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 그런데...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 그런데...
ⓒ 고정미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을 발표한 작년 7월,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나는 카페를 청소하고 있었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라서 아침마다 사무실 회계 직원이 들르곤 했다. "뉴스 봤어요? 최저임금이 올랐대요." 나는 삶이란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런데 회계 직원이 "저도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로 해달라고 할까 봐요" 한다. 직원들 월급을 챙기랴, 날마다 숫자와 시름하는 그는 계산기를 두드렸을 테고,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받는 임금보다 나아요?" 나의 순진한 질문에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어찌됐던 자영업자가 아닌 나는 기뻤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을 만났다. 뉴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보며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고 했다. 졸업 후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들에게는 애인이 생긴 것처럼 기쁜 소식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던 해맑은 친구가 떠오른다.

나의 아르바이트 연대기가 생각났다. 2000년도 밤늦게까지 술집에서 서빙하고 받았던 시급 1800원, 2002년도 고기를 굽고 기름기 가득한 철판을 닦고 받았던 시급 2000원, 2005년 비디오 대여점 일하고 받았던 시급 2500원. 그렇게 꾸준히 오른 최저임금이 2017년에는 6470원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어찌됐던 자영업자가 아닌 나는 기뻤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어찌됐던 자영업자가 아닌 나는 기뻤지만...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작년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이사님이 "원래는 6500원이었는데, 이번 달부터 6700원으로 오른 거요" 했다. 그때 나는 달랑 200원을 올려주고 저렇게 생색을 내나 싶었다. 하지만 그 200원이 큰돈이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불경기로 손님이 줄어들고 겨우 적자를 헤매고 있던 터였다. 손님이 없어 불안했던 시간을 겨우 견뎠다.

며칠 전, 일했던 카페에 '호사'를 누리러 갔다. 내게 호사란 카페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회계 직원이 푸념을 쏟아냈다.

"적자는 여전한데 최저임금만 올라서 이사님과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정부에서 매달 사업장에 13만 원씩 지원해주잖아요?"

나는 "최저임금 해결사 '일자리 안정자금'"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직원을 줄여볼까, 안 되면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결국 직원들이 받는 임금은 비슷할 걸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친구도 올해 근무시간이 1시간 줄어들었다고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들어봤어? 그게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이유래."

문재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세금으로 빈틈을 막는 식이라 불안하다고 했다. 근무시간 단축은 싫지만 개인적으로는 최저임금이 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경제학을 전공했던 친구에게 최저임금에 대해 물었다.

임금노동자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경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시련이라고 했다. 특히 영세업자의 가장 큰 지출은 임대료와 직원 월급인데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이중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의 정반합이지." 쉽게 얘기해달라는 나의 눈빛에 "예를 들어 이런 거야. 정: 사랑은 아름답다. 반: 사랑은 추하다. 합: 사랑은 추함을 포함한 아름다움이라서 위대하다"며 "결국 최저임금 인상도 정반합이야. 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풍요를 준다. 동시에 사업주에게는 부담을 준다. 결국 임금 인상은 사업주에게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노동자에게 풍요를 줘야 위대하다. 그래서 정부가 부의 분배를 위해 사업장에 최저임금을 지원해주는 방법이 답이지. 하지만 턱없이 모자란 게 문제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야."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면 세상이 고요했을까. 아파트 경비원들의 전원해고에 이어 고용노동부조차 외국인 상담원을 7명이나 해고했단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직원의 축 처진 뒷모습이 뉴스에 나왔다.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일에 보람을 느꼈다는 직원이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왜 직업을 잃어야 하나요?"

최저임금 인상에 박수를 쳤던 몸으로 사는 노동자들, 높아가는 임대료와 가맹점비로 괴로운 데 인건비까지 올라 울상을 짓고 있는 자영업자들. 누군가에겐 희망이고, 누군가에겐 골치가 아픈 최저임금은 어디로 가는 걸까.

ⓒ 고정미



태그:#최저임금 , #아르바이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쓸 때는 은둔자가 되고 싶으나,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여인. 곧 마흔, 불타는 유혹의 글쓰기를 기다린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