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명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 목 안에 도저히 가둬놓을 수가 없어 토하듯이 뱉어내는 '무거운 숨'에 대하여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무거운 것을 뱉어낼 힘도 내지 못할 만큼 '숨이 벅차' 숨을 끊기를 결정하는 지친 마음에 대하여도, 알지 못한다.

지난 골든디스크에서 이하이는 무대에 올라 종현의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이자 이하이 자신의 앨범 SEOULITE 수록곡, '한숨'을 열창했다. 앨범의 제목, SEOULITE의 뜻은 '서울 사람' 혹은 '서울의 빛'이다. 이 날 무대 위에서 눈물을 머금고 청아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는 진정한 서울의 빛이었다. 그러나 그 빛은 그녀 자신을 비추려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발원으로 삼아 지금은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 않은 누군가의 인생을 빛나는 어떤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jtbc 골든디스크 이하이의 한숨 무대

jtbc 골든디스크 이하이의 한숨 무대 ⓒ jtbc 골든디스크 캡쳐


지난달 18일,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유명을 달리 했다. 그의 죽음은 너무도 갑작스러워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 비보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 실시간 댓글창은 차라리 오보이길 바라는 마음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내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종현은 그들의 가슴 속에서만 남게 되었다.

한 자연인으로서 종현의 삶이 어떠했는지 나는 알지 못하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동료였던 가수 아이유가 '제32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시상식에서 한 말은 종현이 느낀 고통의 한 귀퉁이를 알려줬다.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울고, 배고프면 힘없고, 아프면 능률 떨어지고...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이 좀 자연스럽게 내색 되고 또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희 아티스트 분들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니만큼 프로 의식도 좋지만 사람으로서 먼저 스스로를 돌보고, 다독였으면 좋겠습니다. 내색하려 하지 않으려 하다가 오히려 더 병들고 아파지는 일이 없었으면, 진심으로 없었으면, 정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골든디스크 어워즈 대상 수상소감을 전하는 가수 아이유.

골든디스크 어워즈 대상 수상소감을 전하는 가수 아이유. ⓒ jtbc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 정도에 대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최선이라 생각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아름다운 것이라 여기며 산다. 삶의 과정은 우리 주변에 그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의미를 잃을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를 짓누르는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반복하여 내쉬는 그런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럴 때 스스로의 마음을 지그시 바라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 감정에 걸맞은 표정과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위에 거짓된 무언가를 덧씌워 무시하고 외면해선 안 된다. 우리의 마음은 점점 곯아 썩게 될 것이다. 감정은 그 감정에 걸맞은 태도로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것들을 느끼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허락되는 것만을 밖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세상. 그저 힘들기만 했던 세상살이가 불가능한 것으로 바뀌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잘 억제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혹은 감정적으로 무뎌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른이 된 우리는 왜 이토록 외롭고 슬프고 고통스러운가. 무뎌진 그것에, 억제된 그것에, 본래의 목소리를 주어야 할 때다.

이날 그녀가 부른 '한숨'의 2절은 내 기억 속의 한 자리에 줄곧 머물게 될 것 같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가 발하는 빛을 받으며,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그 사람을 떠올린다. 그는 그 어딘가에서 분명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울고 배고프면 힘없고 아프면 능률 떨어지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들을 자연스럽게 내색하며 스스로를 잘 다독이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하이 종현 한숨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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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 해, 다른 이들의 치열함을 흘긋거리는 중입니다. 언젠가 나의 한 줄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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