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의 박형준 교수와 유시민 작가.

JTBC <썰전>의 박형준 교수와 유시민 작가. ⓒ JTBC


최근 <썰전>의 시청률은 4%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일 방송까지, 4%대 시청률은 '불변'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 혁명의 열기가 거셌던 2016년 말, 시청률 10%를 돌파하는 파죽지세를 떠올린다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동시간대 방송 중인 채널A의 낚시예능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가 <썰전>과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JTBC의 <한끼줍쇼>의 이경규가 본인의 '장기'인 낚시를 앞세운 <도시어부>는 18회까지 방송되면서 차근차근 <썰전>의 시청률을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요인은 한 둘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혁명', 그리고 장미대선까지 이른바 '정치의 계절'에 누렸던 시사예능 특수는 올해 6월 지방선거 정국에 돌입하기 전까지 잠잠할 수밖에 없다.

<썰전>의 성공에 힘입어 MBN <판도라>, 채널A <외부자들>과 같은 정치시사 예능토크쇼도 다수 생겼다. 게스트도, 다루는 이슈도 중복될 수밖에 없다. 주진우 기자와 같이 '팬덤'을 보유한 게스트들의 출연도 성사됐다. 시청자들도, 인터뷰이들도 <썰전> 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답보 상태 <썰전>

 작년 11월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작년 11월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 SBS


TV조선으로 적을 옮긴 전원책 변호사에 이어 '유시민의 파트너'가 된 박형준 동아대 교수의 활약(?)도 한몫했다. 박형준 교수는 MB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거쳐 정무수석 비서관과 사회특별보좌관을 거친 MB 정부의 실세이자 브레인이라 할 수 있다.

<썰전>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MB 정부와 MB 관련 이슈다. 일부 시청자들은 박 교수가 '적폐청산' 작업으로 드러나고 있는 MB 블랙리스트와 댓글 공작 등 MB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군 당국의 위법과 불법 사안에 대해 어정쩡한, 그리고 '내로남불'과도 같은 논리로 소위 '쉴드'를 치고 변호를 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고 지적한다.

이에 반해 유시민 작가가 일찌감치 '여용지식인'을 선언했다. 이후 <알쓸신잡>으로 유명세를 더 하고 있다. 하지만 답보 상태인 <썰전>의 시청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SBS가 경쟁에 가세한다. <썰전>이 굳건히 지켰던 목요일 오후 11시 시간대에 야심작인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아래 <블랙하우스>)가 편성을 확정한 것이다.

지난 2일 SBS는 "김어준씨와의 일정 조율 등을 마치고 1월 18일 목요일 정규 첫 방송을 확정했다"며 "파일럿에서 함께한 '흑터뷰' 코너의 강유미, '아는 척 매뉴얼' 코너의 타일러씨도 계속 함께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 파일럿을 연출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 외에 <SBS 스페셜> 'The 람쥐'로 '판타지 다큐드라마'를 시도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 주시평 PD가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좋은 질문'과 차별화 앞세운 <블랙하우스>

 작년 11월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작년 11월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 SBS


"그 (다스 실소유주 의혹 관련) 내용, 우리가 반팔 입을 때 다 했던 거야."

팟캐스트 <다스뵈이다>를 진행하는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세 사람을 최근 공개된 6화에서 이렇게 입을 모았다. 사실이다. 일찌감치 MB를 타깃으로 삼은 세 사람 중 김어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을 전 국민의 유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물음을 제기 중인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사무총장과 이 사안을 취재 중인 주진우 기자도 지속적으로 출연했다. 그 결과물이 아마도 '플랜(Plan)다스(Das)의 계'라는 모금 프로젝트일 것이다.

다스의 주주가 돼서 실소유주를 직접 밝혀보자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는 다스 주식 구입 모금을 시작한 지 약 3주 만에 150억이란 거금을 모았다.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좋은' 질문에서 비롯된 유의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보통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는 질문이 잘못됐을 때가 많거든."

지난해 11월 초 방송된 <블랙하우스> 파일럿 방송에서도 진행자인 김어준은 이렇게 '좋은 질문'의 유용성에 대해 끊임없이 설파하곤 했다. 그래서 고(故)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를 만나 '합리적 의심'이 가는 사안에 대해 물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인터뷰 자리에 앉혔으며, 방송인 강유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질문하기 위해 MB의 사무실로, 자택으로, 기무부대 테니스장으로 뛰어다녔다.

"실제 기자들이 해야 하는 이 질문('다스는 누구 겁니까?')을 하지 않고 있어서, 강유미씨가 나도 여기까지 할 수 있는데 왜 아무도 하지 않느냐는, (취재 배경에) 그런 의미도 있어요."

파일럿 방송에서 김어준은 강유미에게 '돌발 인터뷰'와 같은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강유미가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그림 자체가 기성 언론들이, 방송들이 보여주고 있는 '제대로 된 질문을 적재적소에서 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반증이란 설명을 풀이된다. 결국 이러한 태도 자체가 <블랙하우스>가 만들어낼 '차별점'의 요체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썰전> vs. <블랙하우스>, 그 승자는?

 작년 11월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작년 11월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한 장면. ⓒ SBS


"SBS 블랙하우스에서는, UAE 원전 수출 과정에 직접 관여하셨거나, 이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배정훈 PD는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러한 '공지'를 올렸다. 임종석 실장의 UAE 방문을 놓고 몇 주째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블랙하우스> 역시 이 사안을 취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블랙하우스>가 <그것이 알고 싶다>보다 이슈에 대해 훨씬 신속하게 접근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블랙하우스>는 미국인 출신 타일러가 출연하는 '아는 척 매뉴얼' 코너를 통해 '미국' 일변도의 한국 외교와 외신 관련 보도의 한계를 꼬집을 것으로 보인다. 강유미의 '흑터뷰'(마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양세형의 숏터뷰>를 연상시키는) 코너도 살아남았다. 더불어 김어준의 특종 인터뷰와 배 PD의 탐사보도까지 서너 꼭지가 매주 방송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에서 하지 않았던, 보지 못했던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하여 기존 시사, 정치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블랙하우스>의 파일럿은 바로 이러한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것은 비단 시사 정치 팟캐스트와 라디오 진행자로 팬층을 확보한 김어준이란 캐릭터에서 연원한 것은 아니었다.

차별화야말로 기존 언론과는 다른 '좋은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제작진의 철학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차별화는 또 수 년째 방송돼 자리를 확고히 잡은 <썰전>이 열어 놓은 시사예능의 지평 위에서 가능한 차별화이기도 했다. SBS가 <블랙하우스>를 하필 <썰전>과 동시간대에 편성한 것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썰전>과 <블랙하우스>의 이 경쟁이 예능을 품은 '정치시사'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지, 시청자들이 전통의 강자와 신흥 고수 중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관전이 되지 않겠는가. '유시민 vs 김어준'의 승자는 물론, 4%대 시청률로 고전 중인 <썰전>의 시청률 추이와 함께 말이다.

썰전 블랙하우스 김어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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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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