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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7년 한해도 끝자락에 와 닿았습니다.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은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까지 이뤄냈습니다. 주변에서는 많은 것이 변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또한 많습니다.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 열심히 살지만 이달의 생계를 고민하는 자영업자들, 몸은 바쁘고 마음은 힘들지만 설 자리를 잃어가는 워킹맘 등 여전히 팍팍한 어제를, 고달픈 오늘을, 벅찬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1년, 안녕하셨습니까?" - 기자 말

 정권 바뀌었지만, 경제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권 바뀌었지만, 경제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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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살림살이야 매번 똑같지요. 한꺼번에 변할 수 있나요."

인사치레로 한 말에 의류 도매업을 한다는 후배는 이렇게 답했다. 연말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정치 경제 문제에서 대소사, 건강 문제까지 왁자지껄하다. 요즘 어떠냐는 인사에는 하나같이 시원한 구석이 없다. 겨우 밥만 먹고 산다는 엄살은 애매한 모범정답이다. 그런데 서민들 살림살이야 매번 똑같다니? 체념인지 달관인지 그렇게 대답한 후배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의류도매를 하면서 돈도 좀 벌었었다고 했다. 그런데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로 구매 패턴이 옮겨가고,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큰 손님들의 발길마저 줄어 유난히 힘든 겨울을 맞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내수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을 내보내며 겨우 유지한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듣고 있자니 동병상련이다. 장사하는 사람들. 자영업에 삶을 맡기고 있는 사람들. 참 하나같이 어렵다.

"서민들 삶이야 어느 정권이나 똑같지요"

파사현정(破邪顯正).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말이다. 지난 몇 년의 사자성어를 이어보면 절묘한 구석이 있다. 혼용무도(昏庸無道:2015년) → 군주민수(君舟民水:2016년) → 파사현정(破邪顯正:2017년).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 파도 같은 민심이 배를 뒤집으니, 사악한 것이 깨지고 바른 것이 드러난다.' 그러고 보면 지난 시절, 사슴을 말이라 하고(지록위마 指鹿爲馬:2014년), 순리를 거스르며(도행역시 倒行逆施:2013년) 역사를 되돌려가며 적폐정권을 유지한 시간들이였다.

해서,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였다. 한해의 첫 새벽을 광화문에서 맞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대통령의 구속, 새로운 정부의 탄생, 국정농단 세력의 단죄와 적폐청산. 지난 4년, 아니 9년만에서 비로소 국민이 주인의 자리로 되돌아 온 것이다.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한해. 그리 지나친 표현으로 들리지 않는다.

빨간 불이 커졌다며 연일 위기감을 키우던, 국제 경기도 조심스럽게 호전되는 과정이다. 삼성을 위시한 수출 대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주가는 과열이 염려될 정도로 상승국면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달성이 목전에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과 기업실적 지표만 본다면 정치 개혁과 더불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러나 서민들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시리고 아프다. 서민들 살림살이야 매번 똑같다는 자소와 한탄도 심심찮게 들린다.

소득의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니계수는 0.357로 전년도보다 0.003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커진다는 의미로 소득주도 성장률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통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서민들의 힘든 삶의 수치는 지니계수뿐만 아니다.

가계부채도 여전히 폭증세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6.19대책, 8.2대책에 이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내놓았지만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나 가구당 평균 부채 7천만 원을 넘었다. 더 나쁜 조짐은 가계의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과 자산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줄이고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줄 일자리와 임금은 뒷걸음치거나 답보 상태다. 특히 청년 실업은 1999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실업률 9.2%를 기록했다(11월 기준). 대통령조차 거시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나 청년고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지경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빚은 자꾸 늘어나는데 벌어서 갚고 삶을 영위할 방법은 여전히 찾기 힘든 실정이다.

아랫목은 절절 끊어도 윗목은 여전히 냉골이다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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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 근간은 나무랄 데가 없다. 수출주도 성장론. 수출 대기업만 살찌우고 국민 대다수에게는 그만큼의 고통을 전가시킨다는 것은 오랫동안 검증된 사실이다. 부채를 키워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부채주도 성장론. 국민들을 빚더미에 올려놓았지만 성장은 오히려 뒷걸음쳤고 그마저도 부동산업자와 기업이 독식했다. 그래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성장을 이끌자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화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더디다. 경제의 밑그림은 바꿔 놓았지만 여전히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최저임금 7530원 인상을 두고 보수·경제지들이 편의점 점주와 알바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상 최대의 흑자와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씩 지급하는 성과급 잔치를 열겠지만, 투자와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소식을 들리지 않는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경제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굴러간다.

바뀌어도 바뀐 게 아니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서민들 살림살이는 매번 똑같다는 절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론 다그쳤으면 한다. 아랫목이 따뜻해졌다고 방안이 다 데워진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했던 전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은 기대의 반영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야 박수도 나오고 지지율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새해에도 파사현정을 위하여 뚜벅뚜벅 정진하겠습니다.'

얼마 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자들에게 전한 인사다. '파사현정'은 올해의 사자용어로 그쳐서는 안 된다. 내년에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도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서민들 사는 거 다 똑 같다는 푸념, 바꾸니까 달라진다는 걸 체험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서민도 정권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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