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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방지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봄, 가을 두 번에 걸쳐 산불위험시기를 정해 집중관리하고 있다. 봄에는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가을철엔 11월 1일부터 12월 15일 까지로 연중 5개월가량 된다.

이 시기엔 전국 2만2천여 명의 산불방지인력이 각 지역별 소유구분별로 산불감시와 진화에 투입되고, 관련 공무원들도 산불비상근무체제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산불위험시기와 인력 운영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2013년 이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산불로 인해  미흡하지만 2015년부터 연중10개월 동안 상시 운영할 수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시범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시범사업으로서 충분히 그 역할과 중요성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범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역시 12월 15일 종료되어 1월 말까지 공백기라 지금은 산불에 무방비 상태다.

이러한 우리나라 산불방지체계에 경고라도 하듯이 1월 1일 오후10시경 무술년 새해 해맞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삼각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밤새 소방대원과 지자체 공무원 800여명이 동원되어 밤을 꼬빡 새우며 대응 했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밤새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고, 날이 밝아야 투입되는 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날이 밝아 수십 대의 헬기가 주불을 진화하긴 했지만, 다음날 밤에도 2천여 명의 소방관과 공무원이 시무식도 하지 못한 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번 기장 산불은 우리나라 산불역사에 있어 또 다른 기록을 갱신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겨울산불로 50ha 이상의 산림이 소실되었다는 기록을 본적이 없다.

부산 기장산불에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투입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야간 산불을 독자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다.

800명이 아니라 100여명만 투입시켜도 웬만한 야간산불은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2016년 상주산불현장뿐만 아니라 수많은 현장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부산 기장 산불에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단 한명도 없었다. 올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아직 선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기장 산불 현장엔 대부분 지자체공무원과, 일반 화재를 전담하는 소방관뿐이었다.

소방관은 수많은 사건사고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산불에 전적으로 동원될 수 없는 어정쩡한 실정이다. 아니 소방관이 전적으로 산불을 감당할 수 없는 데는 인력 부족의 한계도 있다. 

산불은 일반 화재처럼 시급을 다툴 정도로 인명과 재산피해 위험이 높지는 않다. 그런 이유로 소방관의 입장에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산불처럼 광범위한 현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올해 들어 가을 겨울철 산불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 자료가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이미 최근 10년 산불발생 통계를 살펴보면 가을, 겨울철 산불조심기간 선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가을철(11.1~12.15) 산불위험기간 중에 발생한 산불보다, 겨울철 산불비상근무체계를 해제한(12.16~1.31)기간에 발생한 산불이 오히려 26%(113건)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산불위험시기가 아닌 1월 324건, 6월 323건으로 산불위험기간인 11월 237건 12월 80건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러한 실상을 산림청에서 모르고 있으리 만무하다. 산불조심기간 선정에 있어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 겨울철 산불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예산확보의 문제로 보인다.

산불을 꼭 산불진화대가 꺼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산불은 전문화된 진화조직이 아니고선 이번 부산 기장 산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비해야 한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산불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강릉, 삼척, 상주 산불이 주는 교훈이 있었다.

산불이 산불로 끝나지 않고 민가까지 넘나들고 최근 미국 산불로 인해 수천 여 채의 주택이 잿더미로 변하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산불도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 불안해하고 있다.

언제나 관행과 예산 탓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실정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시급한 문제는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이 12월 15일 종료되어 이듬해 1월 말까지 겨울철 산불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산불방지인력의 사기를 꺾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년 봄 산불에 대비한 사전 교육훈련 시간도 빼앗고 있다. 봄 산불위험시기에 임박해 선발하고 투입되는 문제로 산불방지 인력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산불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불이 예사롭지 않게 위험하고 대형화되는 문제로 인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산불방지인력 운영 및 산불조심을 현 실정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 산불교육박사 입니다.



태그:#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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