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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4일 오후 16시 30분]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메모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명절·휴가비 내역. 메모에는 BH라는 문구 옆에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을 뜻하는 이니셜과 함께 지급 액수 내역이 적혀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메모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명절·휴가비 내역. 메모에는 BH라는 문구 옆에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을 뜻하는 이니셜과 함께 지급 액수 내역이 적혀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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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이 청와대로 흘러간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비와 사저 관리 비용, 기치료 비용 등으로 대부분 탕진됐다. 일부는 '문고리 3인방'의 명절·휴가비로도 쓰였다. 나아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돈 관리에 개입한 흔적도 발견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4일 박 전 대통령을 전직 국정원장 3명으로부터 국정원 몫 특수활동비 36억5천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국고 손실 등)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모두 사적으로 유용... 불법성까지 인지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후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5000만 원~2억 원을 수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을 통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상납을 요구했다. 매달 5천만 원씩 수수한 게 시작이었다. 후임 이병기 원장 시절에는 상납급이 1억으로 두 배 뛰었다.

이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인 이병호 원장에게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계속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수동적으로 돈을 수수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정황이다. 또 2016년 8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돈을 계속 수수하면 위험하다"는 안 전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상납을 중단시켰다. 그가 이 돈의 위법성까지 알았다는 근거다. 얼마 후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2억 원을 추가 수수했다.

이렇게 수수한 35억 원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인적 용도로 유용됐다. '금고지기'는 이재만 전 비서관이었다. 국정농단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그는 당시까지 수수한 돈(33억)을 자신의 집무실 개인 금고에 은밀히 보관했다. 돈의 존재는 박 전 대통령과 문고리3인방만이 알고 있었으며, 오로지 박 전 대통령이 쓰라는 곳에만 썼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만 비서관이 물러나고,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수수한 2억 원은 청와대 관저 내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돈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등과 연락을 주고 받기 위해 개설한 차명폰 51대의 기기 값과 요금, 삼성동 사저관리비용, 기치료·운동치료 비용으로 쓰였다. 이재만 전 비서관이 이영선 전 행정관에게 매달 1천만 원씩 전달하면 그가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을 관리하는 데도 약 10억 원이 사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들에겐 매달 300~800만 원이 지급됐다. 국정원 상납 액수가 증가하면서 대통령 임기를 1년 앞두고는 월 800만 원까지 증액되기도 했다.

최순실 개입흔적 곳곳에... 조사 거부로 전모 밝히진 못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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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에게 명절 떡값과 휴가비가 지급되는 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박영수특별검사팀이 최씨로부터 압수한 수기 메모에는 BH (청와대),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라는 글씨와 함께 구체적 액수가 적혀있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은 최씨가 자신들이 받아간 연도별 휴가비 액수를 정확하게 기재한 것이라고 일관되지 진술했다. 수기 메모의 필적도 최씨 것으로 판명났다. 다만 최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개입 전모를 밝혀내진 못했다.

또 검찰은 최씨가 2013년 5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운영한 대통령 전용 의상실에도 국정원 상납금이 흘러갔다고 밝혔다. 최씨는 2016년 9월 독일로 도피하기 전까지 매달 1000~2000만 원의 운영비를 현급으로 지금했는데 이 중에 섞여있다는 것이다.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정산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원 상납금을 유용했다는 정황은 또 있다. 이재만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할 때마다 지정한 액수를 쇼핑백에 담아 관저에서 전달했는데, 최씨가 함께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영선 전 행정관도 최씨의 운전기사에게 상납금을 포장한 쇼핑백을 다수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돈이 최씨에게 최종 전달됐는지는 그가 조사를 거부해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국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매월 5000만원씩, 총 1억5천만 원을 건넸다.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불법으로 실시한 '진박 감별' 여론조사 비용 5억 원도 국정원이 대신 지급했다. 다만 이 부분은 관련자 조사가 끝나지 않아 추가 수사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

대통령의 머리 손질 비용과 최씨의 독일 도피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의 머리 손질 비용은 청와대 공식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됐으며, 최씨가 도피 직전 돈 관리자인 이재만 전 비서관과 만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전 정부에서도 상납이 이런 식의 상납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건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병기 원장 시절 상납금이 두배로 증액한 배경에 '친박 실세'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구도 있었다는 점도 관련자 진술로 확인됐다. 전날 특수활동비 1억 원 수수 혐의로 구속된 최 의원은 이날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했으며, 자신이 받는 혐의도 전체적으로 부인하는 중이다.

다음은 검찰 관계자와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

- 최경환 의원은 이병기 전 국정원장한테 왜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나?
"최 의원은 오늘도 출석을 불응하고 있는데 1억원 수수한 혐의도 부인하고, 전체적으로 검찰 수사에 모든 걸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 동기를 알 수 없는 건가?
"다만 이병기 전 원장이나 관련자 진술은 확보한 상황이다."

