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4년 미국에 설치된 비트코인 ATM
▲ 비트코인 ATM 2014년 미국에 설치된 비트코인 ATM
ⓒ 위키피디아(카피레프트)

관련사진보기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해야겠다. 가상화폐라는 말은 틀렸다.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이전부터 존재했다. 쇼핑몰이나 신용카드의 포인트도 일종의 가상화폐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암호화폐(Cryptocurrency)'다. 암호화폐는 분산화된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집중화된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기존의 가상화폐와는 전혀 다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암호화폐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꼽는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컴퓨팅 기반의 암호시스템으로 관리자나 중개자가 필요 없는 개인 대 개인(Peer to Peer)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향후 전 세계의 모든 거래와 정보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블록체인이 일상화되면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중개자(미들맨) 없이 거래되어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탈집중화된 세상이 도래한다. 암호화폐란 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오가는 결제수단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극단론자들은 미래에는 모든 법정화폐와 중앙은행이 사라지고 암호화폐만 남게 될 것이며, 심지어 개별국가나 세금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하나가 되는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 말한다. 꿈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암호화폐 반대론자들은 암호화폐가 실체가 없는 신기루, 사기극, 튤립 투기와 같은 머니게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법정화폐(legal tender)가 아닌 암호화폐는 그 누구도 지급을 보증하지 않기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순간 무가치한 디지털 폐기물이 된다. 정부는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졌을 때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 시뇨리지(주조차익)를 빼앗겨 권력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대체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암호화폐는 화폐의 미래인 걸까?

아니면 사기꾼들과 투기꾼들이 벌이는 한바탕 해프닝에 불과한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인 것은 맞다. 블록체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전기나 자동차,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록체인이 현실화되는 순간 암호화폐 시장은 폭락할 것이고, 투기꾼들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보자.

먼저 플랫폼의 표준화다. 신기술이 등장할 때는 서로 다른 방식의 아종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지만, 결국 단일한 방식으로 통합되어 간다. 지금 천 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만들어졌고 수십 종의 코인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천 개라는 것은 플랫폼이 천 가지 종류가 있다는 소리다. 미래에 이 많은 플랫폼이 다 필요할까? 결국 한두 가지의 플랫폼만 남고 모두 사라질 것이다. 닷컴 버블 때 모래알처럼 많았던 인터넷회사들은 모두 사라지고 포털사이트만 남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 하나는 가치의 측정이다. 블록체인 세상이 도래하지 않았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코인의 가치가 어떤지 모른다. 앞으로 이 코인으로 뭘 살 수 있을지, 뭘 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단지 앞으로 블록체인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고, 내가 가진 코인이 천문학적 가치를 가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환상에 근거해 코인을 보유한다.

하지만 막상 코인으로 거래가 시작되면 코인의 가치는 구매력에 고정된다. 코인으로 살 수 있는 가치 이상의 돈을 주고 코인을 사는 사람은 없어진다. 따라서 내가 가진 코인이 블록체인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고 해서 코인의 가격이 계속 오르지는 않는다. 진짜로 그냥 화폐가 되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 구매력을 갖지 못하는 코인, 즉 실제로 통용되지 못하는 코인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닷컴 버블 때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계속 오른 이유는 인터넷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들이 생겨나자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회사들은 주가가 폭락해서 문을 닫고 말았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코인의 가격이 쉼 없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지금 대부분의 코인은 살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거품은 결국 터지게 마련이다.



태그:#비트코인, #암호화폐, #가상화폐, #리플, #에이다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