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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고 저자가 했던 방식을 실천한다면, 저자는 자신이 그동안 해오고 책으로 쓴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낄 것이고 독자는 책에 투자한 보람을 느낄 것이다. 저자도 좋고 독자도 좋다. 최근 나에게 그런 책을 소개한다. <매일 아침 써봤니?>다.

MBC 드라마 프로듀서 김민식씨가 썼다. 그의 전작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읽긴 했지만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는 했지만 아직 본전은 뽑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리뷰 대상 책 표지
▲ 표지 리뷰 대상 책 표지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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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저자가 쓴 비슷한 유형의 책이다. 우선 두 책 다 제목이 반말이다. 듣기에 따라선 자랑 같기도 하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같다. 넓은 마음으로 자신은 이런 행동을 해봤고 운 좋게도 성공했는데 여러분은 혹시 해보셨는지, 안 해보셨으면 이번 기회에 해보시는 게 어떠신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거라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내용은 다르다. 전작은 영어, 후작은 글쓰기다. 그래서인가. 영어는 왠지 단박에 따라해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 책은 왜 샀는가. 영어라는 정복하기 무척 어려운 대상을 그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영어라는 괴물을 고분고분하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에 비해 이번에 나온 책 <매일 아침 써봤니?>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라 그런지 실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가 일반적인 글쓰기였다면 나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다. 방송작가를 하며 먹고 살기에 업계에서 요구되는 글쓰기는 제법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는 구체적으로 '블로그에 쓰기'다.

저자는 몇 년 전 노조활동을 열심히 한 죄로 좌천되었는데 그때 별로 할 일이 없어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라는 일을 자신에게 주었다. '세상이 나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나에게 일을 주자'는 정신으로 매일, 그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블로그에 글을 썼다.

그렇게 매일 쓴 글들이 차곡차곡 모여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가 됐고, 이번엔 <매일 아침 써봤니?>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마음을 먹기 시작했고, 읽고 나서 굳게 마음먹었다. 블로그를 한다고. 거기에 매일 글을 쓴다고. 다만 아침에 쓰는 건 아니고 자기 전에만 쓴다고.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 놓았던 거로 추정되는 블로그를 찾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복구한 끝에 발견한 구석기 시대의 블로그 내용을 스윽 훑어본 후 폐기하고 새롭게 블로그를 뚝딱 만들었다. 2018년 1월 8일 오후 3시 무렵이었고 개시 글을 썼다. '이제, 매일, 글 쓰자'라고. 그날 이후 오늘까지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지금 쓰는 이 글을 올리면 10번째가 된다.

그동안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라고 얘기한 책들은 꽤 있었다. 그 책들을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떤 점이 게으른 나를 일약 블로거가 되게 한 걸까. 그 점에서 이 책은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

우선, 저자 김민식 피디는 참 즐겁게 산다. 재미있게 산다. 제대로 '노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들이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보기만 해도 흥이 나는 사람. 마주하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사람. 김민식 피디가 그런 사람이다.
어떤 일이 돈이 될지 안 될지는 누구도 몰라요. 그러니 처음엔 무조건 재미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즐기는 겁니다. (중략) 저는 일보다 놀이를 더 잘하고 싶어요. 일보다 노는 걸 더 열심히 한다? 언뜻 철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최고의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취미로 공부한 영어로 동시통역대학원에 입학했고, 취미로 즐긴 춤 때문에 흥이 많은 사람이 되어 예능 피디가 됐고, 취미로 쓴 글 때문에 이제는 저자가 되었다.

이제는 매일 글 쓰는 것들 멈추지 않고 있다. 근데, 매일 글을 쓴다는 거, 사실 쉽지 않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라디오 작가를 제외하고는(이들도 매일 매일이 어렵긴 하다) 참 어렵다. 김민식 피디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말하는가.
글을 매일 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워야 합니다. 매일의 일상을 즐거움으로 채워야 합니다. 독서가 즐거워야 책 리뷰를 쓰고, 여행이 즐거워야 여행 이야기를 쓰고, 영화를 재미나게 봐야 설득력 있는 감상문이 나옵니다. 하루하루를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우고, 그 일상의 행복을 나누는 것이 블로그를 하는 자세입니다.
 그래,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고 치자. 뭔가 써보려고 블로그를 열었다고 치자. 문제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이다. 이 지점이 적지 않은 분들이 고민하고 계실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김민식 피디가 있다.
대본이란 평범한 이야기 95%에 새로운 요소 5%를 가미한 것입니다. 그래야 대중에게 와 닿아요. 주인공이나 이야기가 너무 비범하면 재미가 없어요. 현실감이 부족해서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거든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봄 직한 이야기라야 비로소 몰입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에요.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더 재미있습니다.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비범한 삶을 꿈꾸기보다 비범한 기록을 꿈꿉니다.
그렇게 매일의 평범한 기록이 쌓이면 비범한 삶이 되리라 그는 확신한다. 나는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매일 즐겁게 살고 매일 글을 써서 언젠가는 비범한 삶의 주인공이 되리라 결심했다. 글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글의 내용도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매일 쓴다는 게, 중요하다. 지키자. 즐겁게.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위즈덤하우스(2018)


태그:#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피디, #블로그 글쓰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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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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