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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이 내려진 17일 서울시내의 버스 BIT(Bus Information Terminal)에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안내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이 내려진 17일 서울시내의 버스 BIT(Bus Information Terminal)에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안내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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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내일 나쁘다는 예보가 나오면 내일 버스가 무료, 그리고 지하철은 공짜. 서울특별시가 15일 첫 시행하면서 갑론을박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 특히 출퇴근 시간에 서울 버스나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기분 좋게 이용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용이 어려워 역차별 논란까지 일었을 정도이다.

하지만 꽤나 매커니즘이 복잡하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데, 어디서부터 무료인지, 퇴근할 때는 종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밤 9시 정각에 버스를 타면 무료로 탑승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서울 지하철만 무료라는데, 서울 시내에 있는 코레일 전철역에서는 무료로 탈 수 있는 것인가?'까지 다양한 의문이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나왔을 때, 어떻게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무료가 되는 지 자세히 살펴본다.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구간에서 가능한지, 시간 계산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이 제도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을지까지 세세히 파헤친다. 18일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었으니, 퇴근길 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난문자 켜두세요...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기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났을 때는 이 표시가 버스에 뜬다. 이 때 카드를 찍으면 무료로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났을 때는 이 표시가 버스에 뜬다. 이 때 카드를 찍으면 무료로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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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인해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수도권이 당일 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인데, 미세먼지 다음날 예보가 '나쁨' 이상이어야 한다. 그 상황이 전달되면 오후 다섯 시 경에 언론 보도나 재난문자를 통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다음 날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사업장이나 공사장 역시 매연이 나오지 않게끔 하기 위해 가동 시간, 공사 시간을 단축한다. 다만 이러한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준수하여야 할 사항은 법이나 조례로 강제된 것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서울특별시에서의 대중교통 무료 방침으로 인해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됩니다, 서울특별시 안에서는 다 공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서울 6호선 불광역 맞이방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안내하는 안내문이 도착 안내기에 표시되어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7일 서울 6호선 불광역 맞이방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안내하는 안내문이 도착 안내기에 표시되어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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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먼저 서울특별시 내에서의 이동이다. 서울특별시 내에서는 어떤 전철 노선을 타더라도, 어떤 버스를 타더라도 공짜다. 900원을 내는 마을버스부터 2300원을 내는 광역버스를 탑승하거나, 1호선부터 9호선까지 모든 노선이 공짜이다. 저감조치가 발령된 날의 첫차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공짜이다.

그렇다면 오전 8시 59분에 버스를 탑승해서 9시 20분에 버스에서 내린다면 이 버스는 공짜일까, 정답은 공짜이다. 그 상황에서 9시 40분에 지하철로 환승하면 차액 50원만을 내면 된다. 이는 할인 시스템이 탑승 시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탑승 시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오후 5시 30분에 지하철을 탑승해 오후 6시 10분에 내린다면 요금을 물어야 한다.

지하철은 서울시계 내에 있는 역이면 어떤 역이던 탑승하면 공짜이다. 2호선과 5, 6, 8, 9호선과 우이신설선은 모든 역에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호선과 4호선 등 서울 시계를 오가는 노선은 서울 시계 내의 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공항철도나 경의중앙선 등 광역전철 노선도 응봉역, 서울숲역 등 서울 시계 내의 역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신분당선 이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신분당선은 강남 - 청계산입구역 구간이 무료로 운영되나 민자철도 특유의 운임 부과금 900원은 별도로 징수한다. 또한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시외로 다니는 704번, 462번, 505번, 108번 등이 그 대상이다. 462번을 성남에서 타도 공짜, 108번을 양주 덕정동에서 타도 공짜라는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나갈 때는 공짜, 서울로 들어올 때는 공짜가 아니에요

경기도 파주로 나가는 서울시내버스 뒤에 파주 면허의 경기도 버스가 서 있다.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된 날에는 앞의 버스는 어디서 타도 무료이지만, 뒤의 버스는 어디서 타도 요금을 내야 한다.
 경기도 파주로 나가는 서울시내버스 뒤에 파주 면허의 경기도 버스가 서 있다.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된 날에는 앞의 버스는 어디서 타도 무료이지만, 뒤의 버스는 어디서 타도 요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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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쟁점인 부분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인천 시민이 서울을 드나들 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이다. 지하철을 탑승했을 때에는 퇴근할 때에만 무료이다. 서울역에서 전철을 탑승했을 때, 춘천역에서 내려도, 수원역이나 인천역에서 내려도 전철 요금은 무료이다. 하지만 출근시간대에는 그대로 유료 요금을 내야 한다. 이 역시 '승차 시간'이 기준이다.

경기도 버스를 이용할 때는 유료로 이용하여야 한다. 서울특별시에서 요청하였으나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에서 거절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도 버스를 탑승하여 서울 시내에 진입한 다음, 전철이나 서울 버스를 이용하면 환승 시의 추가요금은 물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앞서 말했듯 경기도를 오가는 서울 면허 버스는 무료 요금이 적용되니 이를 탑승하는 것이 좋다.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해요, 하루 50여 억 세금 소모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무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18일 오전 서울특별시의 교통량은 2.36% 줄었다. 17일의 1.7% 감소보다는 큰 효과를 보았지만, 대중교통을 모두 무료화한 데 반해 얻었다고 하기에는 좋지는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15일 처음으로 시행되었던 대중교통 무료 운영에는 47억 8천만 원이 소모되었다. 서울특별시는 하루 50여억 원의 세금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마다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지만 자량 2부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거나 미세먼지 일정 단계 이상 시 도심, 부도심 진입 차량의 통행료를 걷는 등의 부가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기버스, 경유차 규제 등 더욱 현실적인 방안 나와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었던 15일 경의중앙선 이촌역 맞이방에 운임감면 안내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었던 15일 경의중앙선 이촌역 맞이방에 운임감면 안내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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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대부분의 원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점에서 도로의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대중교통을 무료로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방안이었다. 미세먼지를 맞으며 대중교통을 타러 가기보다는 오히려 공기청정장치가 부착된 차를 끌고 나오는 것이 낫다는 사람도 여럿 보이고,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 논란 역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책의 뜻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이번 대중교통 무료화 역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국내의 노력 중 과도기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교통량 감소, 버스 우선 신호제, 버스의 순수증차 허용 등 대중교통의 정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2인 3각 경기를 뛰듯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

다만 이러한 정책의 끝에는 시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굳이 지방선거를 의식해서가 아니다. 정말로 서울특별시민들이 믿고 숨 쉴 수 있는 서울특별시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세금을 더욱 나은 데 쓰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서울특별시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라는 좋은 정책 밑에 좋은 발받침을 놓아주기를 바란다.


태그:#미세먼지,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무료 정책,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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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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