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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학 고도리 와인 대표
 최봉학 고도리 와인 대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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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와인 이름이 '고도리'? 오해 마세요, 그 뜻 아닙니다>

최봉학 대표는 2010년에 주류제조면허와 사업등록신청을 했다. 고도리 와인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2008년에 와인강좌를 들은 뒤 거봉으로 레드와인을 만들었지만, 그건 재미삼아 해본 것이었다. 본격적인 와인 제조를 시작하려면 와인 제조를 배워야 했다.

그래서 2010년에 대경대학교에서 와인 관련 강의를 들었다. 영천군에서 교육비를 일부를 지원했다. 최 대표는 와인 교육을 받으면서 김옥미 대경대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는 와인 덕분에 김 교수와 같은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또 강의를 통해 다양한 외국와인을 시음하면서 와인의 맛을 구별하게 됐다. 이태리 와인, 프랑스 와인, 스페인 와인 등등.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말은 와인에서도 통용되는 '진리'였다. 덕분에 와인 맛을 제대로 알게 되었단다.

이렇게 와인에 대해 눈을 뜨면서 그는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봉 레드와인은 그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와인 맛을 알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였다. 최 대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 품종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거봉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들겠다는 결심한다. 그 때까지는 거봉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든 사람이 없었다. 누구도 하지 않을 때 도전하는 게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그는 김옥미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교수는 흔쾌히 승낙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와인제조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거봉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 시간 안에 껍질을 분리해내야 한다. 그래야 붉은 와인이 아닌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다. 외국에서도 붉은 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고도리 와인
 고도리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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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드디어 거봉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와인 맛은 마음에 들었다. 그 와인이 2011년, 우리 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거봉 화이트와인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그 상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주는 건가보다 했더니, 그게 아니었어. 그 때부터 와인 양조에 자신을 갖게 됐어요. 150만 원 상금도 받고 일본연수도 다녀오면서 와인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와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진 최 대표는 로제와인도 만들었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로제와인까지 만들고 나니 다음에는 아이스와인에 도전하고 싶어지더란다. 농사만 짓던 농부가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 대표는 영천시에 먼저 아이스와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영천시는 예산을 지원했다. 영천시의 이런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영천의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아이스와인은 독일과 캐나다 아이스와인을 꼽는다. 독일과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밭에서 언 포도를 수확해 만든다. 혹한기의 독일과 캐나다의 기후조건이 아이스와인을 만들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떨까?

최봉학 고도리 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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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밭에서 언 포도로 만드는데, 우리는 그게 안 돼요. 영하 8도가 돼야 밭에서 언 채로 포도를 수확하는데, 우리는 기후가 안 되고 밭에서 언다고 해도 겨울에 북서풍이 굉장히 강하게 불어서 다 떨어져 버려요.

그런데다 우리 마을은 밭에 포도가 그대로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다 따 갑니다. 우리 밭을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데 밭에 포도가 그대로 있으면 '봉학이가 일이 바빠서 포도를 못 땄구나, 내가 따서 포도 주스나 만들어야겠다' 하면서 다 가져갑니다."

밭에 그대로 남겨둔 포도를 나중에 따러 갔더니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영천시에서 포도를 얼릴 수 있는 냉동 창고와 냉동포도 압착기 예산을 지원받아 아이스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당도와 산도가 높은 고도리 아이스와인은 달콤한 맛이 아주 깊다. 그래서 마시면 달콤한 여운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그 다음에 그가 도전한 와인은 복숭아 와인이다. 맑고 투명한 고도리 복숭아 와인은 은은한 복숭아 향이 먼저 와인을 마시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복숭아의 달콤한 맛이 충분히 깃든 와인 역시 충분히 유혹적이다. 이 와인, 맛에 이끌려 마시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역시 쉽지 않았다.

"복숭아는 섬유질이 많아서 씨를 빼는 것도 어렵지만, 맑고 깨끗한 와인을 만드는 게 제일 힘들어요. 와인을 만들어놓으면 굉장히 혼탁하거든요. 여과과정을 거쳐서 맑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았는데, 이 과정에서 여과기를 2개나 태워먹었어요. 여과하는 과정에서 모터가 타 버린 거죠."

이런 어려움을 겪은 보람이 있었다. 어디다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복숭아와인을 만들었으므로. 복숭아 와인을 만드는 노하우를 알고 싶어 찾아오는 이들이 많지만, 아직은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게 최봉학 대표의 설명이다.

고도리 와인
 고도리 와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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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수 포도로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다. 같은 청수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도 와이너리마다 와인 맛이 다르다. 와이너리의 특색이 스며들어 있다고 해야 하나.

"당연하죠. 떼루아(땅)가 다른데.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지기도 하고. 청수는 그 어떤 품종보다 와인을 만들기 좋은 우수한 품종이라서 내년에는 청수를 많이 심으려고 하는데, 묘목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청수 화이트와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청수를 재배하려는 와이너리와 농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청수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 와이너리마다 청수 와인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8년에는 전국에서 각기 개성을 지닌 청수 와인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 대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면서 연구한단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고도리 와인이 우리나라 최고의 와이너리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리라.

평범한 농민이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거듭 난 최봉학 대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할 때 자신이 이렇게까지 뛰어난 와인메이커가 될 것을 예상했을까?

