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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예술이다'라는 말은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작물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변화무쌍하게 보여지는 농사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넓은 논밭을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라고 하면, 농부는 흙 위에 씨를 뿌리고 새싹이 자라서 결실을 맺는 일련의 과정은 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 물론, 현실은 예술처럼 느껴지는 농사의 가치와 농부의 수고로움에 야박할 정도로 무관심하지만 말이다.

<농부 이재관의 그림일기>를 보면서 농사뿐만 아니라, 이것도 할 수 있다면 농사의 종합예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재주를 가진 멀티플레이어 농부 혹은 생활예술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나무를 다루는 목공, 쇠를 다루는 철공으로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품과 난로를 적정기술을 통해서 만든다. 또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나무를 다듬어서 도장을 새긴다. 그 많은 기술들을 어디서 배웠을까?
"도대체 이런 거 다 어떻게 하세요?"
"아, 이거요? 학교를 안 다니면 되어요. 허허허."
뭐 나는 제대로 대답을 한 거다.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 본문 중에서
농부는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배운적이 없다고 한다. 제도권교육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 아니 안 한 것이 더 맞을 듯하다. 농(農), 목(木), 쇠(鐵)를 다룰줄 알면 밥 굶는 일은 없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실제로 귀농을 하거나 농촌생활에서는 자신의 필요에 의한 자급을 위해서라도 도구를 만들거나 공구 정도는 다룰 수 있다면 여러모로 유익하다.

 농부 이재관의 농사일기
 농부 이재관의 농사일기
ⓒ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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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재관은 1981년부터 현대엔진과 현대중공업에서 22년간 노동자로 살았다. 노동조합신문과 노보를 편집하고 만평을 그리는 활동을 했으며, 해고와 구속으로 옥살이를 하고 복직을 했다. 노동자로 살면서 여러 권의 책도 출간했으며, 전태일문학상도 받았다. 2002년 귀농을 한 이후에는 동화책의 그림을 그리고 적정기술관련 책을 출간했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영화 <1987> 시절에 치열하게 살았을 그의 삶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징역살이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서 변론을 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읽었다. 노동자의 삶이 농부의 삶으로 이어져서 지금의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현재 마을이장과 두 곳의 적정기술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고 교육을 다니면서도 농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화학농약과 비료는 물론 비닐도 쓰지 않고 흙도 갈지 않으며, 공장식축산의 분뇨로 만들어진 퇴비도 쓰지 않는다. 비닐을 사용하면 안 해도 되는 일거리를 줄일수 있지만, 농부는 스스로 정한 규칙을 깨지 않으려고 고집(농사철학)을 꺾지 않는다.
아구야 이 풀을 언제 다 잡는다냐. 땡볕에 고추밭, 콩밭, 들깨밭 풀보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아들아, 눈이 질로 게으른 거시다. 그래도 손발이 부지런헝게 입으로 묵을거시 들오재"
암! 아부지 말씀 떠올리면서 풀 잡으러 들어갑니다. - 본문중에서
징글맞게도 없이 살던 시절, 뭔가를 배불리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는 유년시절의 이야기에서 잠시 책을 덮었다. 나의 가난한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기 떄문이다. 가난과 배고품의 그 시절에 소작농으로 힘들게 살았던 부모님의 삶은 자식의 기억속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엄니는 옥수수나 고구마를 찌고 노릇한 보리빵을 쪄서 시장에 가져가기도 했다. 엄니가 아랫목 이불 밑에 넣어둔 보리밥으로 아침 먹고 학교 가는길. 엄니가 저만치 보이면 나는 한사코 엄니랑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깔고 지나갔다.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 본문 중에서"
그 시절 농촌에서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을 생활물품들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삼태기, 풍로, 구유, 숫돌, 숯다리미, 재봉틀 등의 얽힌 이야기를 수필 혹은 소설이나 시처럼 쓰고, 한 면에는 상상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전북 부안을 거쳐 전남 곡성에 지금의 터를 마련하고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와 가족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쓰고 그려냈다. 또한, 버려지는 것들을 쓰임새 있는 생활재로 변신시키고 자급하는 농사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이 책은 귀농과 농촌살이의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다.


농부 이재관의 그림일기

이재관 지음, 고인돌(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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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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