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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빨래를 시작하다.
 건강한 빨래를 시작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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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정도 빨래에 대한 오랜 실험을 했다. 시작은 건강한 세제를 쓰고 싶은 욕구였다. 이 실험은 친환경 세제를 검색하면서 시작되었다. 몇 블로거들이 올린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일반 세탁세제에 베이킹소다를 섞어서 쓴다는 것을 시작으로 과탄산나트륨, 베이킹소다, EM용액, 구연산을 일정량 섞어 가루를 만들어 세제 대용으로 쓴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선 나는 이 네 가지를 섞어 말려 가루를 내는 과정 자체를 무시했다. 왜냐? 번거로우니까. 그리고 EM용액을 뺐다. 이 용액은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세탁기를 돌릴 때 베이킹소다와 과탄산나트륨을 일정량 섞어 물에 녹여 넣고 나중에 헹굴 때 구연산을 넣었다(과탄산나트륨은 따뜻한 물에만 녹기 때문에 꽤 귀찮다). 그리고 나중에는 구연산 자체를 아예 안 넣었다.

왜냐? 세탁기로 빨래 돌려놓고 나서 항상 깜빡하고 구연산을 넣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구연산은 산이라서 염기성인 소다와 같이 넣으면 중화가 되버려 세탁을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헹굴 때 넣었다). 구연산은 옷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무시했다. 물론 나중에는 옷이 너무 염기화 되어서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구연산을 넣어 중화를 시킬 필요는 있다는 결론을 내긴 했지만 어쨌든 안 넣는다고 세정 작용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소다와 과탄산만 넣고 빨래를 돌리기 시작했다. 6개월 이상 그렇게 한 것 같다. 나중에는 과탄산을 매번 녹여서 넣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안 녹아도 찬물에 바로 넣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타났다.

첫 번째는 옷이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반 세제처럼 펑펑 소다를 넣고 돌리니 염기성이 생각보다 강해서 옷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아끼던 옷을 꽤 버렸다. 당시 나는 매일 12시간 먼지를 뒤집어 쓰며 공장에서 일했다. 그래서 매일 옷을 빨다 보니 옷이 뻣뻣해지고 쉽게 상하는 것 같았다. 하긴 이 강한 세제로 매일 빨아댔으니 옷이 남아 나겠는가.

그래서 그 대책으로 세제 양을 엄청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속옷 말고 겉옷은 세제를 아예 안 넣기 시작했다. 줄어든 옷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 상하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겉옷과 속옷을 분리해서 빨기 시작했다. 속옷은 땀과 분비물에 더럽고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이라 깨끗하게 살균하고 싶었다. 겉옷은 최대한 먼지를 털어내고 물로만 씻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도시에서는 그 반대이다. 매일같이 미세 먼지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지내다가 집에 들어오면 옷에 붙은 먼지들은 장난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 살면서 깨끗하고 친환경적으로 세탁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 말이다.

왜냐하면 매일 위험한 먼지를 뒤집어 쓰며 살기 때문에 깨끗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옷을 더 깨끗하게 세탁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 너무나도 편리하고 위험한 세제들이 너무 많았다. 감기 바이러스가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독해지듯이, 이미 오염된 환경에서는 점점 더 독한 세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무한 반복되는 현상. 애니메이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서 오염된 환경의 나무들이 독기를 뿜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자연을 망치고 그런 도시에서 생존하기 위해 또다시 자연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끊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사슬과 같다고 생각했다.

미세 먼지마저 강력하게 물리칠 좋은 친환경 세제를 구하면 좋겠지만, 나는 옷이 망가지지 않으면서 제대로 세탁도 되면서 일반 세제처럼 한번 넣기만 하면 되는 편리함을 가진 싼 세제를 아직 찾지 못했다.

뭐 굳이 찾는다면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비누를 갈아서 넣는 방법도 있고 (비누 가루를 파는 곳도 있으나 아주 드물다) 아니면 아주 쉽게 인터넷에서 비싸게 친환경 세제를 사는 방법도 있고,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소다와 과탄산과 구연산을 적절하게 넣는 법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편리하지 않거나 비싸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일같이 일에 치여서 사는 도시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 세상에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하고 오후 11시에 들어와서 빨래를 하기 위해 비누를 손으로 갈고 있거나 과탄산을 뜨거운 물에 녹이고 빨래하는 도중에 시간을 계산해서 세탁기를 멈추고 구연산을 일일이 넣는 미친놈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아니면 좀 더 돈에 여유가 있어서 비싼 친환경 세제를 사서 기분을 내고 싶다거나 하면 모를까.

옷을 줄이자, 세탁기 사용을 줄이자

그리하여 나의 결론은 이렇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지 말자. 옷을 줄이자. 세탁기를 최대한 쓰지 말고 비누로 손빨래하자. 이렇게 살면 내가 원하는 건강한 방법으로 옷을 빨 수 있는 것 같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면서 건강하게 세탁하는 것을 나는 포기했다.

나로서는 할 수가 없다. 세탁기를 안 쓰고 손빨래하는 이유는 아예 세제 자체를 안 쓰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필수적인 세탁기. 진정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세탁기 자체를 안 쓰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각했다.

바빠서 손빨래할 시간이 없어서, 옷이 많아 매일 옷을 바꿔입고 그만큼 빨래가 쌓여서, 그래서 우리는 그 밀린 빨래를 돌리느라 세제를 쓰는 것이니까. 바쁘지 않다면 매일 속옷 정도는 내 손으로 빠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손과 비누만큼 강력한 세정제는 없다. 찌든 때는 세탁기도 소용없으니까. 손으로 빨면 세탁기 안 써서 세제 안 써도 되고 전기도 안 써도 된다. 그리고 그렇게 손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옷을 줄여야 한다.

매일 입을 옷이 많으니까 빨래는 나중에 해도 되고 그러니까 빨래가 쌓인다. 하지만 옷이 적으면 옷을 자주 빨게 된다. 그리고 빠는 양이 적으니까 손빨래를 해도 상관없다. 물론 이것은 하루 8시간 이하로 일하고 혼자 살 때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지만(그렇다! 이것은 장시간 노예처럼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도시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사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빨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옷 재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소다양 조절에 실패해서 옷을 다 버리고 난 이후에 생긴 고민이다. 어떤 재질의 옷을 입어야 하나, 어떤 옷을 사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최근에 내가 처음으로 거금을 주고 산 공정무역 옷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이 옷은 외국에서 베틀로 제조한 옷감으로 만든 옷이다.

도시에서 손빨래를 시작하다!
▲ 손빨래 도시에서 손빨래를 시작하다!
ⓒ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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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빠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최대한 세제를 덜 쓰고, 써도 중성 세제로 찬물에 손빨래로 주물 거리는 수준에서 빨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땀 같은 분비물은 미지근한 물에만 빨아도 제거되고 그것이 옷의 수명에 더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 건강한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만들어진 순수한 재질의 옷을 입으며 세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손빨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옷들을 구입하거나 직접 옷을 만들어 입고, 최대한 입는 옷을 줄여서 매일 속옷은 빨고 겉옷은 적당히 비누나 소다만 써서 손빨래를 해볼 작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시 환경이 깨끗해야 하고 내가 건강해야 한다. 연결된 고리와 같이 어느 것 하나 충족이 되지 못하면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태그:#친환경세제, #옷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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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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