위권으로 전반기를 끝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세터 유광우가 FA 보상선수로 이적하면서 전력에 가세한 것이 팀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것도 아쉬웠다. 오는 26일 5라운드 일정에 돌입하는 우리카드는 한국전력, KB손해보험 두 팀을 차례로 만난다. 3위 탈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경기이다.

시즌 초부터 최하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 OK저축은행에게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는 전력 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송희채, 송명근 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라이트 조재성이 분전하고 있지만 후반기 이들의 반등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해 10월 17일 한국전력과의 홈 개막전 승리 이후 홈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OK저축은행이 언제쯤 홈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을까. 팀 성적을 떠나서 팬들을 실망시키는 경기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OK저축은행의 후반기 최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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