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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갈등의 직접적 당사자는 대학생과 지역 임대업자.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지역 임대업자들은 기숙사 신축에 따른 임대료 하락을 우려한다. 지역주민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는 기숙사 신축 인허가에 소극적이다.

이처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정책'을 통한 공적 조정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 방향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려면 먼저 기숙사의 기능과 수요 등 신축의 타당성을 살펴봐야 한다. 

교육적 관점에서 기숙사 문제 인식해야

지난 9월 14일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9월 14일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 청년정치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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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건물은 크게 △교육기본시설 △지원시설 및 연구시설 △부속시설로 구분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기숙사는 '지원시설'에 해당하며, 기숙사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오범호,  2014, "대학생 주거여건 개선 정책 분석: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교육재정경제연구』 제23권 제4호, 108p 참고)

기숙사 설치는 의무가 아니지만, 기숙사는 교육기관인 대학이 제공해야 하는 일종의 교육서비스다.

기숙사는 "대학 캠퍼스 내 주거 공동체적인 전인교육의 공간"(오준걸, 2008, "대학기숙사내 공용 및 개인생활 공간의 면적계획에 관한 연구: 기존기숙사와 최근 신축기숙사의 면적비교를 중심으로", 『대한건축학회지회연합회 논문집』 10권1호, 73p 인용)으로 생활공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

기숙사를 주제로 한 다수의 논문을 봐도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기숙사는 학생들의 생활공간이자 교육ㆍ문화공간의 기능을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기숙사를 대학 교육기능의 연장으로 보고, 교육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취·하숙'보다 기숙사 주거만족도 더 높아

지난 12월 2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쏘우굿에서 대학기숙사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두 번째 정책 쇼케이스인 <Poli crewstmas>를 개최했다. 송년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3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 대학기숙사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 12월 2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쏘우굿에서 대학기숙사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두 번째 정책 쇼케이스인 <Poli crewstmas>를 개최했다. 송년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3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 대학기숙사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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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쏘우굿에서 대학기숙사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두 번째 정책 쇼케이스인 <Poli crewstmas>를 개최했다. 송년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3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 대학기숙사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은 쇼케이스 직후 기념촬영하는 청년정치크루 '크루'들.
 지난 12월 2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쏘우굿에서 대학기숙사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두 번째 정책 쇼케이스인 <Poli crewstmas>를 개최했다. 송년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3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 대학기숙사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은 쇼케이스 직후 기념촬영하는 청년정치크루 '크루'들.
ⓒ 청년정치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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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숙사에 대한 대학생들의 수요는 어떨까.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년제 일반대학 187개교를 분석한 결과, 기숙사 수용률은 21%. 대학 재학생 5명 중 1명만 기숙사 입주가 가능한 수준이다. 오범호 경남대 교수는 앞서 인용한 논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대학생을 위한 주거시설은 기숙사 외에도 원룸이나 자취방, 고시원, 하숙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주거공간의 높은 임대료, 낙후된 시설, 불안전한 관리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는 기숙사를 보다 매력적인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대학생 주거여건 개선 정책 분석: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교육재정경제연구』 제23권 제4호, 106p 재인용)

주거형태별 만족도를 보면 기숙사에 대한 대학생들의 선호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보다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 자취를 원하지만 만만치 않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기숙사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한국장학재단에 제출된 연구보고서 "대학생 주거실태 분석 및 수요예측을 통한 기숙사 건립방안 연구"(김종배 외, 2013)에 따르면 대학생 주거만족도는 '자취 전세'를 제외하고 '△민자기숙사 △향토학사 △학교 직영기숙사'가 '△자취 월세 △하숙 △고시원'을 모두 앞섰다. '자취 전세'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전세가 '묶인 돈'으로 인식돼 주거비 부담이 비교적 덜하고, 이와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학생들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 문제, 상생의 틀로 '리모델링'해야

이처럼 기숙사의 교육적 기능과 대학생들의 수요가 기숙사 신축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 임대업자의 불만을 무조건 억누를 수는 없다. 기숙사 신축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임대업자의 불만을 수용한다면, 정책 방향은 '기숙사 신축 추진 및 이후 갈등의 조정'으로 정리된다.

즉,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을 학생과 지역주민 사이의 대립 구도가 아닌 상생을 위한 조정 대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립적 갈등 구도를 상생의 틀로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대학기숙사 문제를 다뤄온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는 이와 관련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청년정치크루가 제안한 정책은 △대학기숙사 신축 허가 권한 이관(지자체장→교육부장관) △대학평가ㆍ국고보조금 지원 시 기숙사 수용률 반영 △기숙사 선발기준 가정소득 위주로 개편 △민자기숙사 점진적 축소 △지자체의 '주거 상생 가이드라인' 제정 등 다섯 가지다.

청년정치크루가 제안한 '기숙사 신축 허가 권한 이관'의 경우, 기숙사 문제를 대학생 주거안정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지자체를 압박하는 성격의 정책 아이디어다. 기숙사 신축 허가를 내는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인 대학생들의 권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정당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보니 인허가권 이관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이 정책을 제시한 이유는 기숙사 문제를 대학생의 주거안정과 교육적 관점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갈등 조정 위한 '주거 상생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

청년정치크루는 저소득층 청년들을 우선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기숙사 선발기준을 가정소득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주거난에 취약한 저소득층 청년들이 기숙사 신축이 지연되는 동안 겪게 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청년정치크루의 조사 결과, 전국 122개 대학 중 가정형편을 입주 기준에 반영하는 대학은 13곳. 나머지 109개 대학은 저소득층 청년들을 배려하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숙사 문제의 뇌관인 지역 임대업자와의 갈등을 구조적으로 다룬 정책은 '지자체의 주거 상생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이다. 이는 '세종대 모델'와 '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모델'을 참고해 설계한 정책이다.

세종대는 기숙사 신축 당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을 원만히 조정한 바 있다. 인근 임대건물을 '가족하우스'로 지정해 주거공간이 필요한 학생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청년정치크루의 주거 상생 가이드라인은 대학생과 지역주민, 나아가 대학ㆍ지자체도 포함한다. 내용은 이렇다. 예컨대 대학가 인근 임대업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주거환경 개선비용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 물론 구체적인 방안은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은 대학시설을 개방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자체 주도로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고 상생협약이 체결되면 학생들은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도 임대료 인상폭이 크지 않은 인근 건물에 입주할 수 있다. 임대업자들의 임대료 하락 우려도 최소화된다. 대학과 지자체는 학생과 임대업자의 상생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한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세종대, 성동구 등 상생의 사례를 참고해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숙사 갈등, '해피엔딩' 가능할까

청년 주거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청년'은 임대주택 공급과 같은 공공정책에서 배제돼 왔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1만호 공급이 시작된 지난 2011년에 이르러서야 청년은 공공정책의 대상으로 구체화됐다.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2017, "청년주거실태와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방안", 『부동산 포커스』 vol. 109, 75p 참고)

대학생들은 주거비가 저렴한 기숙사 확충을 주문하고 있다. 기숙사 문제는 터무니없이 낮은 기숙사 수용률부터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지역 임대업자의 반발까지 다양한 구도로 얽힌 상태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한 건 주거난의 당사자인 청년들이다. 이동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주거비 부담 경감이 없다면 학생들은 하루하루를 버틸 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 청년들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 주거비 경감에 힘써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지난 9월 청년정치크루 대학기숙사 정책 발표 기자회견 중)

덧붙이는 글 | 저는 청년정치크루에서 '크루'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대학기숙사, #주거난, #청년정치크루, #정치아이돌, #정책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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