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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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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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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KB)국민은행(허인 은행장)이 신입 여성직원들을 대상으로 100km 행군을 앞두고 피임약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같은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 일부 신입직원들의 경우 행군 중에 쓰러지는 등 안전사고도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지난 3~4일 신입사원 연수 기간에 신입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지급했다.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100km 행군 때 생리주기에 있는 여성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이를 배려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은행 쪽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은 9주 동안 진행되는데 행군은 그 중 마지막 일정"이라며 "이때 혹시 피임약이 필요한 연수생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400여명이 이번 연수에 참가했고, 이 가운데 여성은 절반 정도였다"며 "10년 넘게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번에 문제가 불거졌다)"고 덧붙였다.

"너무 가혹해 문제 있다 얘기 많이 나와... 행군 도중 쓰러진 직원 있어"

또 이 관계자는 "이런 행군 일정은 지난 1기 연수 때부터 진행돼온 것인데, 1년에 2번 채용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기간은 알기 어렵다"며 "1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 쪽에선 회사가 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심희천(공인노무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실장은 "100km 행군 프로그램이 너무 가혹해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행군 도중 쓰러진 직원도 있어서 (이후) 버스가 그 뒤를 따라간다"며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하태욱 국민은행 노조 실장은 "입사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이런 행군을 해야 하는 것인데, 피임약을 먹으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 내부에서 감기약 등 비상약품을 구비해 놓긴 하지만 피임약의 경우 호르몬 관련 약품이라 아무리 일반약품이라도 이를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 실장은 "이런 약품이 유산이나 불임 등 (부작용과)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이 아니니 회사 쪽에서 이를 준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들은 신입직원 연수 극한 훈련 없앴는데...

다른 국내은행들 가운데 신입사원 연수프로그램에 행군 등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일정을 포함하거나 피임약을 지급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극기훈련 같은 것은 없고, 1시간 정도 산행을 하는 일정은 있는데 신입직원들의 호응도가 높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임약 지급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유주선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3~4년 전부터 연수프로그램을 개선해 체력단련 같은 일정은 빠지고 가벼운 트래킹 일정이 추가됐다"며 "피임약을 지급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국민은행이 신입직원 연수에 가혹한 일정을 포함하고, 피임약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쓴소리를 했다. 이가희 한국여성민우회 노동팀 활동가는 "우선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극기훈련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군이라는 것은 군대의 한 프로그램인데 이는 여성을 배제하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를 강행하다 보니) 피임약 지급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이 활동가는 "극기훈련을 통해 윗사람 말에 따르고, 군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인데, 사실 문제는 직장문화가 군대문화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여성의) 특성,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 문제"라며 "구성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태그:#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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