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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세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부동산 보유세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면서부터다.

김 부총리는 이날 내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다주택자 조세 부담 형평성, 거래세와 보유세간 균형, 파급 효과 등 3가지 요인을 고려해 부동산 보유세를 개편할 것이라고 했다.(관련기사: 김동연 부총리, 부동산 보유세 묻자 "다주택자 조세 부담 고려해야" )

다주택자 조세부담 형평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개편'이라는 방향은 명확해졌다. 8.2 대책과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유도 대책에도 요지부동인 다주택자들에게 '세금 개편' 카드는 강력한 한방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자산불평등 완화 기여도 낮은 종부세, 개편되나?

부동산 보유세 개편의 유력 시나리오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이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은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뉜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이 6억 원이 넘는 사람(1가구 1주택은 9억 원)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은 40만 명이다.

종부세는 특정 계층에 대한 특별 과세적 성격을 띤다. 종부세법의 입법 취지도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로 요약된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자산 불평등 현상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판결을 받고, 세부담상한제(세금을 특정 수준 이상 부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을 실시하면서 색깔이 흐려졌다. 소득불평등 제고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진 것.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부동산 자산 분포 및 재산과세 부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산세와 종부세의 자산불균등도 완화 기여분은 57대 43으로 나타났다.

모든 주택소유자를 대상으로 부과되는 재산세가 종부세보다 자산불균등 완화에 더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 1995~2013년 기간 동안, 세수 규모 면에서 부동산 등 재산세보다 소득세(근로자 임금 등)가 더 많이 증가했다는 점도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지방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재산세는 누진세율체계를 갖고, 종부세는 재산세액 공제와 세부담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불평등 기여 비중이 재산세가 더 높았다"며 "종부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재산세, 세율 올리는 대신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효과 얻을 수 있어

재산세도 개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명목세율을 올리는 대신 실효세율을 현실화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12~2013년 기준 취득세를 신고한 주택 94만여 건의 실효세율은 0.068%에 불과했다.

명목재산세율이 0.1~0.4%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실효세율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재산세는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그런데 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다보니 실효세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억 원에 실거래되는 주택의 공시 가격이 5억 원이라면, 50만(공시가의 0.1%)~200만 원(공시가의 0.4%)만 재산세로 내면 된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그에 비례해 재산세도 높아지게 된다. 

주택 공시 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온 부분이다. 명목세를 올리지 않고 주택 공시가격만 현실화시켜도 실질적인 보유세 인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세부담을 다소 높이고, 비주거용 건물의 과세 평가 정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부총리가 언급한 다주택자 과세 형평성도 이 지점에서 해결점을 짐작할 수 있다.

보유세 압박하면 다주택자 선택지는 '매각'이나 '임대등록' 밖에 없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2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 발표문을 낭독하고 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2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 발표문을 낭독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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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시가에 따른 재산세 체계는 다주택자들이 얻는 막대한 시세 차액을 견제하기 어렵다. 내는 세금보다 시세 차액에 따른 기대 이득이 더 크니,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는다. 종부세를 높이거나, 재산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들의 선택지는 '주택 매각'이나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두 가지로 좁혀진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시지가나 공정시장가격비율 등을 조정한다면 세율은 손 안대고 세 부담은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가 언급한 '거래세와 보유세 간 바람직한 조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부총리는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거래세(취득세와 인지세 등)는 부담이 크고,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 등) 부담은 낮은 구조"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조합은 결국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보유세로 걷는 세금이 취득세로 걷는 세금보다 훨씬 적다.

행정자치부의 2016 지방세 통계연감을 보면, 지난 2015년 한해 부동산 보유세(토지, 건물, 주택 합산)로 거둬들인 세금은 9조 5683억 2038만 원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취득세로 걷은 세금은 16조 8053억 5822만 원으로 보유세보다 7조 원 가량 많았다.

"거래세 비중 높고, 보유세 비중 낮은 후진국형 구조 개선해야"

전체 부동산세수 가운데 취득세 비중은 63.72%, 보유세는 36.27%다. 캐나다(보유세 비중 94.6%)와 일본(87.3%), 영국(87.3%), 프랑스(84.6%), 독일(69.2%)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후진적 구조다.

OECD도 회원국들에게 보유세 비중은 높이고, 취득세 비중은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훈 교수는 "(김 부총리의 언급은)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자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시장 효과를 언급한 것도 '보유세 강화'로 해석할 수 있다. 8.2 대책에도 서울 지역에서 또 다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현상을 염두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오르는 걸 보면, 세제를 통해 세 부담을 많이 지워서 부동산 투기 억제를 해보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부동산보유세, #종부세,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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