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정우성과 손석희 앵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정우성과 손석희 앵커.
ⓒ JTBC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12월말 미얀마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현장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에도 애청하는 JTBC 뉴스룸에 배우 정우성이 출연하여 로힝야 난민의 참혹한 현실을 소개하며 한국의 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인터뷰를 했다. 필자가 활동하는 아디(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는 2017년 3차례에 걸쳐 로힝야 난민들을 직접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인권보고서로 작성하여 국내와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기에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고, TV에서 손석희 앵커와 정우성 배우 두 명이 투샷으로 로힝야 이야기를 할 때는 소름이 끼치면서 정우성씨의 담담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에 '인간이 저렇게 멋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감동스러웠다.

인터뷰 관련 기사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이 정우성씨를 칭찬하며 로힝야 난민의 실태에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며칠 뒤 로힝야 관련 다른 언론사의 기사 밑에 이러한 댓글이 달렸다.

 "로힝야는 버마말도 안하고 종교도 달라서 그동안 이슬람 난민으로 살았다잖아 그리고 지들이 테러 일으켜서 경찰 죽이고 해서 쫓겨난거잖아"(필자주 : 댓글 그대로 옮김)

 그리고 그 글을 읽은 나는 반사적으로 "이 씨레기 국 같은 *****삐~"라는 말이 나왔다.

 로힝야 인권활동을 하다 보면 종종 로힝야 기사 관련 인터넷 댓글을 살펴보게 되는데 그 댓글들이 증오와 혐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에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혐오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로힝야 난민에 대한 오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힝야 사태에 대한 오해와 편견

로힝야 난민은 미얀마 사람이 아니고 과거에 미얀마 사람을 학살했으며 로힝야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영국에게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다. 다른 글을 통해서도 밝혔지만 로힝야 사람들은 8~9세기경부터 미얀마 라카인 지역에서 거주했고 영국 식민지배시절 미얀마 식량수탈을 위해 강제이주 되었지만 노동자 신분이었다. 또한 일본이 2차 대전 후반부에 미얀마로 진격하면서 라카인 지역의 무장세력(로힝야 무장세력 포함)간 대리전을 통해 이슬람, 불교도, 일반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ohingya_people).

현재의 로힝야 민간인들이 일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미얀마 사람들을 살해하지 않았다. 그 어떤 자료에서도 현재의 미얀마 군대가 로힝야 사람들을 살해하고 방화하는 잔혹한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탄압사실만 계속 확인될 뿐이다. 백번 양보하여 현재의 사태에 대한 영국의 책임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여도 현재의 이 지옥과도 같은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은 명백히 미얀마 군부이고 군대이다.

 로힝야 난민에 대한 증오와 혐오성 댓글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하여 댓글러들이 사과를 하며 로힝야 난민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또 다른 자료를 찾아 로힝야 난민이 문제라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더 집중할 수도 있다. 차라리 혐오의 댓글러들에게 직접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게 하여 인터넷과 댓글 너머 존재하는 인간의 존엄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다시 정우성 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정우성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로힝야 문제는 지금 미얀마 정부의 탄압 대상이 수백 년 전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을 떠안은 후세대들과 반군과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라는 점"이라고 하며 1박 2일간 본인이 직접 체험한 난민촌의 실상에 대해 "난민여성 대부분이 강간당했고, 아이들 대부분이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 부모의 대부분이 아이의 죽음을 봤다"고 했다.

아디의 활동가가 몇 시간을 떠들어도 표현 못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단 몇 마디로 전달한 것이다. 배우와 스타, 난민친선대사라는 타이틀을 다 뛰어넘어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품격에 존경을 보내고, 댓글러에 분노 가득찬 욕설을 날리는 내 스스로의 품격도 반성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정우성씨를 아디의 홍보대사로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팬클럽에 먼저 가입해야 하나? 허허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이동화 선생님은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아디) 활동가입니다.



태그:#로힝야, #미얀마, #정우성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