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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난해 어느 즈음, 내 카톡창으로도 어김없이 가짜 뉴스들이 전송되었다. 어떤 때는 성가시고, 어떤 때는 신기했다. 때로는, 나와 퍽 먼 곳에 있는 듯 느껴지는 저쪽 어딘가에서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나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보면서도 영 개운치는 않았다. 나에게 이 가짜 뉴스들을 전송하는 사람은 정말 이 이야기들을 믿고 있는 것일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가짜 뉴스 처벌만으로 해결이 될까?> 책표지
 <가짜 뉴스 처벌만으로 해결이 될까?> 책표지
ⓒ 양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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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시리즈 중 52번째 <가짜 뉴스>편이 나왔다.

갈수록 진화하는 가짜 뉴스에 대하여, 과연 그것을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현명한 대처 방법은 무엇일지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에 의하면, 가짜 뉴스(fake news)란 말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은 미국이라고 한다. 원조의 위엄이랄지. 미국에서 가짜 뉴스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서, 2016년 12월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가짜 뉴스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88%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형편이니,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 가짜 뉴스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한국도 가짜 뉴스의 논란이 많지만, 미국과는 유형상 차이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언론사 사이트를 흉내 낸 방식의 가짜 뉴스가 주로 논란이 되지만, 한국에서 주로 기승을 부리는 것은 소위 '지라시형'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에서 가짜 뉴스를 받아본 경로는 카카오톡 메신저가 39.7%로 가장 높았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는 27.7%, 가짜 뉴스 사이트를 통해 이를 받아 본 경우는 3.7%에 불과했다고 한다.

유형과 형식에 따라서도 가짜 뉴스의 범위는 나뉠 수 있지만, '논쟁적인 가짜 뉴스' 또한 존재한다고 책은 설명한다. 바로, 언론사의 보도가 이에 해당한다. 가짜 뉴스의 원래 개념이 언론의 보도가 아닌 것을 지칭하는 데다가, 언론 보도는 과장 보도, 왜곡 보도, 오보라는 말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기에 굳이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또한 가짜 뉴스를 경계한다는 미명 하에 언론에 가해질 수 있는 지나친 제약은 권력자를 향한 합리적 의혹 제기를 어렵게 할 수 있고, 이해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는 가짜 뉴스 취급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논쟁적인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읽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인터넷의 보급으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뉴스는 물론 거의 모든 정보를 받아보고, 또 확인할 수 있는 현대에, 왜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걸까.

책은 오히려 인터넷의 발달로 가짜 뉴스가 쉽게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보다 용이하게 되었고, 그 집단의 생각은 점점 더 한쪽으로 치우칠 가망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극단적으로 부추기는 것이 바로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기계가 자동으로 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맞는 콘텐츠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집단 극화와 확증 편향은 점차 강화된다.

"알고리즘의 결과물은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한 번 맛을 보면 끊기가 힘이 든다. 내 생각과 같은 기사들만 내게 배달되고, 나와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거주하는 소인국에서 사는 삶은 평안하다. 악마는 그 안에서 자란다." - 엘리 프레이저(<생각 조종자들>의 저자) 재인용

가짜 뉴스는 차별과 혐오 정서를 이용해 경제적·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니, 사회에 불건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엔 틀림이 없다. 이에 사회적인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고, 그 대표적인 것으로 책은 팩트 체크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꼽고 있다.

그러나 양자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가령, 팩트 체크는 가짜 뉴스의 빠른 확산에 대처하기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진위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거나 팩트 체크 결과 또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치 사회에 대한 쟁점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으며,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시민 의식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개인은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책은 가짜 뉴스를 구분하는 8가지 팁을 제시하니, 눈 여겨 볼 만하다.

1. 매체를 확인하라
2. 포털 뉴스를 검색하라
3. 기자 이름을 확인하라
4. 근거 없는 주장과 출처 없는 통계는 의심하라
5. '악마의 편집'에 주의하라
6. 지나치게 반갑고 기쁜 기사는 의심하라
7. 가짜 뉴스에 속았다면 후속 조치를 취하라
8. 기사 발행 날짜를 확인하라

책은 진짜 뉴스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든, 그래서 오히려 가짜 뉴스가 위세를 떨치게 만든 언론의 자성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2018년 새해를 맞아 지난해와는 달라진, 시민의 신뢰를 회복한 언론사들이 보다 많아지길 바라본다.

한편 이 책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서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픈 얼굴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내게 가짜 뉴스를 열심히도 전달해 주었던 그 분께는 이 책을 꼭 선물하고 싶다. 또한, 나 역시 내 좁은 우물에 갇혀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 번 되돌아볼 일이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가짜 뉴스, 처벌만으로 해결이 될까?

금준경 지음, 내인생의책(2017)


태그:#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 #가짜 뉴스 처벌만으로 해결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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