"몰랐죠. 저는 일만 열심히 할 줄 알았지, 와인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어요."

이야기를 하면서 최 대표는 크게 웃는다. 그 모습에서 와인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묻어난다.

와인 양조를 시작하고 3년 정도 지나자 와이너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이 오더란다. 거봉 화이트와인이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뒤,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고도리 와인을 찾아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2015년에 와인 매출이 1억을 넘겼다. 매년 생산하는 와인 종류가 늘어나면서 매출도 증가한 것이다. 최봉학 대표의 와인 빚는 솜씨는 더 정교해졌다.

매년 고도리와인을 찾아오는 방문객은 2천 명이 넘는다. 이들이 고도리와인의 주요 고객이다. 와이너리 방문 고객이 늘면서 고도리와인은 펜션을 두 동을 지었고, 식당도 같이 운영하게 되었다. 포도밭에서 와인과 함께 음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더 바빠졌다.

최봉학 고도리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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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절을 보내려고, 좋은 세상을 만나려고 와인을 시작했는데 여유를 즐기기는커녕 더 바빠졌어요. 제가 죽을 때까지 바쁠 것 같아요, 예감이. 좋은 와인 만들어야 되고, 새로운 와인 개발하려면 더 연구해야 되고... 갈수록 태산인 거라. 내 팔자려니 해요. 지금까지는 와인 하면서 돈을 못 모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땅을 장만했어요. 거봉이 잘 자라는 밭이죠. 그 전에는 와인 하려고 있던 땅도 팔았거든요."

땅을 장만하면 농사 일이 그만큼 늘어나는데 최 대표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러면서 청수 포도를 더 심겠다고 하니, 최 대표는 워커홀릭임이 분명하다. 그의 이런 부지런함 덕분에 고도리 와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우리 고도리 와인을 마시고 맛있다는 말을 해줄 때 가장 행복해요. 제 욕심은 별 거 없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거듭 나고 싶어요. 농사를 짓지만 그건 와인을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지. 와인을 만들 좋은 원료를 확보하려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거든요. 와인 전용품종을 심을 수 있는 밭을 더 넓혀서 더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해 와인애호가들이 마실 수 있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최 대표는 택배 주문받은 와인들을 포장하고, 와인을 구매하러 온 고객을 만나느라 계속 바빴다. 그런 그의 몸짓에는 농부의 부지런함이 배어 있었다. 영천 농민의 자부심이 그에게서 물씬 묻어나서 보기 좋았다.

고도리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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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욱 광명동굴 소믈리에의 와인팁>

고도리 화이트 와인 : 거봉포도로 만든 화이트와인은 거봉포도를 양조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눅눅한 향취를 제거해 아주 깔끔한 맛을 냈다. 화사한 아카시아 향과 복숭아 향이 일품이며, 야채 샐러드나 해산물과 함께 즐기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도리 청수 화이트와인 :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청수를 사용해 만들었다. 청수 특유의 미네랄과 산미가 적절히 조화된 고급와인으로, 파인애플, 리치 등의 열대과일 향과 화사한 꽃향기가 아주 매력적이다. 랍스터 같은 해산물이나 연성 치즈와 함께 먹으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고도리 복숭아 와인 : 고도리 와인에서 직접 생산한 복숭아로 만들었다. 복숭아의 달콤한 향과 맛이 잘 살린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당도가 높지 않지만 복숭아 특유의 달콤한 향이 있어 디저트 와인으로 적당하다. 케이크나 과일, 초콜릿 등과 함께 즐기면 좋다.

고도리 로제 와인 : 광명동굴 와인 품평회를 포함한 와인 품평회에서 수상 경력이 화려한 와인이다. 로제 와인 고유의 핑크빛과 화사한 향이 잘 살아 있고 산미와 당도가 적절히 조화된 와인으로 한식과 양식에 모두 잘 맞는다. 향이 강하지 않은 파스타, 치즈, 루콜라 피자, 훈제 연어 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고도리 레드 와인 : 영천의 MBA포도를 사용해 만든 고도리 레드와인은 스틸탱크에서 숙성한 고도리 레드 스틸와인과, 오크통에서 숙성한 고도리 레드 오크와인 두 가지가 생산된다. 두 와인 모두 영천 MBA포도의 특성을 잘 살렸다. 스틸와인은 깔끔한 맛과 산미가 특징이며, 오크와인은 풍부한 깊은 맛을 내면서 바디감이 좋다. 한식 구이 음식과 잘 어울리며, 양념을 많이 하지 않은 생선구이도 잘 맞는다.

고도리 아이스 와인 : 수확한 포도를 동결하여 만든 아이스와인은 특유의 달콤함과 화사함이 황금빛 와인에 녹아들어 있다.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아이스와인의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런 맛과 향에는 반할 수밖에 없다. 디저트와인으로 적당하며, 과일과 함께 마시면 아이스와인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도리 브랜디 : 고도리 와인을 증류해 만들었다.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하여 바닐라와 캐러멜 향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다. 증류를 거치는 과정에서 와인 향이 승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외국의 고급 브랜디와 견줘 전혀 손색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치분권뉴스>에 실렸습니다.



태그:#고도리와인, #최봉학, #영천, #한국와인, #복숭아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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