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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배움을 갈무리하는 잔치에서 어린이들이 돌아가면서 다음 순서를 소개하는 모습.
▲ 청량갈무리잔치 한해 배움을 갈무리하는 잔치에서 어린이들이 돌아가면서 다음 순서를 소개하는 모습.
ⓒ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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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덕열이오빠랑 영근이오빠가 나란히 앉아 함께 연주하는 곡입니다. 지금 굉장히 떨릴 것 같아요. 오빠들 잘하라고 많은 손뼉 쳐주시기 바랍니다."

한해 배움을 갈무리하는 잔치, 둘러앉은 손님들 앞에 선 아이들이 차례대로 준비한 안내말을 또박또박 읽습니다. 피아노에 앉은 두 아이들 연주가 끝나자, 큰 박수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강원 홍천군 서석면 운무산자락 청량리에 있는 청량분교. 초등학생 열 명, 유치원생 열한 명이 다니는 작은 학교입니다. 12월 22일 2시 30분 4학년 교실, 평소 두 학생이 오붓하게 공부하는 넓은 교실이었는데, 오늘은 갈무리잔치에 함께하려고 오신 마을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비좁기가 그지없지만, 다들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 얼굴을 바라봅니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만 온 게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마을 이모삼촌으로서, 마을 어르신으로서 마을에 있는 학교 아이들 배움과 자람을 응원하는 자리에 기꺼운 마음으로 온 것입니다. 잔치답게 영양 가득한 현미꿀떡과 수수팥떡, 귤도 소박하게 차려졌습니다.

한해 동안 꾸준히 익히고 연습해온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 청량갈무리잔치 한해 동안 꾸준히 익히고 연습해온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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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한해 동안 꾸준히 익히고 연습해온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 청량갈무리잔치 저마다 한해 동안 꾸준히 익히고 연습해온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 최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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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서로 한 사람 한 사람 전교생 피아노 연주가 골고루 이어졌습니다. 말로는 떨린다고 했지만, 학교 수업에서 저마다 익히고 꾸준히 연습해온 걸 그대로 들려주니, 평소와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사물놀이가 이어졌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꽹과리, 장구, 북, 징 네 악기를 잡고 눈짓을 나누며 장단에 맞춰 악기를 힘껏 내리칩니다. 청량어린이 사물놀이패는 다음 달 열릴 마을회관 문 여는 날 잔치에도 축하공연을 가기로 초청받았지요.

전교생 열 명의 작은 학교다보니, 서로를 잘 알고 다함께 배우고 다함께 뛰놀 때가 많습니다. 피아노와 체육, 미술, 사물놀이 등 방과후 수업이 끝나면, 4시 반부터는 마을주민교사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마을배움터를 이끕니다. 말글살이, 몸놀이, 노래몸짓, 요리, 만들기 등, 자기 몸과 마음 힘 키워가고, 벗들과 함께 잘 어우러지는 데 쓰임새 있는 배움들로 꾸려집니다.

사물놀이가 끝나고 노래몸짓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화음을 넣어서 씩씩하게 부르는 곡, 우리 삶을 담아 노랫말을 바꾸고 노래에 멋진 몸짓 넣어서 보여준 곡, 손종(핸드벨)으로 연주한 곡 등, 무대 발표를 위해서 급히 준비한 게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배움터에서 일상적으로 꾸준히 호흡을 맞춰 익혀온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혼자만 잘할 이유도 없고, 또 누구 하나 좀 못하더라도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아름다운 소리가 되고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는 걸 아이들도 몸으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사물놀이 공연. 혼자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전교생이 함께하는 공연이기에 평소 연습하던 대로 떨지 않고 씩씩하게 잘 했다.
▲ 청량갈무리잔치 사물놀이 공연. 혼자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전교생이 함께하는 공연이기에 평소 연습하던 대로 떨지 않고 씩씩하게 잘 했다.
ⓒ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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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배움터에서 흥겹게 익히고 연습해온 노래에 화음 넣어 불렀다.
▲ 청량갈무리잔치 마을배움터에서 흥겹게 익히고 연습해온 노래에 화음 넣어 불렀다.
ⓒ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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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연극 공연입니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청량 어린이들이 한 해 동안 지내온 모습들을 사진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봄에 유치원생 친구네 놀러가서 야생화 구경하고 화전 부쳐 먹었던 날, 도시락 싸들고 생태숲으로 나들이 갔던 것, 여름방학 때 들살이하며 함께 밥 먹고 잠 자고 물놀이 했던 시간, 학교에서 요리 해먹고 밤하늘 공부하고 별 보기 했던 날, 주말마다 꾸준히 연습해온 택견을 큰 무대에서 공연으로 보여줬던 것 등등, 사진에 담겨진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소중한 기억으로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한 해 동안 온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배움의 장을 펼쳐줬고, 아이들은 신나게 어울려 배우며 넘치는 생명력으로 이만큼이나 자라줬고, 서로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 깃드는 날입니다.

밝은누리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토대로 농촌 작은학교를 살려가는 젊은이들, 아이들 자람새를 지켜보며 생명을 생명답게 키워가는 데 마음을 모으는 청량학교 교사와 학부모들,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마을배움터를 꾸려가는 마을 주민교사들,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보고 안타까워했지만, 젊은이들이 귀농귀촌해서 학교를 살려가는 것을 보시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는 마을사람들이 뜻을 합치니, 시골 작은학교에 참 교육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손종(핸드벨) 공연. 서로 호흡을 맞춰온 흔적이 보였다.
▲ 청량갈무리잔치 손종(핸드벨) 공연. 서로 호흡을 맞춰온 흔적이 보였다.
ⓒ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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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연극 공연.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아이들 평소 말투와 기질을 잘 알기에, 연극에 등장해서 대사를 읊을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감탄이 터져나왔다.
▲ 청량갈무리잔치 마무리는 연극 공연.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아이들 평소 말투와 기질을 잘 알기에, 연극에 등장해서 대사를 읊을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감탄이 터져나왔다.
ⓒ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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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신나게 뛰놀며 자라가는 아이들 보면서, 마을공동체 이루어 생명을 생명답게 기르는 기쁨과 보람 느끼며 살아갑니다.
▲ 청량갈무리잔치 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신나게 뛰놀며 자라가는 아이들 보면서, 마을공동체 이루어 생명을 생명답게 기르는 기쁨과 보람 느끼며 살아갑니다.
ⓒ 최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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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신문(http://admaeul.tistory.com/)과 아름다운서석온마을배움터(http://cafe.daum.net/onmaeul) 누리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마을배움터, #작은학교살리기, #마을공동체, #귀농귀촌, #밝은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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