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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은혜초 방학식이 끝난 29일, 한 아이가 한 담임교사 책상에 올려놓고 간 선물.
 서울 은혜초 방학식이 끝난 29일, 한 아이가 한 담임교사 책상에 올려놓고 간 선물.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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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8년 2월말부로 폐교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립학교인 서울 은평구 은혜초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오후 4시쯤. 235명의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일제히 이 내용이 담긴 스마트폰 '전자 가정통신문'(학교 알림장)을 받았다. 이 학교 김아무개 재단이사장이 보낸 것이었다.

학부모, 교사, 교장도 미리 알지 못한 '기습 알림장'

저학년 자녀를 둔 이 학교 한 학부모는 30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가정통신문을 보고 이사장이 장난하는 것인 줄 알았다"면서 "내일이 방학인데 문자메시지 보내듯 벼락치기 폐교 통보를 받고 보니 욕이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도 28일 오후 4시쯤 가정통신문 복사본을 받고서야 폐교 소식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한 교사는 "이사장이나 교장이 폐교에 대해 교직원과 단 한 번의 회의를 연 적이 없다"면서 "아이들과 교직원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책임한 폐교 통보에 몸이 떨린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교장은 어땠을까? 최아무개 교장은 전화통화에서 "나도 학부모와 같은 시각에 폐교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정통신문을 보고 안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재단이사장이 폐교 문제를 공론화해서 토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장과 교사도 모르게 학부모에게 '알림장 폐교' 통보를 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란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가정통신문에서 "수년간 지속된 학생 결원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왔다"면서 "재단 이사회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 2018학년도에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8년 2월말부로 폐교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또한 김 이사장은 "일부 교원들께서 교육청을 방문하여 상여금 지급을 요청하면서 본교의 어려운 사정이 공론화되었다"고 폐교 책임을 교사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이 학교 전체 13명의 교사 가운데 9명은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해 '교원성과상여금 미지급 사실'에 대해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사는 "우리는 재정지원을 교육청에 요청한 것이었는데, 이것을 공론화라고 하며 폐교의 이유 중 하나로 간주한 것"이라면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우리 방문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공론화되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한 학부모도 "이사장이 마치 교직원들이 잘못한 것처럼 밝힌 것은 교사들에게 책임 뒤집어씌우기"라고 지적했다. 이 학교 교직원들은 올해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내년 1, 2월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김 이사장은 가정통신문에서 "자녀들이 근처 학교에 입교할 수 있도록 안내에 최선을 다하고, 교육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은혜초 김 아무개 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전자 '가정통신문'.
 은혜초 김 아무개 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전자 '가정통신문'.
ⓒ 은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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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다음날인 지난 29일 오전 11시 30분부터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사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학부모들이 큰소리로 따지면서 간담회장은 난장판이 됐다고 한다.

참석 학부모들은 "주변 공립학교도 방학식을 했고, 사립학교도 결원이 생겨야 전학갈 수 있는데 왜 이토록 벼락치기식으로 폐교 통보를 했느냐"면서 "은혜초가 내년 신입생까지 뽑아놓고 갑자기 이럴 수 있는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 학교는 지난 11월 27일 신입생 지원 과정을 마쳤다.

학부모 172명 폐교 반대 서명, 교육청은 '폐교' 서류 보완 지시

이날 참석 학부모들 가운데 172명은 '폐교 반대와 전학 불가' 내용이 담긴 서명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학부모와 재단이사회 사이에 법적, 물리적 마찰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29일 하루만 해도 이 학교 저학년 수십 명이 주변 초등학교에 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8일 은혜초 재단이 신청한 폐교 신청서에 대해 보완지시를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류 점검 결과 폐교절차에 필요한 학생 분산수용 계획 등의 서류가 미비해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재단이 폐교를 결정했더라도 1명의 학생이라도 그 학교에서 졸업을 원할 때는 학교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전학을 갔을 경우에는 내년 2월말 폐교가 될 수도 있다.

이 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폐교가 될 경우 20여 명에 이르는 이 학교 교직원(교원 15명  포함)들의 고용승계 여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최 교장 "아이들이 울어서 방학 날이 초상집"

이 학교 교원들에 따르면 29일 방학식을 하면서 학교 교실은 아이들의 울음바다가 됐다. 한 교사는 "내년에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아는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많이 울었다"면서 "아이들도 울고 교사도 울었다"고 말했다. 최 교장도 "방학 날 아이들이 울어서 초상집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전국 초등학교 6040개교 가운데 1.2%인 74개교가 사립이다. 이 가운데 39개가 서울에 몰려 있다. 사립초의 한해 수업료는 700만~900만 원(교복비, 교통비 포함)에 이른다. 사립초 교직원의 월급은 사립 중고교와 달리 재단에서 지급한다. 시도교육청이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은혜초와 같은 폐교 사태가 다른 사립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몇몇 사립초들이 학생 결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이사회가 재정 문제로 폐교를 선언한 경우는 서울에선 은혜초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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