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하는 '생리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에서 관객들이 주목해야할 건 비단 내용이 아니다. 보통 다큐멘터리 작업과는 달리 <피의 연대기>에는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음악'이 15곡 가량 들어간다. <피의 연대기>에서 음악 작업을 한 김해원 음악감독은 "아마 내가 이제까지 작업했던 영화 중에 가장 음악을 많이 넣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해원 음악감독(왼쪽)와 김보람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해원 음악감독(왼쪽)와 김보람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해원 음악감독은 김사월씨와 함께 2013년부터 2인조 포크 듀오로 활동하는 한편, 영화 <소셜포비아>(2015) <셔틀콕>(2014) 등의 음악 작업을 진행한 실력 있는 음악감독이다. 또 그는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상'과 '최우수 포크 음반' 2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김해원 음악감독이 지금껏 단편은 물론 영화 작업을 한 번도 연출한 일 없던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과 선뜻 작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해원 음악감독과 작업을 하는 김사월씨도 합류했다. 김보람 감독은 평소 김해원 음악감독의 음악도 즐겨 듣고 그의 공연을 보러 찾아갔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전했다. 자기처럼 경력 없는 사람이 김해원 음악감독 같은 사람에게 영화의 음악을 부탁했을 때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단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그렇게까지 여유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 소개시켜줄까?'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30분도 되지 않아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내가 할게'라고 말했다. 김보람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음악이 입혀지기 전 단계인 편집본을 보고 결정했다. 페미니즘이나 여성에 대해 나도 잘 몰랐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고 있던 중이었다." (김해원 음악감독)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왼쪽)과 김해원 음악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왼쪽)과 김해원 음악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해원 음악 감독은 <피의 연대기> 주요 스태프 중 유일한 남성 스태프이기도 하다. 그는 남성으로서 여성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라든지 여성 혐오 범죄라든지 그런 것을 SNS나 뉴스를 통해 보고 알고 있었고 음악계 내에서도 관련한 일들이 있었다. 일단 내가 그런 이슈들에 대해 말을 하기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피의 연대기>가 이런 이슈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하고 싶었다.

이 영화의 미덕은 감독님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느낀 내용 그대로를 담았다는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해 주장하려는 태도로 무언가를 동원하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나오는 분들이 무엇을 느꼈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리 용품에 대한 역사나 종류 같은 정보도 영화에 들어가지만 나는 그런 인터뷰 역시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 있었고 그래서 기분이 어땠다고.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잘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그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이 좋다. 그래서 주변에도 이 영화를 권하고 있다. <피의 연대기>는 분명 당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영화니까 꼭 보라고."

영화 편집 후반 작업 내내 임박한 여성영화제 일정 탓에 지쳐 있었던 김보람 감독은 김해원 음악감독에게 크게 의지했다면서 "영화의 편집본이 담긴 하드가 지금쯤 한강물에 있지 않은 건 해원 감독 덕분이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보람 감독(왼쪽)과 김해원 음악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실제로 한강 망원둔치에 갔다 (기자: 정말 던지려고?) 실제로 던지진 않았겠지만 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김해원 음악감독이 그날 새벽 3시에 연락을 주셨다. 감독님이 '지금 잘 하고 있다'고 '나는 좋은 장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영화가 지금 한강물에 있지 않고 여기 있는 이유는 감독님의 전화 한 통이었다고 생각한다. (웃음)" (김보람 감독)

"어떤 조언이든 거기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웃음) 내 조언이 우연히 유효기간이 맞았던 거다. 영화는 보통 작업 기간이 길고, 피드백을 바로 받기 어려운 매체다. 그렇게 계속 한 영화를 잡고 있다 보면 객관적으로 리프레시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 상황에서 제3자의 이야기는 항상 도움이 된다. 이번 작품에서 음악을 하면서 심적인 확신이 굉장히 강하게 든 측면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말씀을 드렸다. 생리가 굉장히 좋은 소재지만 다루기 어렵고, 관객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원래 하려고 했던 그대로 하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김해원 음악감독)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해원 음악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김해원 음악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개봉과 함께 발매되는 <피의 연대기> OST 다수의 곡들이 여성 코러스(합창)로 이뤄져 있을만큼 합창의 비중이 높다. 이는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지만 김보람 감독과 김해원 음악감독의 뜻이 통한 부분이었다. "막연하게 합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는데 김해원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해주셨다"는 김보람 감독의 말이 있었다. 그렇게 여성 코러스로 뮤지션 김사월과 곽푸른하늘, 박준우씨가 함께 노래를 완성했다.

"<피의 연대기>가 단순히 정보의 나열로 느껴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다. 집에 BBC EARTH라는 다큐 채널이 나와 본의 아니게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고 있다.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 있어 다큐 속 음악이 좋은 기능을 하는 것 같더라. <피의 연대기>는 내가 작업한 영화 중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영화였다. 다른 영화는 그렇게까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케치를 많이 했고 오리지널 음악이 많아질 수 있었다."


피의 연대기 김해원 음악 감독 김보람 감독 김사월 포크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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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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