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호원(호야)이 홀로서기에 한창이다. 아이돌그룹 인피니트를 탈퇴하고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현재 뮤지컬 <모래시계>와 MBC 드라마 <투깝스>에 출연중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배우' 이호원을 만났다.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그는 사랑하는 이를 묵묵히 지켜주는 경호원 재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모래시계>는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세 주인공의 얽혀버린 우정과 사랑,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뮤지컬이란 세계

이호원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재희 역을 맡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이호원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재희 역을 맡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모래시계>(SBS)가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 부담되진 않았나. 
"제가 1991년생인데 이 드라마를 못 봐서 오히려 처음에는 부담이 안 됐다. 그런데 주변에서 '와 너 부담 되겠다' 계속 이야기하셔서 뒤늦게 부담을 가지게 됐다. 비슷하게 따라 할까봐 처음엔 드라마를 보지 않고 혼자 대본을 연구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놓은 다음 마지막에 봤다."

- 아이돌로서 춤과 노래를 했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 등에서 연기도 했다.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건데 어렵지 않았는지.
"계속 움직이면서 노래를 불러야하니까 부담이 되긴 했다. 기관지가 안 좋아서 격하게 움직이면 호흡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편인데, 그래서 숨찬 것을 연기 안에 녹이기 위해 연습했다."

- 가수로서 노래하는 것과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하는 것이 차이가 있는지.
"뮤지컬에선 노래 한 곡을 하기 전에 사연이 있고 연기가 있고 그 다음에 노래를 한다. 노래만, 혹은 연기만 하는 것보다 둘을 같이 했을 때 전할 수 있는 감동이 더 깊은 것 같다. 마치 드라마 OST를 들을 때 감동처럼."

- 뮤지컬에서 분량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분량이 적은 만큼 내 몫을 더 확실하게, 임팩트 있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1분을 나오든 10분을 나오든 관객에게 얼마만큼 전해줄 수 있느냐의 문제 같다. 다른 주연 배우들의 감정이 주인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뒤에 제가 서 있더라도 거기에 제가 서 있는 이유를 만들려고 했다. 경호원이라서 거기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재희는 혜린의 가까이에 있으려고, 혜린을 가까이서 지켜주고 싶어서 그곳에 서 있는 것이다."

- 뮤지컬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가 대단한 것 같다. 그런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는지.
"화려한 동작이나 고음 이런 게 아니더라도 정말 흡인력 있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배우들을 보면서 그 비결을 고민해봤다. 결국 얼마나 그 무대에서 자기 자신을 믿고, 그 상황에 몰입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가수든 뮤지컬 배우든 똑같다. 자신감을 더 가지려 한다."

- 요즘 세대로서 <모래시계>에 공감이 됐나.
"제일 처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였을 때 감독님이 저한테 대표로 말해보라고 하셨다. '너는 <모래시계> 드라마 세대가 아닌데 이게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느냐'고 말이다. 저는 그때 충분히 공감된다고 말했다. 예전 시대 배경이지만 결국 사람들 이야기지 않나. 그것도 청년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다. 그 시대의 아픔이이지만 지금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것은 같기 때문에 공감 못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홀로서기의 의미

이호원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재희 역을 맡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이호원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재희 역을 맡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


-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 같은지.
"성공했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즐기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항상 먼 미래의 계획을 많이 세웠다. 1년 후에 뭘 할까 하고. 그런데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의 저도 계획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세세한 계획보다는 큰 목적을 세워놓고 어떤 길로 가든 그 목적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 큰 목적이 무엇인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편하게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좀 더 들어가서 말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서 앨범을 내는 게 저한테는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노래들로 공연을 하고 싶다."

- 그룹으로 가수생활을 하다가 이제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되진 않나.
"많이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한다. 예전엔 무대에 서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이제는 저 스스로 믿고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보는 이들이 알아서 느끼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 것 같다." 

내 근본은 '댄서'

- 춤을 굉장히 사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의 가장 밑바닥은 댄서라고 생각한다. 춤은 저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이다. 해보고 싶은 춤에 대한 아이디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춤을 출 수 있는 나이까지 다 해보고 싶다. 춤만 추는 공연이나 방송도 하고 싶다. 친한 친구들이 거의 다 댄서이기 때문에 만나면 춤 이야기를 한다. 제가 만드는 음악의 반 정도는 춤추기 좋은 음악이다." 

-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춤출 때 제 모습이 가장 솔직한 제 모습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연습실에서 10시간 이상 춤을 췄는데 내가 가장 많이 본 내 모습은 거울 속의 춤추는 내 모습이었다. 춤출 때 가장 나답다. 이렇게 말로써 인터뷰로써 나를 표현할 수도 있지만 춤으로써 나를 표현할 때 가장 솔직해지는 것 같다. 춤출 때 기분은... 당당해지고 꾸밈없어지는 느낌이다."

- 음악에 대한 욕심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알앤비 음악을 좋아했는데 앞으로 알앤비 음악을 하고 싶다. 알앤비가 흑인음악인데 제가 흑인이 아니니까 그걸 무조건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나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

진짜 나로 살기

이호원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재희 역을 맡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이호원 뮤지컬 <모래시계>에서 재희 역을 맡은 가수 겸 탤런트 이호원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 홀로서기를 통해 좀 더 나다운 나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나.
"아이돌은 이래야 해,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다보니 스스로 갇히게 되더라. 저의 생각에 대해 말했을 때 소위말해 소신 있는 발언이란 걸 하면 늘 적이 생기더라. 아이돌은 늘 논란이 되지 않을 만한, 누구나 좋아할 만한 보통의 말들만 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 같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러다보니 인터뷰를 할 때도 질문지를 받고 모범 답변을 회사에서 만들어주고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대답했다. 그런 것들이 20대 중반을 넘어가니 회의감이 들더라. 사람으로서 제 자신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SNS에 정치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거고,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거고, 또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할 때도 대중이 이런 거 싫어하지 않을까, 내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몇 년 전부터 생각했다. 이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걸 하면 잘 되겠지?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예전에는 했는데 지금은 재미있으면 하고, 재미없으면 하지 않고 그럴 것이다."

-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여전히 음악이고 춤이다. 사실 예전에는 스스로 갇혀 있다 보니 가사를 쓸 때도 사랑밖에 안보였는데 요즘은 시야를 넓게 하니 내가 힘들 때 겪었던 감정들도 써보고 싶은 생각이다. 저의 음악을 듣는 어린 팬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노래도 만들고 싶다."

- 혹시 앨범을 준비하는지.
"앨범 준비는 작년부터 했고 완성도 했다. 뮤직비디오나 재킷 촬영 등의 작업은 아직 안 했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인 곡 작업은 끝낸 상태다." 

-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은.
"제가 좋아해서 만든 것들을 세상에 많이 공개하고 싶다. 되도록 열심히 해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결과물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이호원 호야 모래시계 뮤지컬 인피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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