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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문 대통령 '평범한 사랑의 용기, 민주주의 역사 바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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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기술에 드라이브가 있다. 강한 회전이 걸리면 걸릴수록 상대방은 받아내기 어렵다. 그만큼 강한 회전을 걸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때린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십상이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입장을 강조한 것을 두고 '강력한 개헌 드라이브'라거나 '개헌 강공 드라이브' 등으로 표현하는 언론이 많다. 그럴 만 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길 거듭 요청한다"면서도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그 뜻은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합의가 안 되고 정부가 발의하게 된다면 국민이 공감하고 국회 의결을 받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려면 3월 중 개헌안이 발의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거나 "그러려면 국회 개헌 특위에서 2월 말 정도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란 발언도 나왔다. 개헌안의 최소 범위와 시점까지 예고한 셈이다.

'분권과 국민의 기본권 확대'가 국민개헌안 핵심이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즉석 질문받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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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를 통해 국민개헌안에 담길 내용도 사실상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이 국가 운영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지 정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정쟁에 휘말릴 여지가 높은 내용은 모두 빠진 개헌안이 나올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야 사이에 이견이 확연히 엇갈리는 대통령 임기 등 권력 구조 개편 방안이나, 자유한국당 쪽에서 색깔론을 제기할 만한 이른바 '사회주의적 안건'은 국민 개헌안에 모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대다수 시민이 공감할 만한 '분권과 국민의 기본권 확대'가 국민 개헌안에 핵심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방 분권과 국민 기본권 확대는 최소 분모로 너무나 당연한 개헌"이라고 했고, 또 "만약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하나의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개헌안 공론화 방법까지 일부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발언을 그 직전 내용부터 같이 살펴보자.

"10월 22일, 대한민국은 새로운 숙의 민주주의 장을 열었습니다. 오랜 갈등 사안이었던 신고리 5, 6호기 문제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성숙하게 해결했습니다. 대화하고 타협하며, 결과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사회가 촛불이 염원했던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촛불을 더 크고 넓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촛불 정신을 국민의 삶으로 확장하고 제도화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바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란 문장과 함께 "국민의 뜻이 국가 운영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합니다"란 대통령의 개헌론이 이어진다. 따라서 이 두 부분을 같이 놓고 해석한다면, 국회에서 개헌안 합의 도출이 실패했을 때 '국민개헌안 공론화위원회' 같은 형태의 기구가 출범하는 상황도 상정 가능해진다.

국민개헌안 공론화위원회도 가능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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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개헌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만 하기에,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이 상황이 오히려 한국당의 고민을 깊게 만들 수 있다. '분권과 국민의 기본권 확대'라는 시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개헌안, '국민 개헌안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통해 여론 수렴까지 실시한 개헌안이 한국당 반대로 무산된다면?

당장 한국당은 거센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선거를 맞아야 한다. 국민개헌안 무산에 대한 책임을 심판하는 지방선거가 될 수도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당의 찬성으로 국민 개헌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그들로서는 고전적인 이점이 하나 사라진다. "지방선거는 어차피 투표율 50%를 왔다갔다한다, (우리 당이) 25% 지지율만 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홍준표 대표의 지방선거 전략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되면 투표율이 올라갈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는 강력하다고 표현할 만 하다. 처음에 지적했듯이 그만큼 강한 회전을 걸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때린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십상인데, 새해 첫 날부터 초등학생이 그린 달력 그림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한국당이기에 딱히 '맞드라이브'가 보이지 않는다.


태그:#문재인, #개헌, #국민개헌안, #분권,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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