- 박 전 대통령 특활비 관련 혐의가 3가지다. 금액이 36억 5천만원인데 내용에 따라 이건 뇌물수수고, 이건 국고손실 등이라고 보나?
"다 뇌물이다. 자기 돈을 대통령에게 뇌물로 줬다면 뇌물이다. 근데 나랏돈이었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은 예산과 관련된 사람일 때 성립한다. 공무원이 그냥 가져다 쓴다고 성립되는 게 아니다. 35억원은 국정원 기조실장과 국정원장, 국정원 기획 예산 담당자가 있었기 때문에 국고손실로 법률을 적용했고, 나머지 1억 5천만원은 예산 관련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업무상 횡령으로 봤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같다. "

-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국정원 특활비를 두는 금고와 국정원에서 받아온 돈을 둔 곳은 별도의 보관장소를 두고 쓴 건가?
"총무비서관실에 금고가 따로 있었다. 청와대 특활비를 관리하는 분은 따로 있었고, 별도 금고에 방도 달랐다. (청와대 특활비를 관리한 사람은) 그냥 자기 일을 한 거고, 감사원 출신이다. 이 돈이 있는 것도 몰랐다. "

- 이재만 전 비서관 금고엔 국정원에서 받아온 돈만 넣어둔 건가?
"그렇다."

-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인수인계를 할 때 이런 상납 관행에 대해 얘기 안 했나?
"제가 국정원 업무행태를 설명하는 게 이상하지만, 국정원장이 교체될 때 원장 차원에서 인수인계가 된 것 같지 않다. 기조실장의 업무보고를 통해 인수인계된다. 두 사람이 회의에서 만났을 때 그런 얘기를 나누긴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병호 전 원장에게 얘기한 건 이병기 전 원장이 비서실장을 그만둔 2016년 5월 경이다. 이병기 전 원장이 비서실장에서 퇴임하고 나니까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상납이 계속되는지 의문을 가졌는지 이병호 전 원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계속해달라고 했다. "

-국정원 특활비가 이전 다른 대통령 때도 있었나?
"저희가 수사한 바로는 파악된 바 없다. 특활비 개시 자체를 박 전 대통령이 능동적으로 요구했다."

-최순실은 이번 주에 기소하나?
"그건 아니다. "

- 오늘 공개된 최순실 메모가 확보된 게 특검 중반 이후다.
"이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의심을 갖고 물어본 건 맞는데 당시에도 최씨가 조사를 거부했고, 정호성 전 비서관이 함구했다. "

- 박 전 대통령 계좌도 추적했는데 실제로 개인 계좌에 특활비가 유입된 정황이 있나?
"현금이기 때문에 그건 아니다. 다만 계좌에 있는 돈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건 맞다."

-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이 받은 명절 비용은 개인적으로 다 썼나?
"본인들 말에 따르면 일부 생활비로 쓰였고, 돈이 나눠진 흔적은 없다. 본인 활동비, 생활비 등으로 쓰였다. "

- 이재만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명절 비용 등을 나눠줬는데 그걸 최순실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취지인가?
"그렇다. 이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다르게 얘기하면 모르겠는데 굉장히 일치되고, 정확하게 다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 이재만 전 비서관, 이영선 전 행정관 진술 외에 문서로 된 증거를 제출하거나 확보한 게 있나.
"당시엔 본인이 보려고 적었는데 지금은 없다고 한다. 이영선 전 행정관은 비용 나가는 게 일정해 특활비 관리를 하지 않았다."

- 차명폰 51대 중 관계자 7명 외에 다른 사람이 사용한 적은 없나?
"차명폰을 세트로 바꿔나간 것이다. 특검 후반에 발견했는데 이 사람들끼리 쓰다가 한꺼번에 바꾸고, 그걸 이영선 전 행정관이 한꺼번에 나눠주고, 바꿔줬다."

- 기치료 등 비용은 특정됐나?
"한 번에 얼마 받았다는 건 치료를 한 사람이나 이영선 전 행정관 통해 특정되는데 현금이기 때문에 횟수로 대략 추산한 것이다. 보통 갈 때마다 10~3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

-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는데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공범이 되나?
"지시를 받았어도 공범이다. 본인들은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져간 액수가 너무 많다. 충분히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박 전 대통령 머리 비용은?
"청와대 공식 특활비에서 지급됐다. 청와대 공식 특활비와 이 특활비를 크로스체크하면서 진행했다."

- 주택구입자금이나 최순실씨 독일 도피자금은 특활비에서 나간 게 아닌가?
"다른 자금인 것 같다. 최순실씨가 독일 도피 전 이재만 비서관과 만났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으로 확인됐다."

-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를 처음 시작한 거라고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은 건가?
"저희도 물어보고 싶다."

- 국고손실 혐의인데 환수할 건가?
"추징 의지는 있다. 재산관계 파악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

- 국정원 특활비 관련 이명박 정부도 들여다볼 예정인가?
"수사 대상에 대해 뭘 한다, 안 한다는 답할 문제가 아니다."


태그:#박근혜, #의상실, #상납금, #특활비,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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